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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2골이나 터졌지만 득점 후 세리머니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동료들은 기뻐했지만 정작 골을 터뜨린 선수들은 희미한 미소조차 짓지 않으면서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다.

지난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상주 상무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30라운드는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경기가 펼쳐졌다. 이 날 경기는 불과 며칠전만해도 상주의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끌었던 미드필더 김민우가 전역 4일만에 친정팀을 상대로 선발출전한 것만으로도 화제가 될만했다.

그런데 이 날 공격형 미드필더로 풀타임을 소화한 김민우는 전반 36분 선제골까지 터트리며 상주에 비수를 꽂았다. 득점 직후 수원 벤치에 코칭스태프들도 서로 얼싸 안고 기쁨을 나눴고, 타가트도 김민우에게 달려가 환호했다. 하지만 김민우는 두 손을 모은채 감정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년 6개월간 몸담았던 상주와 함께 동거동락했던 후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표한 것이다.

‘운명의 장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날 상주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김건희가 0-1로 뒤진 후반 6분 페널티박스 인근에서 날카로운 땅볼 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원소속팀이 수원인 김건희는 득점을 터뜨린 뒤 양 쪽을 펼친 채 고개를 떨구면서 별다른 뒤풀이를 하지 않았다. 그가 세리머니를 자제한 것은 김민우와 같은 마음이었다. 그래도 득점을 통해 친정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의 건재함을 뽐낸 것은 만족할만한 일이었다.

김건희는 지난해 5월 이후 1년 4개월만에 친정팀의 홈구장인 빅버드에 서게 됐다. 그동안 발바닥 부상으로 인해 입대 후 1년 넘게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그는 직전 라운드인 전북전에서 처음으로 상주 유니폼을 입고 1군 무대에 섰다. 그리고 수원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상주의 새로운 해결사로 우뚝섰다.

우연치 않게 이 날 경기에서는 상대팀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들이 득점을 주고 받는 애꿎은 상황이 두번이나 연출됐다. 수원 팬들에게는 기억에 남을만한 경기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한 축구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려고해도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결과를 떠나 K리그에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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