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전 역투펼치는 김기훈[포토]
KIA 선발투수 김기훈이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KIA타이거즈의 주중 3연전 두번째 경기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독특하다. 초반에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7회 1사 후 안타를 내줬을 때에는 관중석 전체에 탄식히 흘렀다. KIA 특급 신인 김기훈(19)이 프로 데뷔 9번째 등판 만에 위력을 증명했다.

김기훈은 26일 고척 키움전에 선발등판해 6.2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만 내줬다. 이날 던진 100개의 공 중 1, 2회에 43개나 던졌는데 이후 7회말 1사 2루에서 임병욱에게 사구를 내줄 때까지 볼넷을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4.2이닝 동안 57개를 던지며 삼진 4개를 잡아냈고 볼넷 4개를 허용했다. 이 볼넷 4개가 모두 1, 2회에 집중됐고 특히 1회에만 3개를 헌납했다. 냉정하게 보면 긴장이 채 풀리지 않은 경기 초반을 제외하고는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난 키움 타선을 완벽히 봉쇄한 셈이다.

키움전 역투펼치는 김기훈, 1회말 만루위기를 넘겨라[포토]
KIA 선발투수 김기훈이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KIA타이거즈의 주중 3연전 두번째 경기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1회말 3연속 볼넷으로 만루위기에 몰렸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지난달 12일 제구 난조로 2군에 내려간 김기훈은 곽정철, 양일환 코치의 집중 지도로 멘탈을 가다듬었다. 제구 난조는 급한 상체 움직임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힘이 아닌 회전력으로 투구하는 게 볼끝을 살리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퓨처스리그(2군) 등판을 통해 경험하며 자신감을 가졌다. 실제로 퓨처스리그에 내려간 이후 선발로 나선 3경기에서 16이닝 동안 11개의 볼넷을 내준 김기훈은 지난 19일 KT전에서는 6이닝 동안 탈삼진 9개를 곁들이면서도 단 한 개의 볼넷도 내주지 않았다. KIA 박흥식 감독대행이 홍건희의 선발등판을 뒤로 미루고 김기훈을 불러 이날 경기에 투입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김기훈은 1회말 김규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산뜻하게 출발하는 듯 하더니 김하성과 이정후, 박병호에게 3연속타자 볼넷을 내줘 누를 꽉 채웠다. 하지만 장영석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보낸 뒤 박동원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고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1-0으로 앞선 2회말에도 1사 후 이지영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줘 ‘제구불안을 다듬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2회에도 추가 진루없이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창진의 3점홈런이 터진 3회부터는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직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가미해 힘으로 키움 타자들을 제압했다. 6.1이닝 동안 노히트 행진을 이어가던 김기훈은 7회 1사 후 박동원에게 이날 첫 안타인 좌중간 2루타를 내줬다. 임병욱에게 사구를 내줬지만 이지영을 삼진으로 돌려세우 투구수 100개를 채웠다. 임기준이 만루 위기를 막아내 감격의 데뷔 첫 승을 무실점으로 따냈다.

키움전 역투펼치는 김기훈[포토]
KIA 선발투수 김기훈이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KIA타이거즈의 주중 3연전 두번째 경기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이날 잡아낸 아웃카운트 20개 중 12개가 플라이였다. 김하성 박병호는 물론, 이정후와 박동원 등 콘텍트와 힘을 겸비한 타자들도 145㎞가 채 나오지 않은 김기훈의 빠른 공에 밀렸다. 플라이 타구가 많다는 것은 볼 회전이 빼어나다는 의미다. 이날 경기 전까지 KIA가 측정한 올시즌 김기훈의 직구 평균 회전수는 초당 47.02였다. 분당으로 단순환산해도 2821바퀴 돈다는 의미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볼끝이 좋은 투수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워싱턴의 맥스 셔저가 분당 2500번 회전하는 공을 던진다. 분당 2500번이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상위 7%에 해당한다.

회전이 많이 걸린 공은 그렇지 않은 공보다 공기 저항을 덜 받으니, 포수 미트까지 내려오는 궤적이 작을 수밖에 없다. 제 타이밍에 공을 맞히더라도 공 밑둥을 치기 때문에 플라이가 된다는 의미다. 김기훈의 이날 직구는 평균 140㎞ 초반에 불과했다. 구위 하나만큼은 인정할 만 하다는 의미다. 김기훈은 “어릴 때부터 손목힘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승택 선배님의 사인대로 포심을 믿고 던졌다. 야수 형들이 좋은 수비와 타격으로 승리를 따내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