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 상무(1)
김세훈 상무가 수소차 넥쏘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장 인터뷰

[스포츠서울 노태영 기자]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장(상무)은 “(현대차그룹에서) 10년 안에 모든 내연기관 파워트레인(동력을 전달하는 일련의 기구)을 수소연료전지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상무는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사옥에서 이뤄진 한류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이제부터는 수소연료전지의 보급 확산을 본격적으로 할 것이다. 승용차 뿐만 아니라 트럭, 선박, 기차 등 모든 파워트레인을 무리없이 대체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상무는 국내 수소자동차 개발의 산 증인이다. 현대차그룹은 불모지였던 1998년에 처음 수소차 개발에 착수해 2001년 싼타페 수소차를 처음 개발했다. 그는 독일 아헨공과대학교에서 기계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강의를 준비하던 중 2003년 현대차로 영입됐다. 현재까지 수소차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수소차는 정의선 수석총괄부회장이 매일 보고를 받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이다.

“수소연료전지에 투자를 왜 계속하는지, (국내에서) 현대차만 왜 수소차 개발에 집중하는지 등 그런 질문은 더 이상 안 했으면 좋겠네요.”

매일 편견과의 싸움이었다. 김 상무는 수소연료전지가 자동차 뿐 아니라 에너지 분야에서 핵심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무엇보다 전세계적으로 화두인 친환경을 위한 연비 규제 때문이다. 그는 “유럽연합(EU)는 당장 내년까지 제조사들이 연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g/km을 넘지 말아야 한다. 자동차 업계에서 이를 맞추려면 약 27% 연비를 개선해야 되는데 일반 내연기관은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는 2025년 81g/km에 이어 2030년 59g/km으로 점점 강화된다. 디젤 엔진이 주축인 유럽의 경우 최근 전기차에 집중하는 것도 하이브리드차나 수소차에 대한 기술력이 낮기 때문인데 (전기차 선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승용차의 경우 전기차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김 상무는 이성적·논리적으로 “배터리로 모든 모빌리티에 대한 대응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승용차 외에 승합차, 중대형차, 화물차, 버스, 기차, 선박 등은 무한정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가 없다”며 “가령 기존 40t 트럭을 전기에너지로 500㎞를 달리게 하려면 배터리 무게만 8t 정도가 된다는데 이럴 경우 물건 실을 공간도 없을 뿐더러 충전 시간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 상무(2)
김세훈 상무가 수소차 넥쏘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

결국 미래 에너지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수소’라는 신념이다. 그는 “이미 우리는 알게 모르게 수소의 혜택을 보고 있다. 매일 먹는 모든 농작물은 암모니아 비료를 사용하는데 이 암모니아를 만들기 위해 수소와 질소를 이용한다. 하루에도 어마어마한 양의 수소를 이용하는 셈이다”며 “IAEA(국제 원자력 기구)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1억t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수소에너지는 갑자기 뚝 떨어진 게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2013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차인 투산 ix35를 내놨다. 일본 토요타 수소차 미라이보다 1년을 앞섰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웃지 못할 일도 많았다. 김 상무는 “우리가 제일 처음 수소차를 양산했지만 전용모델도 아니고 해서 홍보를 크게 안했다”며 “다음해에 토요타 미라이가 세계 최초 연료전지 세단이라고 발표했다. 지금도 해외에서는 미라이가 최초 양산형 수소차인 줄 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후 2016년 혼다가 세계 최초 5인승 연료전지 세단을, 2018년 다임러 그룹이 세계 최초 연료전지 플러그인 모델을 잇따라 발표했다.

김 상무는 그동안 몇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2008년 연료전지에 대한 국가 보조금 줄어서 힘들었다. 중국 등 전세계적인 이슈였지만 지원금이 안 나오면 차도 못만들고 연관된 부품 공급자들과 수많은 연구원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며 “위기를 계기로 2013년 수소차 양산을 밀어붙였다. 그동안 쌓아놓은 인프라와 기술력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연료전지사업을 포기하면 아무 곳도 안 하지 않겠나”라고 아찔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앞으로 갈 길은 멀다.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은 큰 숙제다. 무엇보다 정부의 체계적 지원이 절실하지만 당국자들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7년 기준 전세계 약 240개 수소충전소 중 일본은 92개의 충전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110곳 이상으로 늘렸다. 한국은 21곳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국제 기준에 맞는 충전소는 손에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 관계자는 솔직히 수소연료전지에 대해 잘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보여주기 위한 충전소 개수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더 늦기 전에 충전소 기술 개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국내 수소충전소 관련 업체들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세계 수준의 해외 업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수소차 넥쏘를 만들어 유럽에 보냈더니 현지에서 충전이 안 됐다. 당시 국내에 있던 수소충전소가 국제 표준에 맞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현재 마북연구소에는 국제 표준에 맞는 수소충전소를 지어놨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현대차그룹의 미래에 대해 한 마디 남겼다. 그는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고 또 앞으로 더 발전시킬 것이지만 우리가 만든 차량에만 사용하기에는 한 마디로 ‘기술확장성’이 없다”며 “유럽 등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수많은 전세계 업체들에게 우리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팔고 싶고 그렇게 할 것이다. 앞으로 글로벌 시스템 업체로 변모하는 과정을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factpoe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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