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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욱이 4일 터키 이스탄불 파티흐 테림 경기장에서 열린 조지아전 최종 훈련에서 웃으며 볼을 다루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벤투호’ 공격수 김신욱(31·상하이 선화)의 운명이 걸린 90분이 시작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5일 오후 10시30분(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조지아와 A매치 평가전을 갖는다. 이번 평가전은 오는 10일 열리는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20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1차전 원정경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9월 A매치 2연전을 대비한 대표팀 명단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2018러시아월드컵 이후 처음 태극마크를 달게 된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었다. 벤투 감독이 지난해 8월 대표팀 사령탑 부임 이후 줄곧 외면해왔던 김신욱을 발탁한 이유는 분명하다.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9~11월 열린 남미, 북중미, 아시아 국가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6연속 무패(3승3무)행진을 달리면서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제압하는 등 한수위로 평가했던 팀들과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첫 메이저대회였던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15년 만에 8강 탈락이라는 쓴 맛을 봤다.

대회를 앞두고는 벤투호가 59년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상대팀들의 집요한 수비 중심 전술에 한국은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매 경기마다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아시안컵 직후 축구계에서는 벤투 감독의 아시아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았던 것이 조기 탈락한 원인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밀집수비를 뚫을 수 있는 장신 공격수 등 검증된 카드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축구철학과 팀 컬러의 연속성만 생각한 대표팀 명단 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다.

아시안컵 8강 탈락이라는 값비싼 수업료를 통해 생각의 변화가 찾아온 벤투 감독은 카타르월드컵을 향한 첫 발을 내딛는 아시아지역 2차예선 1차전을 앞두고 김신욱을 발탁했다. 김신욱은 깜짝 스타가 아니다. 중국 슈퍼리그 진출 이후 골폭풍을 몰아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K리그에서도 수준급 공격수로 수년간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벤투 감독이 김신욱의 최근 경기력만 보고 대표팀에 합류시킨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월드컵 2차예선에 나서는 벤투호에 김신욱은 반드시 필요한 카드다. 한국은 2차예선에서 두세 수 아래의 팀들과 격돌해야한다. 한국과 상대하는 팀들은 하나같이 두꺼운 수비벽을 쌓을 것이 뻔하다. 김신욱은 밀집수비를 뚫어내는데 효과적인 공격루트로 활용할 수 있는 공격수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김신욱은 이제까지의 우리 공격수와는 다른 유형인게 분명하다. 이젠 대표팀도 카타르월드컵 일정을 시작한다. 다른 단계에 본격 돌입하는 시기다. 9월 대표팀 일정에 김신욱을 선발하는 게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5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단 김신욱에게 조지아와의 평가전은 ‘쇼케이스’나 다름없다. 벤투 감독은 자신이 첫 발탁한 선수도 훈련을 통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실전에 투입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또한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지도자로 알려져있다. 평가전에서도 여러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는 ‘실험‘을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한번 눈도장을 받아 주전급으로 올라서게 되면 꾸준하게 출전기회를 부여하면서 믿음을 주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4위인 조지아는 아시아 예선 상대들을 염두한 스파링 파트너다. 김신욱이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셈이다. 김신욱은 베테랑 공격수지만 벤투호에서는 신인이나 마찬가지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 롱런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출발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김신욱은 벤투호 데뷔전이 될 조지아와의 평가전에서 선발이든 교체든 출전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조지아전을 통해 먼저 ‘보험용 공격수’라는 인식을 깰 필요가 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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