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SK 김광현, 오늘 쉽지가 않네...
SK 투수 김광현.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문학=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진짜 김광현이야?”

1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KT전 9회 초였다. KT가 7-6으로 앞선 가운데 SK 여섯 번째 투수 서진용이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불펜 문이 열렸는데 장내가 웅성거렸다. SK 토종 에이스 김광현(31)이 깜짝 구원 투수로 등장한 것이다. 취재진이 있는 기자실에서도 먼발치에서 뛰어오는 투수를 보고 “정말 김광현이냐”는 물음을 던질 정도로 예상치 못한 등판이었다. 장내 아나운서가 김광현을 외치자 인천 팬들은 크게 환호했다. 김광현이 정규시즌에서 불펜 투수로 나온 건 지난 2016년 10월8일 삼성과 홈경기 이후 1072일 만이다.

그런데 ‘입이 쩍’하고 벌어질 진짜 놀라운 상황은 이때부터였다. 김광현은 KT 6번 타자 황재균을 상대했다. 초구가 비록 볼로 연결됐지만 시속 153㎞ 강속구를 뿌리면서 압박했다. 그런데 2구째 시속 152㎞ 직구가 가운데로 몰렸고 황재균이 통타,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애초 SK 중견수 김강민이 담장 근처에서 잡은 것처럼 보였지만 공은 그대로 넘어갔다. 모두의 환호 속에서 등장한 김광현이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이 됐고, 황당하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김광현은 이어 장성우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하는 등 예기치 못한 피홈런에 흔들렸다. 다행히 배정대를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9회를 끝냈다.

김광현의 갑작스러운 등판을 두고 애초 기자실 내에서도 여러 얘기가 오갔다. SK 구단 관계자는 애초 “오늘 불펜 소모도 많았는데 (때마침 오늘) 김광현이 불펜 투구를 하는 날이어서 (경기 출전을 두고) 본인이 괜찮다고 한 것 같다. 그러나 정확한 의도는 경기 끝난 뒤 코치진에게 물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광현은 지난 11일 키움과 홈경기 이후 휴식이 길어졌는데, 이날 불펜 투구가 예정돼 있었다. 경기 직후 코치진의 입장을 구단 관계자가 접했는데 “(마무리 투수) 하재훈이 전날 투구 수가 많아서 어깨가 뭉쳤다”며 “대신 오늘 경기 7회부터 (김광현을) 세이브 투수 쓰려고 했고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광현의 등판이 의아한 건 팀이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앞서 김태훈과 서진용의 투구 수를 30개 이내로 끊으려고 했는데 이를 넘어서게 됐다. 이때 더그아웃에서 불펜에 있는 김광현에게 ‘던지겠느냐?’고 물었고 본인도 “몸을 푼 김에 던지겠다”고 말해서 마운드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진용은 아웃카운트 2개를 남겨두고 29개를 던진 상태였다. 헨리 소사 휴식으로 이날 ‘불펜 데이’를 가동한 SK 입장에서 불펜 소모가 큰 만큼 김광현의 등판을 미리 준비했다는 것이다. 김광현 역시 불펜 투구를 실전 경기에서 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의도에서는 좋았지만 결과는 0.1이닝 2피안타(1피홈런) 1실점이었다. 더구나 5-7로 뒤지다가 8회 말 김강민의 솔로포로 1점 차 추격하는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김광현을 상대로 홈런을 쏘아올린 황재균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황재균은 경기 후 “내 타석에서 상대 투수가 김광현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초구를 지켜본 뒤 무조건 직구만 노리고 타이밍을 잡았다”며 “상대가 전력 투구하리라고 보고 내 스윙을 하려고 했다. 공 친 순간 잘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엔 (상대 중견수) 김강민 형의 점프에 잡힌 줄 알았다. 팀이 중요한 시기에 달아나는 홈런을 쳐서 기쁘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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