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승민-한동희
롯데 2군에서 재활을 노리는 투구 구승민(왼쪽)과 내야수 한동희. 김도훈, 최승섭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롯데 양상문 감독의 ‘아픈 손가락’과 같은 투수 구승민(29)과 내야수 한동희(20)가 2군에서 힘겨운 자기 자신과 싸움을 하고 있다.

둘은 지난 5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나란히 1군에서 말소됐다. 하지만 롯데의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선발 투수들이 6월에 이어 7월에도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불펜진이 흔들리고, 팀 타선이 침체에 빠지면서 탈꼴찌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선발 투수진은 지난달 팀 방어율 1위(3.20)를 기록한 뒤 이달 초 다시 흔들렸지만 15일까지 지난 5경기에서 방어율 2.70으로 다시 안정 궤도에 들어섰다. 그러나 들쭉날쭉한 불펜진이 문제다. 구승민이 빠진 뒤 지난 8경기에서 23.2이닝 동안 16실점 하면서 방어율 6.08로 10개 팀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롯데 우완 구승민은 올 시즌 베테랑 손승락을 밀어내고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2군에 내려가기 전 41경기에서 1승4패, 2세이브, 6홀드, 방어율 6.25를 기록했다. 강력한 포크볼을 앞세워 5월까지 승부처에서 소방수 구실을 곧잘 해왔지만 6월 이후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다. 6월에만 방어율 8.00으로 추락했다. 시속 140㎞ 후반대를 찍은 초반과 다르게 평균 4~5㎞ 구속이 떨어지면서 위력이 반감됐다. 양 감독과 주형광 투수코치는 고심 끝에 구승민을 2군에 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구승민은 2군 퓨처스리그 경기엔 참가하지 않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구승민의 화두는 최상의 구속을 회복하는 것이다. 전반기에 홀로 부담스러운 경기를 많이 챙겼는데, 코치진은 구승민이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겼다”며 “구속이 아무래도 체력과 연관된 게 많다. 코치진은 애초 구승민에게 경기 출전보다 웨이트트레이닝 등에 더 집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구승민은 2군에서 불펜 투구로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어느 때보다 웨이트트레이닝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 스스로 최대한 이르게 경기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크나, 이럴 때일수록 지난 전반기를 돌아보면서 후반기를 대비해 최상의 구위를 되찾겠다는 의지 하나로 버티고 있다.

한동희도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2군 생활 중이다. ‘한동희 키우기 프로젝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 감독이 롯데 미래를 대비해 주전 6번 타자 3루수로 길들인 한동희는 올 시즌 42경기를 뛰었지만 잦은 수비 실수와 더불어 타율 0.226(133타수 30안타) 7타점에 그쳤다. “이미 1군에 적응된 선수”라면서 부진에 빠졌을 때도 더그아웃에 남겨두고 대타로 기용한 양 감독은 끝내 한동희마저 2군에 보냈다. 성실함은 기본, 유연성만큼은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는 한동희는 기술적인 문제보다 부담이 커지면서 심리적인 문제가 더 큰 것으로 코치진은 여겼다. 2군에서 타격감을 되찾는 대로 1군 콜업하겠다는 생각이다. 2군으로 내려간 뒤 퓨처스 2경기를 뛴 그는 그러나 눈에 띌만한 기록은 없다. 지난 9일 상무전에서 홈런포를 때리면서 3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지만 이틀 뒤 삼성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구승민과 한동희의 여름은 그 누구보다 뜨겁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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