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경기대 3인방
현대캐피탈 경기대 3인방. 문성민(왼쪽), 황동일(가운데), 신영석. 천안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 천안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천안=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마흔까지는 함께 뛰고 은퇴하고 싶어요.”

돌고 돌아 11년 만에 다시 같은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서게 됐다. 2008년 경기대를 이끌고 대학배구계를 평정했던 문성민, 신영석, 황동일(이상 33)이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에서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학시절 찰떡 호흡을 자랑했던 이들은 ‘강산이 한번 변하고’ 다시 만나 이제는 팀의 통합 우승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프로에 뛰어들기 직전 세 친구는 “우리가 언젠가 다시 만나 한 팀에서 은퇴를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그 바람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포츠서울은 그 어느때보다 새 시즌을 고대하고 있는 ‘경기대 동기 3총사’ 문성민, 신영석, 황동일을 10일 충남 천안의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나 절친들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대캐피탈 경기대 3인방
현대캐피탈 경기대 3인방. 황동일(왼쪽), 신영석(가운데), 문성민. 천안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 천안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11년 만의 해후, 운명적으로 다시 만난 3총사

경기대 동기 3총사는 2008년 V리그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당시 드래프트에서 문성민은 전체 1순위로 한국전력, 2순위와 4순위인 신영석과 황동일은 신생팀인 우리캐피탈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황동일은 드래프트 직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으로 트레이드 됐고, 문성민은 해외진출을 통해 독일 프리드리히스하펜에 입단하면서 3총사는 프로무대 데뷔와 함께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세월이 흘러 2016년 1월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신영석이 문성민의 소속팀인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으면서 둘은 한솥밥을 먹게 됐다. 프로의 세계에서 소속팀을 옮기는 것은 선수의 의지대로 되기 쉽지 않다. 황동일은 지난시즌 삼성화재까지 프로 4개팀을 옮겨다니며 ‘저니맨’이 됐지만 유독 동기들이 있는 현대캐피탈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어찌보면 위기가 기회가 돼 3총사가 재결합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시즌을 마지막으로 삼성화재와 결별한 황동일은 선수 생명의 위기를 맞았다. 그는 타구단 감독들에게 직접 연락을 하고, 자신이 뛸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새로운 팀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친구들이 있는 현대캐피탈의 문을 두드려보고 싶었지만 구단 차원에서 외부 전력 보강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라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황동일은 동기들과 꾸준히 연락하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자주 털어놨고, 우연치 않게 현대캐피탈로부터 테스트를 해보자는 연락을 받게 됐다. 황동일은 “확실하지 않지만 영석이가 감독님께 추천을 해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정말 힘든 상황이었는데 현대캐피탈에서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웠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황동일의 입단 테스트 소식을 접한 친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신영석은 “동일이가 테스트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더 흥분했던 것 같다. 성민와 나는 리그 우승을 해봤다. 남은 건 통합 우승뿐인데 그 목표를 달성할 때 동일이가 함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빨리 그 꿈을 이루고 싶다. 우승한 뒤 같이 껴앉고 환호하고 싶다”고 전했다. 문성민도 “테스트 온다고 했을 때 설레임이 컸다. 영석이 말대로 우승 기념사진에 3명이 같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이제 동일이가 왔으니 팀에 빨리 녹아들어서 보탬이 된다면 우승의 꿈은 현실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테스트에 참가한 황동일은 명세터 출신의 최태웅 감독에게 합격점을 받으면서 현대캐피탈 입단을 확정했다. 3총사가 11년 만에 한 팀에서 다시 모이게 된 것이다. 황동일은 “친구들과 한 팀에서 뛰는 상상은 많이 했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물음표였다. 영석이가 현대캐피탈로 가게 됐을때 너무 부러웠다. 우리가 정말 같이 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현실로 다가왔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현대캐피탈 경기대 3인방
현대캐피탈 경기대 3인방. 황동일(왼쪽), 신영석(가운데), 문성민. 천안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 천안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마흔살까지 같이 뛰자, 친구야”

20대 초반 각자의 길을 떠났던 대학 동기가 30대 중반에야 다시 뭉치게 됐다. 기쁘면서도 한켠의 아쉬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신영석은 “너무 늙어서 만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웃은 뒤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것 같다. 늦었지만 오래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성민도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전에 같이 팀에서 3명이 뛰면 어떨까 이야기를 했는데 뒤늦게나마 이뤄져서 기쁘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늦게 재결합을 해서인지 더 오래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문성민은 “대학생활 막바지에 농담삼아 우리 셋이 같은 팀에서 은퇴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바람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팀 내에서 최고참이다. 이제 선수생활의 황혼기로 접어들고 있다. 대학시절 동기들이 다시 뭉치게 된 것이 현역생활을 유지하는데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영석은 “마흔살까지는 함께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함께 은퇴하고 싶지만 성민이가 그때까지 버텨줄지 모르겠다”고 농을 던졌다.

그동안 코트에서 만나도 친구이기 이전에 상대팀 선수라 내놓고 반가워하거나 친분을 드러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함께 땀흘리며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나갈 수 있게 됐다. 3총사는 다가오는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때보다 크다. 문성민은 “두 친구가 같은 팀이라 심적으로 편하다. 영석이는 최고의 센터다. 동일도 지난시즌 삼성화재의 연승때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런 부분이 우리팀에서 플러스 요인이 될거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신영석은 “동일이가 아마 국내 최장신 세터일거다. 그 점이 항상 부러웠다. 키 큰 세터를 만나면 공격수들은 시너지 효과가 난다. 그래서 이번시즌에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황동일은 “삼성화재에 있을때 두 친구가 항상 부러웠다. 재미있게 배구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면서 “이제는 친구들과 머리 싸움을 안해도 되어 좋다. 영석이는 상대팀 입장에서 만나면 짜증이 좀 나는 선수다. 세터인 내 입장에서는 이제 용병을 2명 갖고 뛰는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너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의 터닝포인트를 맡게 된 ‘경기대 동기 3총사’는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팀 주장인 문성민이 감당해야 할 짐을 나눠지고, 이적생 황동일의 부담감도 함께 나누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신영석은 “우리팀은 세터가 중요하다. 감독님의 요구가 많을거라 동일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민이도 주장이라 할 일이 많다. 지치지 말고 힘냈으면 좋겠다”고 따뜻한 한마디를 전했다. 황동일은 “앞으로 적응에 어려움도 많을 것 같다. 힘들때 친구들을 많이 찾아갈 것 같다. 많이 도와주길 기대한다”면서 싱긋 웃었다. 문성민은 “영석이가 주장과 같은 역할을 해주고, 내가 부족한 부분을 항상 신경써줘서 고맙다. 동일이는 너무 큰 부담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친구들과 재밌게 놀러왔다고 생각하고, 신나게 코트에서 뛰길 기대한다”고 조언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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