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윤형기자]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대표 양현석과 그의 동생 양민석이 쏟아지는 각종 의혹에 '사퇴'라는 카드를 내던졌다. 그러나 여전히 YG 최대 주주는 양현석. 문제의 핵심을 풀지 않는 논점 흐리기식 해명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2일 '디스패치'는 YG 소속 보이그룹 아이콘 비아이가 2016년 마약 범죄 의혹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비와이가 2016년 8월 대마초, LSD 등을 불법 사용한 정황을 포착했음에도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비아이는 "부적절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 잘못된 언행 때문에 크게 실망하고 상처받았을 팬 여러분과 멤버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며 팀을 탈퇴했다. YG와의 전속 계약도 해지했으나, 마약 투약 의혹에 관해서는 부인했다.


이후 온라인 매체 '이데일리'는 13일 비아이 마약 의혹과 관련해 공익 제보자인 인물 A 씨의 실명을 공개, 보도했다. A 씨로 알려진 가수 연습생 출신 한서희가 제출한 자료에는 비아이의 마약 투약, YG-경찰 유착 등 각종 의혹과 관련된 증거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실명 공익신고였으나 언론은 앞다퉈 '한서희' 이름 석 자를 보도했다.


실제로 한서희는 해당 보도가 나간 이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신상 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명이 보도된 것. 별도의 공지 없이 방송사 취재진이 자택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이에 한서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당황스럽고 무서운 건 사실"이라며 "이 사건은 제 인성과 별개로 봐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저에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공익 제보자의 신변이 최우선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비실명 대리신고로 된 부분이면 공익 신고자가 신상 공개에 동의한 상황이 아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어 관련 부서에서 검토 중이다"라며 신상 공개에 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 가운데 양현석은 14일 YG 공식 블로그를 통해 "오늘부로 모든 직책과 업무를 내려놓겠다"며 "입에 담기도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이 무분별하게 사실처럼 이야기되는 지금 상황에 관해 인내심을 갖고 참아왔다. 하지만 더 이상은 힘들 것 같다"고 사퇴 소식을 전했다.


그는 "더 이상 YG와 소속 연예인들, 그리고 팬들에게 저로 인해 피해가 가는 상황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찰 수사에서 모든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서희가 주장한 강압적인 진술 번복 요구, 증거 인멸에 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후 양현석의 동생 양민석 또한 내부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대표이사 사임을 알렸다.


수사는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경찰은 비아이 마약 거래 의혹을 시작으로 전면 수사를 공식화하고 전담팀을 꾸렸다. 그러나 비아이의 팀 탈퇴, 양현석의 사퇴는 '버닝썬' 사태로 빅뱅과 안녕을 고한 승리와 묘하게 닮아있다. 이것은 대중과 언론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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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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