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요(상동)
페르난도 아로요 롯데 투수 육성 총괄 코디네이터 겸 코치가 25일 경남 김해 상동구장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 단독인터뷰한 뒤 파이팅 포즈를 하고 있다. 김해 | 김용일기자

[김해=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제리 (로이스터) 컴백 원하는 부산 팬 마음 잘 안다.”

25일 롯데 2군 구장인 경남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난 페르난도 아로요(67) 코치는 새 사령탑 선임 작업을 벌이는 팀 안팎으로 제리 로이스터 이름이 언급된 것에 반가워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로이스터 감독이 돌아오는 것을 반기지만 어디까지나 구단 프런트에서 판단해야 할 몫이다. 어느 감독이 온다고 해도 성민규 신임 단장과 협력해서 팀 미래를 꾸리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인 그는 아로요 코치는 1970년 디트로이트에 지명됐다. 미네소타~오클랜드 등에서 메이저리거 생활을 했고 보스턴과 LA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코치로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특히 지난 2008년부터 2년간 롯데 투수코치를 맡아 로이스터 감독과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면서 팀의 암흑기 탈출을 견인했다. 공교롭게도 로이스터 사단이 떠난 뒤 롯데는 다시 침체기에 빠졌고 올 시즌 최하위에 밀려나면서 부산 팬도 등을 돌렸다. 팀 재건에 비상등이 켜진 롯데는 지난 8월 초 아로요 코치에게 다시 러브콜을 보냈다. 부산 팬이 롯데의 거듭되는 추락에 ‘로이스터 시절’을 그리워하는 목소리를 한창 낼 때였다. 때마침 아로요 코치가 팀의 젊은 투수를 육성하는 총괄 책임자격으로 복귀가 확정됐다는 소식에 크게 반겼다.

무엇보다 성민규 신임 단장이 선임되기 2주 전에 아로요 코치의 복귀가 먼저 확정됐다. 롯데는 일찌감치 각 부문 인사를 두고 ‘중장기 육성 프로젝트’에 궤를 같이할 만한 인물을 취합하고 있었는데, 성 단장이 내세운 메이저리그(ML)식 팀 체질 개선에 아로요 코치가 시동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롯데에 복귀하기 전까지 ML과 미국야구연맹이 주관하는 플레이볼(PLAY BALL)시스템에서 피칭 코치 겸 스로잉 인스트럭터로 활동했다. “롯데에서 제안은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다”고 말한 그는 “현재 지닌 문제점을 듣고 내가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으리라고 여겼다. 최근 다섯 번째 손자가 태어났는데 볼 겨를도 없이 한국에 왔다. 그러나 아내와 가족은 내가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 상황을 이해했고 동의했다”고 웃었다.

제리 로이스터
로이스터(왼쪽) 감독과 아로요 코치가 지난 2008년 LG전에서 함께 서 있다. 스포츠서울 DB

아로요 코치 복귀와 더불어 롯데 새 사령탑 후보에 로이스터 감독 이름이 포함되면서 ‘로이스터호 컴백’에 대한 여론은 커져만 갔다. 그는 “나 역시 10년 전 부산에서 시간이 행복했다. 매년 좋은 시즌을 보냈다. 지금 롯데는 (우리가 10년 전 팀에 오기 전처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팬의 그리움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로이스터호는 투-타에서 ‘노 피어’ 정신이 화두였다. 아로요 코치가 힘을 쏟은 마운드에서 투구 역시 공격적이었다. 자연스럽게 볼넷 허용률이나 이닝당 투구 수가 적었다. 올 시즌 10개 팀 중 볼넷(531개), 투구 수(2만1244개)가 가장 많은 롯데와는 180도 다른 내용이었다. 그는 “(기술보다) 멘탈 강화가 주효했다. 당시 롯데 야구의 동력은 위닝 멘탈리티 확립이다. 즐거운 야구였고 공격적이었다. 선수들과 목표 달성 과정에서 과도한 훈련은 없었고 선수도 매일 8~9시간을 즐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격 야구라는 건 초구 직구를 던지는 것처럼 기본을 말한다. 타석에서 번트 대신 스윙을 하고 마운드에서 압박감을 받는 상황에도 견제를 할 수 있는 등 선수 재능을 살리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게 지도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아로요 코치는 국내에 로이스터 감독 복귀 여론이 조성된 것 뿐 아니라 2015년 멕시칸리그를 떠난 이후 5년 가까운 현장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인지하고 있다. 그는 “로이스터 감독과 미국에서 종종 연락하곤 했다. (비록 ML은 아니지만) 현재 캘리포니아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정책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직을 맡고 있고, ML 플레이볼 시스템에서 야구를 하고 싶지만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순회 코치를 하는 등 여전히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야구 속에서 로이스터는 (한국이 아니더라도) 어디든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아로요코치
페르난도 아로요 롯데 투수 육성 총괄 코디네이터 겸 코치가 25일 경남 김해 상동구장에서 선수를 지도하고 있다. 김해 | 김용일기자

그는 일상 대부분 상동구장에서 보내고 있다. 퇴근 후 사직구장에서 1군 경기가 열리면 관중석 등에서 관전하기도 한다. 특히 2군을 오가면서 1군 마운드에 서는 제자들의 구위를 유심히 보면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바로잡고 있다.“롯데엔 분명히 잠재력 있는 선수가 많다”고 언급한 아로요 코치는 “예를 들어 김원중은 선발에서 불펜으로 내려가면서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었는데 투구 자세를 교정한 뒤 많이 좋아졌다. 서준원은 직구가 좋지만 제구가 문제였고 경험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 “2군에도 김현이나 이인복처럼 강하고 좋은 신체 조건을 지닌 선수도 있다. 1군에 충분히 설 만한 자원”이라고 말했다. 아로요 코치는 차기 시즌에도 롯데 남는다. 그는 “10년 전 영광을 재현하고 싶은 마음으로 왔다. 모든 선수를 ML급 선수로 만들 순 없지만 이전보다 나은 선수로 만드는 게 내 목표”라며 “기왕이면 롯데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떠나고 싶다”고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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