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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한진칼 전무. 사진|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복귀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그의 복귀는 지난해 4월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으로 물러난 지 1년 2개월 만이다.

이를 두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이 시점에 경영복귀를 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이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그를 경영 일선에 다시 부른 것은 그만큼 경영권 방어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것을 인지하고, 강성부 펀드 KCGI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관측된다.

특히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한진 오너일가의 상속 지분 확보부터 해야 한다. 이 때문에 그룹 총수를 맡고 있는 조원태 회장이 상속세와 관련해 충돌하는 내부 이견을 서둘러 정리하고 조 전무를 경영일선에 복귀시켜 우호군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이다.

10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조 전무는 앞으로 한진그룹 사회공헌 활동과 신사업 개발을 전담할 예정이다. 앞서 조 전무는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 전까지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전무로 일한 바 있다.

조 전무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한진칼 사옥 사무실에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측은 “조현민 한진칼 전무 및 정석기업 부회장은 고 조양호 회장의 강력한 유지를 받들어 형제간 화합을 토대로 그룹사의 경영에 나설 예정”이라며 “조 전무는 한진그룹에서의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공헌 활동 및 신사업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전무죄” 국민적 공분 여전…한진일가 법적소송중

하지만 조현민 전무가 맡게 될 새로운 보직을 놓고 비판여론도 심화되는 분위기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미국 국적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전무로 복귀하는 것은 과한 조치”, “갑질 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사회공헌을 담당한다는 사실 자체가 모순적”,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등 공분을 쏟아내고 있다.

그의 복귀를 놓고 ‘땅콩회항’ 사건을 일으켰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역시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지만 현재 조 전 부사장의 경우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함께 관세법 위반 혐의가 풀리지 않아 재판 결과에 따라 복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무는 물컵 갑질 사태와 관련해 폭행, 특수폭행 및 업무 방해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지난해 10월 검찰로부터 ‘공소권 없음’, ‘무혐의’처분을 받으면서 복귀와 관련한 법적 문제는 없는 상태다.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변호사(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는 “(조현아, 이명희 등 한진일가 갑질 사태로 인한) 국민들의 공분이 잦아들지 않았는데 슬그머니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행보는 적절치 못하다”면서 “물컵 갑질 행위의 경우 공소권없음,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여전히 한진일가가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사실상 상하관계에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해당 행위에 대해 계속적인 처벌을 해달라고 말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KCGI 공세에 삼남매간 합의로 경영권 방어

한진일가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여전한 상황에서 조현민 전무의 복귀는 그만큼 그룹 경영권 방어가 시급하다는 판단하에 내려진 결정이라는 시각도 많다.

최근 KCGI의 압박수위가 보다 강해지면서 한진그룹은 경영권 방어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KCGI는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 한진칼 지분 15.98%를 보유한 2대주주다. 이들은 한진칼 지분을 16% 가까이 끌어모은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법원에 고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 지급과정 및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회장 선임과정이 적법한지를 검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경영권 분쟁소송을 제기했다.

KCGI의 지분매입과 압박수위가 높아질수록 한진칼의 주가도 최근 2개월간 70% 이상 오르는 등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가 오를수록 조 회장에게는 상속세 부담이 커지게 된다.

7일 기준 한진칼의 평균 주가는 3만3118원으로, 조양호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17.84%(1055만3258주)를 곱하면 주식가치는 3495억원에 이른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상속일 전후 각 2개월간의 주식 평균 종가를 토대로 최고 상속세율(50%)과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을 반영해 산출하면 상속세는 약 2097억원에 달한다.

조 전 회장이 남긴 주식 지분 가운데 한진칼이 17.84%로 가장 많은데, 지난 2개월간 한진칼 주가가 70% 이상 급등하면서 조원태 회장 등 상속인들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 규모가 더욱 커진 셈이다.

상속세 부담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삼남매간 불화설도 흘러나왔다. 조양호 회장의 특별한 유언이 없기 때문에 선친의 지분은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5.94%, 삼남매간 상속 지분은 각각 3.96%씩 나눠가질 수 있게 됐다.

중요한 문제는 조 회장이 충분한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KCGI 공세에 대응해야하는 조 회장으로서는 가족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삼남매간 분쟁이 실제로 벌어지면 조현아, 조현민 자매가 상속받을 한진칼의 지분은 조 회장의 온전한 우호지분이 되지 못한다. 이 전 이사장 지분을 합해도 10%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불리하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경영일선에 복귀하려면 조원태 회장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한데, 사실상 남매간 합의가 이뤄진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면서 “실질적으로는 최근 KCGI의 공세가 심해진 것이 이번 경영 복귀와 관련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CGI가 계속해서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고, 소송 등으로 압박수위를 높이는 이유는 자본 수익률을 높이면서도 공격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다”라면서 “KCGI로선 조 회장이 회장이 된 절차 등에 대해서 문제삼고 소송을 거는 행위를 통해 더욱 자기쪽 우군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도 많이 확보한 상태다. 내년 주총까지 이런 여론이 강화된다면 한진일가로서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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