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야구장
포항야구장. 제공 | 삼성라이온즈

[포항=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프로야구단이 제 2구장에서 정규 시즌 경기를 치르는 이유는 명확하다. 평소 야구 경기를 접하기 어려운 해당 지역 시민들에게 ‘직관(직접 관람)’ 경험을 선사하고 야구 붐 조성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지방자치단체도 시 홍보와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제 2구장 경기 유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제 2구장의 낙후된 시설을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지면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는 게 현실이다. 삼성이 제 2구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포항야구장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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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2회말 도루에 성공한 삼성 박해민의 유니폼과 얼굴에 흙이 묻어있다. 제공 | 삼성라이온즈

지난 2012년 완공된 포항야구장은 올해까지 8년째 삼성의 제 2구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도 18일 LG전까지 총 6경기가 포항구장에서 열렸다. 하지만 거의 매년 낙후된 시설로 인한 불편함이 지적되면서 포항구장에서 경기를 치러야하는지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반복됐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키움과 치른 3연전 기간엔 판독 시설 미비로 인해 비디오판독을 시행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지면서 키움과 삼성 모두 경기 운영에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그라운드와 잔디 상태도 좋지 않다. 인조잔디 구장인데 정비가 잘 되지 않다보니 불규칙 바운드가 빈번하게 발생해 야수들이 수비에 어려움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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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야구장 더그아웃. 비가 오면 이곳은 물바다로 변한다. 포항 | 서장원기자 superpower@sportsseoul.com

배수 시설 역시 끊임없이 지적되는 문제점 중 하나다. 6월 26일 삼성-두산전을 앞두고 포항에 많은 비가 내렸는데 그라운드 뿐만 아니라 양쪽 더그아웃은 물바다가 됐다. 배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생긴 현상이다. 완공된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구장인데다 2013시즌에는 올스타전까지 치러진 구장에서 수차례 시설 관련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그래서 홈팀 삼성이나 원정팀 모두 포항 경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역 사회를 위한 경기 개최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이기 힘든 환경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게 선수단의 대체적인 목소리다. 더 큰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장 관리를 담당하는 포항시설관리공단에서 별다른 보완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역 사회 야구붐 조성이라는 KBO와 포항시의 외침은 당위성을 잃을 수 밖에 없다.

18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LG의 경기를 앞두고 포항시설관리공단 관계자를 만났다. 이 관계자는 “올여름 리그 경기 후 아직 보수 공사를 하진 않았다. 11월 초에 대대적으로 보수 공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항시는 야구장 보수를 위해 15억원의 추경예산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내·외야 잔디를 모두 교체할 예정이고 배수 시설도 보완할 것이다. 이미 공사 설계까지 마친 상황이다. 입찰을 통해 공사를 진행할 업체를 선정하면 정상적으로 보수 공사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또한 내년 열리는 전국체전에서 포항구장이 야구 경기가 열리는 주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라 야구장 보수는 불가피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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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야구장이 보수 공사를 통해 당당하게 삼성의 제 2구장이라고 말할 명분을 갖출지 지켜볼 일이다. 포항 | 서장원기자 superpower@sportsseoul.com

포항시가 보수 공사를 약속한만큼 내년 시즌부터는 지금보다 개선된 환경에서 리그 경기가 열릴 전망이다. 홈팀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관중이 직접 체감하는 야구장 시설 관리도 꾸준히 진행되야 더 많은 관중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 2구장 실효성 논란의 중심에 있던 포항야구장이 보수 공사를 마치고 새로 태어나는 다음 시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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