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LA 다저스 류현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 다저스)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투구 밸런스가 눈에 띄게 무너졌다. 밸런스가 무너지니 구위가 떨어졌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체력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KBO리그시절을 포함해도 4연속경기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류현진은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93개의 공을 던지며 4.1이닝 6피안타 5탈삼진 4볼넷 3실점했다. 선발승까지 아웃카운트 2개가 남은 상황에서 교체됐고 경기 전 2.35였던 방어율은 2.45로 상승했다. 지난달 12일 1.45였던 방어율이 4경기 만에 1점 가량 치솟았다.

류현진
컨디션이 좋을 때 류현진은 오른발 끝이 닫혀있고 자연스럽게 무릎도 타깃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투구에서는 무릎이 3루 더그아웃쪽으로 열리는 게 눈에 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례적으로 불펜피칭(지난 2일)까지 하며 흐트러진 투구폼 회복을 시도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상대 타자들과 두 번째 승부를 벌이는 시점부터 급격히 흔들렸다. 3회까지 무실점으로 그럭저럭 버텼지만 4회초 2점을 내준데 이어 5회초 3연속안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류현진이 3연속경기 5이닝 이하를 기록한 것은 재활시즌이었던 2017시즌 9월 이후 2년 만이다. 빅리그 첫 해인 2013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2년 동안은 단 한 번도 3경기 내내 부진하지 않았다. 본인도 “4연속경기 부진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문제점은 분명하다. 최고 무기가 위력을 상실했다. 마법처럼 떨어졌던 체인지업이 밋밋하게 형성되거나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난다. 상대는 이를 철저하게 물고 늘어진다. 류현진 특유의 세 가지 구종(포심, 컷 패스트볼, 체인지업)을 절묘하게 섞는 투구가 실종됐다. 특히 세 가지 구종은 우타자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지배했다. 비슷한 팔높이에서 똑바로 날아드는 포심과 몸쪽(우타자기준)으로 휘는 커터,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난공불락이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체인지업이 예전 같지 않다. 이른바 ‘행잉’성으로 밀려 들어온다. 현지 중계 해설자인 오렐 허샤이저도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체인지업이 똑바로(Straightly) 날아든다”고 분석했다.

류현진
디딤발이 체중을 완벽히 지탱하지 못하고 흔들리면 투구 밸런스 전체가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이 원인이 체력저하에 있다는 의견이 많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류현진은 “밸런스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구하면서 상체가 급하게 넘어온다는 것을 느꼈다. 체력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밸런스는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류현진의 투구폼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오른쪽 축이 일찍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자유족을 들어올려 힘을 모은 뒤 물 흐르듯 유려하게 이어지던 투구폼이 들쑥날쑥해졌다. 디딤발이 지면에 닿아 중심이동을 할 때 이미 무릎이 열리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관성을 버텨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무릎이 열리면 골반도 자연스럽게 일찍 회전하기 때문에 왼 어깨까지 함께 열린다. 상체 턴이 늦을 수밖에 없으니 팔이 뒤늦게 나오고 힘을 쓰기 위해 당기는 근육을 많이 써 각이 무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상하체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볼 끝에 힘을 싣기 어렵고 이는 구위 저하로 직결된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는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손에서 떠날 때부터 볼인 경우가 많았다. 하체가 지탱을 못하니 회전력이 반감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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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풀타임’도 중요하지만 어깨 수술 후 완전한 풀타임 소화가 처음이라는 점도 류현진의 체력저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흔들리는 하체는 체력저하에서 기인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류현진은 “등판 간격 사이에 휴식시간과 준비시간이 있다. 체력이 떨어졌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밸런스만 찾으면 괜찮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스스로를 조금 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때다. 제구와 구위를 동시에 잃었을 때에는 체력문제인지, 투구폼에 이상이 생겼는지 등을 다각도로 따져봐야 한다. 스스로도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어 이날 경기에서는 투구 패턴을 최대한 단순화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기대를 모았던 사이영상은 물론 내셔널리그 방어율 1위 사수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풀타임을 소화해 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무대에서 최고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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