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글 양민희기자·영상 윤수경기자] 스물 셋, 꿈과 열정으로 가득 차 가슴 깊숙한 곳이 덥다 못해 뜨거울 나이. 영화 '조폭마누라'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에서 감초 조연으로 주목받았던 당시 배우 최은주의 나이는 그랬다.


하지만, 이후 영화 출연이 계속 무산되고 술과 수면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그에게 남은 건 우울증과 불어난 체중 뿐. 꽤 오랜 시간 동안 원치 않는 공백기를 보내야 했던 절망의 나날 속에서 그의 손을 잡아준 건 '스타 트레이너' 양치승 관장이었다.


지난해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 3개월 만에 15kg을 감량하며 머슬 대회를 통해 인생 제2막 시작을 알린 최은주. 각종 머슬 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연예인 최초로 세계 무대에 출전할 수 있는 프로 카드를 획득한 뒤 'ICN 월드 유니버스 챔피언십' 무대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됐다.


머슬계 전설을 써내려갔던 그가 1년만인 지난 26일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호텔에서 열린 'ICN 월드컵 챔피언십' 세계대회 비키니 부문 2연패 도전 소식을 우리에게 알려왔다.

◇무대 오르기 1시간 전, 기싸움 팽팽한 백스테이지 현장에서...


5월의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날. 헤어와 메이크업을 마치고 대회장으로 가는 차량에 몸을 실었다. 도착한 대기실은 출전하는 선수들의 분주해진 기싸움으로 그 열기가 더욱 후끈거렸다. 무대에 오르기 전 탄 바르기, 근육 펌프질부터 포징 연습까지 선수들은 준비할 게 까마득하다.


본격적으로 경연 준비에 나선 '머슬 여제' 최은주. 스승의 손길로 탄이 치덕치덕 발라진다. 비키니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탄탄한 몸매는 물론, 표정과 포징 등 뷰티 부분에서의 점수도 획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 지난해 이어 올해까지 더욱 무거워진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미션이 더해져 마음은 더욱 초조해졌다.


대회 이틀 전부터 밥은커녕 물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는 그는 마른 오징어처럼 수분을 쫙 뺀 몸 상태였다. 대회가 끝나고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수박 주스'라고 말할 정도로 몸에 수분이 부족한 상태. 갈증을 해소할 수 없어 물을 입에 넣고 헹구는 과정을 반복, 또 반복. 탄을 바른 몸으로 앉아 있을 수도 없어 몇 시간 동안 꼿꼿하게 서 있는 최은주를 보고 있는 이들의 마음은 찡했다.


자랑스러운 딸의 모습을 보기 위해 품 안에 한 다발의 꽃을 안고 대회장을 찾은 엄마는 걱정 반 기특한 마음 반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가장 높은 곳에서 이름이 불려지는 그 순간까지 잘 버텨주길 바라며. 무대에 오르기까지 1시간 전.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머슬퀸이 돌아왔다' 세계대회 비키니 프로 2연패를 노리다


지난해 비키니 부문에 도전했었던 그는 왕좌의 타이틀 경험을 안고 또다시 이 무대를 밟았다. 그래서일까. 부담감은 무거웠으나 워킹부터 포즈까지 자신감이 한층 묻어 나와 여유롭고 가벼웠다.


이미 '머슬 여제' 타이틀을 획득하고 1년이 지난 지금. 최은주의 몸을 이루고 있는 근육들은 더욱 빈틈이 없어졌고 생기가 넘쳤다. 세계 대회인 만큼 근질이 월등한 외국인 선수들이 많이 참석했음에도 경쟁에 뒤처지지 않는 몸매였다. 이를 직접 목격한 사람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정도.


"588번! 최.은.주."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 호명됐다. 배우 생활을 잠시 내려놓고 머슬 선수로 우뚝 선 그의 이름이 마이크에 울려 퍼지는 순간 객석 전체가 술렁거렸다. 어디선가 "아" 하는 탄식 소리도 들려왔다. 결과는 준우승이었다. 비록 모두가 염원하던 순위는 얻지는 못했지만, 대회를 나가기까지 매일매일 헬스장을 찾아 덤벨과 바벨로 몸과 마음을 단련했던 고통의 시간들이 그에게 남긴 건 그 무엇보다 값질 터였다.

◇"상금 100만원으로 닭가슴살 회식할래요~" 이제는 배우로 돌아갈 때.


새벽 2시가 가까운 시간. 모든 경기가 종료됐다. 무대 위에서 모든 걸 쏟아부은 최은주는 다리가 풀려 계단을 터덜터덜 내려오면서도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 시간 동안 본인을 기다려준 취재진들을 위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한 명 한 명 마음을 챙겼다.


가장 높은 곳에 오르지 못한 결과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조심스러운 질문에 "원래 3등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훨씬 좋은 결과를 얻었다"라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준우승 상금인 100만원으로 무엇을 할 계획인지 물었더니 응원해준 모든 분들을 초대해 닭가슴살 회식을 하고 싶다며 대회를 마친 순간에도 재치 있는 농담으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제는 머슬 선수에서 다시 본업인 배우로 돌아와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굳은 각오 또한 잊지 않았다.


ymh1846@sportsseoul.com


영상│윤수경 기자 yoonssu@sportsseoul.com


사진│이주상 기자 rainbow@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