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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출처 | 잘츠부르크 SNS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황희찬(23)이 최고의 무대 데뷔전에서 맹활약하며 빅리그 입성 자격을 증명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공격수 황희찬은 18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벨기에 클럽 헹크와의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6-2 대승에 크게 공헌했다.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에서 팀의 주포 엘링 홀란드의 해트트릭을 돕는 동시에 직접 골까지 넣으며 공격포인트 3개를 쌓고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지난 주말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정규리그) 경기에서 푹 쉰 황희찬은 초반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1-0으로 앞선 전반 34분 결정적인 도움을 기록하며 포문을 열었다. 황희찬은 후방에서 연결된 패스를 놓고 헹크 센터백 세바스티안 두베스트와 경합했다. 신장 177㎝로 비교적 단신인 황희찬은 특유의 저돌적인 몸싸움으로 두베스트를 밀어냈다. 공을 빼앗은 뒤 빈 공간으로 땅볼 패스를 연결했다. 홀란드는 황희찬이 만든 기회를 살려 득점에 성공했다. 황희찬은 2분 뒤인 전반 36분 헹크의 전의를 꺾는 결정적인 득점에 성공했다. 후방 긴 공간 패스를 받기 위해 폭발적인 스피드로 질주했다. 수비수와 속도 경합에서 승리하며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만들었다. 황희찬은 오른발 끝을 이용한 침착한 슛으로 3-0을 만들었다. 전반 종료 직전엔 페널티박스 왼쪽 측면에서 정확한 왼발 땅볼 패스로 홀란드의 해트트릭에 기여했다. 후반에도 황희찬은 공격의 핵심 구실을 하며 풀타임을 뛰었다. 유럽축구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황희찬에게 평점 10점 만점을 부여했다. 해트트릭 주인공 홀란드(9.5점)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만큼 존재감이 뚜렷했다.

이날 활약은 황희찬이 오스트리아를 넘어 UEFA 챔피언스리그 같은 수준 높은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황희찬이 뛰는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수준은 다른 빅리그에 비해 낮은 게 사실이다. 잘츠부르크의 경우 잠재력이 있는 좋은 선수들을 수급하는 경쟁력 있는 팀이지만 나머지 팀들과 전력 차가 큰 편이다. 분데스리가 우승을 수월하게 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실력에 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챔피언스리그는 다르다. 유럽 각국 최강팀들이 참가하는 무대다. 헹크는 지난 시즌 벨기에 1부리그 챔피언으로 만만한 팀이 아니다. 잘츠부르크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팀들이 분데스리가보다 챔피언스리그를 중요하게 여긴다. 헹크는 최정예로 이날 나서 승리를 노렸지만 황희찬을 비롯한 잘츠부르크 젊은 공격수들에게 유린 당했다. 황희찬은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에서 맹활약하며 우물(오스트리아)를 넘어 유럽 중심으로 도약할 계기를 마련했다.

챔피언스리그 활약은 빅리그 입성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선 잉글랜드와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빅리그 스카우트 50여명이 참관해 경기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해트트릭을 달성한 2000년생 스트라이커 홀란드가 주요 관찰 대상이지만, 1996년생으로 성장세에 있는 황희찬 역시 레이더에 걸릴 만한 선수다. 황희찬은 과거에도 잉글랜드와 독일 여러 클럽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지난 시즌엔 독일 2부 함부르크에서 임대로 1년간 뛰었다. 마침 황희찬이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빅리그 구단 관계자 흥미를 끌었을 것으로 보인다. 황희찬 축구 인생에 새 전환점이 될 만한 경기였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1회성 활약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환경은 잘 조성돼 있다. 잘츠부르크는 조별리그에서 리버풀, 나폴리 같은 강팀들과 경쟁한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고, 나폴리는 1차전에서 리버풀을 잡을 만큼 전력이 탄탄하다. 잘츠부르크에게 버거운 상대인 것은 분명하지만 황희찬에겐 오히려 잘 된 일일 수도 있다. 한 수 위 팀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레벨이 높은 리그, 팀으로 이적할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과거 박지성이 네덜란드 PSV 유니폼을 입고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사례는 황희찬에게도 유효하다. 황희찬의 챔피언스리그 다음 상대는 리버풀이다. 리버풀이 홈으로 쓰는 축구종가의 유서 깊은 구장 안필드에서 내달 3일 황희찬이 두 번째 쇼케이스를 펼친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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