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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픽사베이

[스포츠서울 유경아 기자] #프리랜서 웹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소득이 일정하지 않다. 결혼을 앞두고 목돈이 필요해 찾은 제1금융권 시중은행에선 대출을 거절당하고 2금융권인 저축은행을 찾았지만 소득이 일정하지 않고, 일정한 소득을 증빙할 수 있는 직장인 4대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끝내 대출을 받지 못했다. A씨는 결국 TV 광고나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던 ○○론, ○○캐시 등의 대부업체를 찾아가야 할지 고민 중이지만 2금융권 대비 두 배 가까이 높은 이자율이 부담이다.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만 적용됐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제2금융권에도 도입되면서 서민들의 금융 부담이 더욱 커졌다. 영세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주부 등 소득이 일정하지 않거나 증빙이 어려운 이들은 1금융권에서는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주로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을 찾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서민들의 재산을 늘리고 금융지원 강화를 국정과제로 한 문재인 정부가 ‘가계 부채’를 억제하려다 오히려 1·2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농·수·축·신협, 저축은행, 보험과 카드 등 2금융권에도 DSR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DSR은 대출자가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연간 소득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를 산정하는 비율을 말한다. 연간 소득에 대한 대출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일정수준 아래로 떨어뜨려 ‘가계빚’ 확대를 억제한다는 목표이지만, 그만큼 금융사에선 대출 심사를 종전보다 더 까다롭게 할 수 밖에 없다.

당국은 2금융권 관리지표를 도입하면서 업권별 상황에 따라 차등 적용키로 했다. 농협이나 수·축·신협 등의 상호금융은 오는 2021년까지 평균 DSR을 160%로 낮추고, 2025년까지 80%로 내리도록 했다.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은 90%, 보험 70%, 여전사는 60%를 목표로 한다.

금융권에선 영세 서민들을 위한 금융정책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2금융권 DSR 규제를 도입하면서 오히려 부작용으로 불법 사금융 풍선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저신용자에 대한 2금융권의 대출 심사는 더 까다로워졌다. 정부가 지난해 2월 법정 최고 금리를 24%로 낮추면서 대출 심사가 더 강화된 것이다.

한 대형저축은행에서 여신 상담을 하고 있는 A씨는 “법정금리가 낮아지면서 대출 부결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면서 “유명 저축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워 지자, 대부중개업체에서나 소개받을 수 있는 이름 모를 금융사에서 대출 받는 분들이 무척 많아졌다”고 말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의 ‘대부업·사금융시장 이용자 및 업계 동향 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대출 신청을 거부 당한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54.9%)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6년 16%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업권에서 담보대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대부업에서 이뤄진 신용대출은 12조7334억원, 담보대출은 8148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 20.9%씩 늘었다. 소득 증빙을 통해 이뤄지던 신용대출의 증가세는 당국의 규제 속에 줄어드는 반면 담보대출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yook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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