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야구장 실내연습장
사직구장 불펜쪽에 위치한 실내연습장. 낮은 천장과 협소한 공간에서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모든 선수들을 수용할 수 없어 조를 나눠 훈련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 사직 | 서장원기자 superpow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한화가 제2구장으로 활용 중인 청주구장에선 지난 16일 어이없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경기 도중 조명탑 오작동이 일어나 경기가 약 5분 가량 지연된 것. 프로야구가 열리는 야구장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청주구장의 열악한 환경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나아진 게 없었다. 청주구장 사태를 바라보며 한켠에 떠오른 곳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롯데의 홈구장인 사직구장이었다.

청주구장의 낙후된 시설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선수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할 라커룸은 너무 협소해 활용가치가 떨어지고, 원정팀 더그아웃 천장은 너무 낮아 언제든 부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온수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샤워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청주구장 경기수를 현재보다 더 늘려야한다고 주장해온 지역 언론이 직접 청주 구장을 방문한 뒤 너무나도 열악한 시설에 깜짝 놀랐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매년 청주구장에서 경기를 치를 때마다 지적되는 문제들이지만 개선된 건 없었다. 이번 조명탑 고장 사태도 ‘몇 경기만 치르면 끝이다’라는 안일한 태도가 낳은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이다. 한화 선수단은 다른 원정경기보다 못한 환경 속에서 홈구장의 이점을 전혀 누리지 못한 채 매년 경기를 치르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때 내놓은 신축 구장 건설 공약은 선거가 끝난 뒤 자취를 감췄다.

청주구장 시설 논란을 보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곳은 사직구장이다. 청주구장 못지않게 오래되고 낙후된 사직구장도 ‘구도(球都) 부산의 심장’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은 열악한 시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청주구장은 1년에 7경기만 치르는 곳이지만 사직구장은 엄연한 롯데의 제1홈구장이라는 데서 심각성은 더욱 크다. 비가 올때마다 더그아웃 천장에서 물이 줄줄 새 바닥에 웅덩이를 이루는 건 이젠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최근엔 강백호(KT)가 수비 도중 1루 펜스 쪽 뾰족하게 튀어나온 구조물에 손바닥이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문제가 커지자 부랴부랴 시설 점검에 들어가 보수 작업을 했지만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사직구장 실내연습장 천장
사직구장 실내연습장 천장. 상단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조물이 튀어나와 있다. 사직 | 서장원기자 superpower@sportsseoul.com

1루쪽 불펜 뒷편에 위치한 실내연습장을 보고 있자면 한숨이 나온다. 장소는 너무나도 협소하고 천장은 지나치게 낮다. 당연히 모든 선수들이 한꺼번에 훈련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어쩔 수 없이 조를 짜고 시간을 쪼개서 활용해야하는 비효율적인 훈련을 할 수 밖에 없다.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자가 실내연습장을 찾았을 때 “천장이 낮아 타격 훈련을 하는 선수들이 때리는 타구의 질이 좋은지 나쁜지 파악할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농담처럼 한 말이었지만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실내연습장 입구에서 바라본 천장엔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조물이 위험천만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신체 접촉이 이뤄지지 않을 위치이긴 하지만 불안해보이는건 매한가지다.

사직구장은 매년 조금씩 리모델링을 해왔다. 하지만 기본 구조물을 그대로 두고 진행하는 리모델링으로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구조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신축 구장 건립에 대한 이슈가 매년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부산에서 신축 구장 건립은 선거철 유권자 표심 잡기에 활용되는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주기적으로 이슈가 되고 사고가 터지면서 롯데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낙후된 시설과 부진한 성적이 겹쳐 팬심이 떠나고 있는 상황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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