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오 18번홀 그린 우승 세레머니
김비오가 29일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열린 2019 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 | KPGA

[구미=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긴급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선수의 돌발행동이 생중계로 전파를 탄 것도 아연실색할 일인데, 해당 선수가 우승까지 차지해 입장이 난감해졌다. KPGA 김정남 경기위원장은 29일 골프존카운티 선산(파72·714야드)에서 발생한 김비오(29·호반건설)의 손가락 욕설 파문에 상벌위원회(상벌위)를 통해 징계수위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상벌위원들은 30일 오후 2시에 긴급 소집된다.

규정집 제5조 코리안투어 선수 예의 및 의무 1항은 ‘모든 선수는 프로 선수로서 갖춰야 할 적절한 매너와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고 명시 돼 있다.

18번홀 갤러리 전경
DGB그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이 열린 골프존카운티 선산에는 나흘 동안 1만 2000여 명의 갤러리가 운집해 응원 열기를 뽐냈다. 사진제공 | KPGA

이날 파문은 다양한 징계사유가 한 장면에 동시에 나와 수위에 눈길이 모인다. 김비오는 16번홀(파4) 티구역에서 갤러리의 스마트폰 동영상 촬영 시작 소리에 흥분에 손가락 욕설을 했다. 김비오는 “백스윙을 한 뒤 스윙을 시작하려는 찰나에 소리가 들렸다. 스윙을 멈췄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샷 실수를 했다. 변명의 여지는 없다”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의 품격을 크게 손상시켰다는 비난을 벗어나기 어렵다. 화가 나도, 갤러리 소음은 모든 대회장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프로 선수라면 해서는 안될 행동이었다.

김 위원장도 “선수의 대처가 미흡했다. 생중계로 전파를 탔기 때문에 협회 입장에서도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당황하고 있다. 어떤 제재를 할지는 논의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김비오의 행위가 에티켓을 심하게 훼손한 사례로 보고 있다. 해당 장면이 TV로 여과없이 전국에 송출돼 협회 명예를 훼손한 것도 징계 사유다. 품의손상은 벌금부터 출장정지까지 광범위하게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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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오가 갤러리에게 손가락 욕설을 하고 있는 장면. 출처=JTBC골프 중계화면 캡처

코리안투어 규정을 살펴보면 경기중 시설물을 파손하는 경우 1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에티켓을 위반해 골프팬의 빈축을 사거나 협회 또는 타인의 위신을 실추시켰을 때에도 20만원 이상 1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또 대회기간 중 선수가 조직위나 스폰서, 골프장 등에 비이성적 비난 언동이나 행위를 해 협회 위상과 회원의 품위를 손상시켰을 경우 최대 15년 이상 출전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무분별한 행동으로 회원의 품위를 손싱시키면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도 가능하다.

협회 이우진 운영국장은 “통상 벌금 등의 징계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이 사안은 출장정지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상벌위 결과가 나와봐야 알지만 과거에도 출장정지 징계 사례가 있기 때문에 경중을 다퉈보겠다”고 말했다.

해당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기위원이 벌타 등의 징계를 부과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워낙 순간적으로 일어난 생각지 못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협회의 미온적인 대응은 코리안투어 전체의 품격 실추로 이어졌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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