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유경아 기자] KEB하나은행의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에 대한 불완전 판매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시민 단체 등 일각에서는 불완전 판매를 넘어 ‘사기성 판매’에 가깝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8일 글로벌 국채금리의 하락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DLF 판매를 공식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후에도 3개월여간 대형 프라이빗뱅킹(PB)센터 4곳에서 6개 건의 상품을 추가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측은 이에 대해 ”고객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 하나은행, “고객이 요청하니 어쩔 수 없이 팔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DLF의 경우 PB채널을 통해서만 판매하다보니 고령자가 많다”면서 “예금 상품 좋은 것 없냐고 추천을 권유 받으면 영업점에서는 좋은 상품을 ‘쫙’ 깔아놓고 상품 설명을 하고 팔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이 상품에 대한 이해를 하고 가입한 것”이라며 “판매를 중단했어도 요청이 들어오면 팔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해 12월말 발간한 ‘하나금융포커스 - 시장:미(美)증시 널뛰기장세’를 통해 미국 국채를 중심으로 금리가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DLF의 위험성을 이미 지난해말 공식화한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하나은행의 지난달 22일 기준 DLF 상품 전체 평균 수익률은 -53.2%였다.

◇ 시민단체 “불완전판매 넘어선 ‘사기성 판매’로 봐야”

일각에서는 은행 측에서 가입자들에게 상품에 대한 손실 위험성 등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만 말했다면 고지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은행 등 판매자 측이 고령자 가입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고지를 등한시했다면 문제 소지가 있다”면서 “당국이 엄밀하게 조사해서 밝혀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펀드를 운용하면서충분히 리스크를 설명했는지, 운영하면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충분히 가입자에게 이를 알려줬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관련 리스크를 제대로 설명 들었다면 가입 및 유지를 했을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이번 사태는 불완전판매를 넘어선 ‘사기성 판매’로 봐야 한다”며 “132명이 금소원에 피해 중재를 요청했는데 이들 전체가 상품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 팽배한 ‘성과주의’가 이 같은 사태를 발생했다고 지적도 나온다. 판매 성과만 신경쓰다보니 상품 설계 및 관리 등에서 소비자 보호 측면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이지우 참여연대 간사는 “은행들이 상품 판매에서 고객 이익보다는 임원 및 직원들의 성과 평가 관리에 몰두한 것도 이번 사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며 “특히 사전에 DLF 상품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당국에서 철저하게 감독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yook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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