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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람 전시. 제공|코리아나미술관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젊음이 무기를 넘어 ‘선’(善)으로 여겨지는 시대다. 소설가 박범신은 소설 ‘은교’(2010)에서 ‘너의 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고 썼지만 여전히 젊음은 힘이 세고, 그 힘은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있다.

미술계에서 젊음을 주제로 한 굵직한 전시가 잇따라 개막해 눈길을 끈다. 코리아나미술관(관장 유상옥·유승희)에서 지난 29일 개막한 ‘아무튼, 젊음’(~11월 9일)전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27일 개막한 ‘‘에이징 월드 - 윌 유 스틸 러브 미 투모로우’(~10월 20일)전이다.

◇‘아무튼, 젊음’전

국내외 작가 13인(팀)이 “젊음, 나이, 세대는 모두 상대적일 뿐, 고정된 것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곽남신, 김가람, 전지인, 입자필드, 셀린 바움가르트너, 존 바이런, 아리 세스 코헨, 주디 겔스, 산야 이베코비치, 줄리아 샬럿 리히터, 신디 셔먼, 조니 사이먼스, 마사 윌슨 등의 사진, 영상, 설치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코리아나미술관 박혜진 큐레이터는 “전시에 참여한 국내외 작가 13인은 통상적으로 지칭하는 이삼십 대 청춘만을 젊다고 할 것인가를 질문하며 더욱 확장된 개념으로서 젊음을 바라본다. 그들의 시선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함께 드러나며, 사회 통념에 의해 고정된 젊음의 이미지를 재정의해보고자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한다”고 밝혔다.

먼저 몸에 포커스를 맞춘 작업들이 눈길을 끈다. 미국과 동유럽권을 대표하는 70대 작가 마사 윌슨과 산야 이베코비치는 젊음을 강요 당하는 사회 속에서 나이 든 여성으로서의 고민을 퍼포먼스 영상기록과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지인 작가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젊음에 대한 압박을 세계 각국의 속담을 빗대 보여준다. 곽남신 작가는 젊음에 대한 욕망으로 과도하게 근육질 몸에 집착하는 모습을 해학적인 드로잉으로 표현했다. 조니 사이먼스 작가는 게이 커뮤니티에서 권력으로 작용하는 ‘젊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다. 셀린 바움가르트너 작가는 50세 이상의 현역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담은 영상을 전시했다.

나이에 관해 생각해보게 하는 작업도 있다. 주디 겔스 작가는 다양한 연령대의 아티스트들과 인터뷰를 통해 나이에 대한 고민을 들려준다. 줄리아 샬럿 리히터 작가는 개인의 삶이 나이, 젠더, 계급, 문화 등 수많은 사회규범에 의해 재단되는 상황을 다룬다. 아리 세스 코헨 작가는 다양한 패션으로 젊은이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통념화된 노인의 이미지를 전복하는 뉴요커들의 에너지를 국내 관객에게 전해준다. 신디 셔먼은 2017년부터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재하기 시작한 셀피들을 선보였다.

세대간의 간극에 대한 시선도 있다. 존 바이런은 세대 간의 편견을 짧지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으로 제시한다. 입자필드는 우리나라의 연령별 앱설치 분포를 시각화해 디지털 정보 활용과 접근 용이성을 세대별로 드러낸다. 김가람은 젊음을 롤러스케이트에 빗댄 관람객 참여형 퍼포먼스로 풀어낸 작품을 설치했다. 관람객은 작가가 제공하는 짝짝이 롤러스케이트를 체험하면서 젊은 날을 체감하게 한다.

전시를 보다 더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9월 21일 이혜원 대진대학교 교수의 ‘여신 강림과 명품 식스팩의 역사’, 10월 12일 전상진 서강대학교 교수 ‘세대 프레임’ 등 세미나가 열리고, 10월 2일 박혜진 큐레이터의 전시토크가 마련됐다. 관람료 성인 4000원, 학생 3000원.

캡처
오형근, 호랑이 무늬 옷을 입은 아줌마, 1997년 3월 27일,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1×100cm. 제공|서울시립미술관

◇‘에이징 월드 - 윌 유 스틸 러브 미 투모로우’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는 노화에 관해 다루는 전시 ‘에이징 월드 - 윌 유 스틸 러브 미 투모로우(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전이 개막했다.

오형근, 윤지영, 안네 올로프손, 안나 비트, 국내외 작가 15개 팀이 젊음과 늙음을 차별하는 사회적 현상에서 출발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고령화 시대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에서 노화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다양한 사회적 양상과 그것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며, 노년을 이질적인 타자로 간주하는 사회 분위기와 차별적인 시선에 질문 제기하고 미래를 위한 실천적 제안을 담은 작업과 퍼블릭 프로그램을 통하여 나이듦과 인생, 그리고 노년기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세 개 섹셕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화를 성형, 쇼핑, 강박적 자기관리 등 외형적으로만 소비하고 접근하는 사회 분위기와 그 원인을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 놓였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개인과 집단이 가진 노화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외, 세대갈등 등의 사회문제를 살펴본다. 세 번째 섹션에서는 시점을 가까운 미래로 옮겨 노화를 우리의 이야기로 생각하게 하는 작업과 함께 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안하는 참여 형식의 작업들을 선보인다. 관람료 무료.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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