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승민민
롯데 투수 구승민이 지난 26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본지와 인터뷰한 뒤 파이팅 포즈를 하고 있다. 김해 | 김용일기자

[김해=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이젠 자리 욕심 없다. 정말 다시 도전한다는 마음이다.”

수술대에 오른 지 20일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구승민(29)의 얼굴은 생각보다 밝았다. 어느 때보다 마음 한구석의 짐을 내려놓고 새 출발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25일 롯데 2군에 지내는 경남 김해 상동구장에서 본지와 만난 그는 “이제 다시 도전하는 위치에 온 것 같다. 오로지 지금은 몸을 잘 만들고 아프기 전처럼 공을 던지고 싶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구승민은 지난해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64경기 73.2이닝을 소화하면서 7승4패14홀드 평균자책점 3.67을 기록, 롯데 필승조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손승락 대신 마무리 보직을 맡았는데 리그 초반 빈볼 논란에 휘말렸을 뿐 아니라 시즌 중반이 지나면서 피로 누적이 겹치면서 구위가 급격히 떨어졌다. 41경기 1승4패2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6.25를 기록한 그는 지난 7월4일 SK전 이후 2군으로 내려갔다. 당시 팔꿈치 후방 충돌로 통증까지 느꼈는데 정밀 진단 결과 뼛조각이 발견됐다. 구승민은 “애초 며칠 쉬다가 다시 몸을 만들려고 했는데 통증이 심하더라. 뼛조각이 발견됐는데 참으려고 했지만 구단과 상의 끝에 수술하고 내년을 일찌감치 준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팀 동료인 박세웅도 지난해 이 수술을 받은 8개월여 재활을 거쳐 복귀한 적이 있다. 그는 “일단 사람마다 회복 기간은 다르다. 지금 내 느낌으로는 팔 각도도 잘 나오는 편이고 상태가 좋은 것 같다. 지켜봐야겠지만 (박세웅만큼)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 전날 재활군에 합류, 상동구장으로 출근한 구승민은 개인 재활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물론 지난 두 달여 마음은 편치 않았다. 양상문 감독이 물러났고 공필성 감독 대행 체제로 갈아탔지만 팀 분위기가 여전히 저조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래도 팀이 좋지 않을 때 갑자기 공을 놓게 돼 TV 중계방송 등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런 구승민에게 조력자가 된 건 강영식 재활군 코치다. 강 코치는 현역 시절 구승민처럼 뼛조각 수술을 경험하는 등 유독 잔 부상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낸 적이 있다. 구승민은 “강 코치께서 선수 때 수술로 워낙 고생을 많이 하신 분이어서 조언을 잘 해준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래도 미리 경험한 얘기를 듣다 보니 내비게이션처럼 주문하신 길을 따르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 시즌 (마무리 등을 하면서) 너무 의욕이 앞섰던 것 같다. 돌아보니 만족할만한 공을 던진 게 없는 것 같더라”며 “이제 마무리 보직 등 포지션에 대한 기대나 욕심을 버리려고 한다. 내 자리가 정해진 것도 아니다. 좋은 선수도 많다.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도전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