설리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각자의 영역에서 연예계 활동 2막을 열었던 그룹 에프엑스 멤버들이 다시 모인 건 설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서였다. 그것도 데뷔 10주년에 뼈아픈 현실과 마주했다.

지난 16일 엠버와 빅토리아는 설리의 비보를 접하고, 빈소를 찾기 위해 각각 미국과 중국에서 급거 귀국했다. 모두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한국을 찾았다. 중화권 활동에 집중하며 중국 상하이에서 드라마를 촬영했던 빅토리아는 촬영을 멈추고 한국행을 선택했다. 중국 시나 연예에 따르면 빅토리아는 드라마 촬영장에서 설리의 소식을 접하고 눈물을 터뜨리며 비통했으며, 비자 문제로 인해 베이징으로 향했다가 즉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SNS 목격담도 공개됐다. 빅토리아가 탑승한 비행기의 승무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빅토리아가 매우 슬퍼 보였다. 짐도 잊고 내릴 정도였다”라고 올려 더욱 안타깝게 했다.

엠버도 미국에서 새 앨범을 준비 중이었지만 신곡 발표를 연기했다. 또한 14일 자신의 SNS에 “최근의 일로 활동을 보류하겠다. 죄송하고 신경 써줘 감사하다”라고 전했고, 곧 수척해진 모습으로 한국을 찾았다.

에프엑스

루나 역시 출연 중인 뮤지컬 ‘맘마미아’ 일정을 변경했다. ‘맘마미아’ 측은 지난 15일 “소피 역으로 출연 예정이었던 배우 루나의 개인 건강상 문제로 캐스팅이 부득이하게 변경됐다”라며 주말에 열릴 광주 공연은 루나 대신 이수빈이 투입된다고 알렸다. 앞서 루나는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소피 역으로 캐스팅되며 지난 7월부터 공연에 열을 쏟고 있었다. 하지만 설리 소식에 이 같은 불가피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설리, 빅토리아, 루나, 엠버, 크리스탈로 구성된 에프엑스는 2009년 ‘라차타’를 시작으로 ‘첫 사랑니’(Rum Pum Pum Pum)‘, ’피노키오‘, ’NU 예삐오 (NU ABO)‘, ’핫 서머‘(Hot Summer) 등 여느 아이돌 그룹들과 달리 유니크한 곡들로 독보적인 음악 세계를 그려 큰 사랑을 받았다. 데뷔 초부터 신인상을 휩쓸며 대세 아이돌 대열에 합류했고 컴백할 때마다 타이틀곡은 늘 음악방송 1위에 올랐다.

2015년 설리가 탈퇴하며 4인조로 재편됐던 에프엑스는 그해 발표한 정규 4집 ’포 월스(4Walls)‘ 이후 개별 활동에 중점을 뒀다. 크리스탈도 세 멤버와 마찬가지로 본명 정수정으로 배우로서 활약, 개인적 역량을 넓혔다. 이는 최근까지 이어졌고 지난달 루나, 엠버가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면서 에프엑스는 새출발을 예고했다.

이처럼 각자 활발한 활동을 펼치다 서로 다시 마주한 건 6년을 함께 활동했던 설리의 부재가 그 이유로 더욱 안타까움을 안기고 있다. 그것도 데뷔 10주년을 맞은 시점에, 더욱이 사건이나 논란없이 오랜 시간 잘 버텨온 에프엑스였기에 대중 역시 더없이 슬퍼하고 있다.

한 연예 관계자는 “설리가 무얼 했든 그 행보가 누군가들에게 쉼 없이 인용되며 비난받았던 게 두고두고 안타깝다. 얼굴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게 받는 비난은 더 무섭게 다가오는 법이다. 기획사도 악플에 더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수입이 많으니 그 정도 악플은 각오해야 된다’는 식의 인식은 정말 버려야 할 때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설리는 2005년 아역 배우로 SBS 드라마 ’서동요‘로 데뷔했고 2009년부터 에프엑스 멤버로 가요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2015년 팀을 탈퇴한 후 배우 활동에 집중했으며 SNS로 자유분방한 근황을 전하며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돼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오늘(17일) 설리는 에프엑스 멤버들을 비롯해 가족, 지인들 배웅 속 영면에 들었다. 향년 25세.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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