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혜라 기자]법원이 지난해 11월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에 대해 당시 경찰의 초동 조치가 부실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국가가 피해 여중생의 가족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7부(오권철 부장판사)는 피해 여중생 A양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1억 8천여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이영학은 2017년 9월 30일 딸 친구인 A양을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다음 날인 10월 1일 낮 A양을 잔인한 방식으로 살해했다.

A양의 어머니는 9월 30일 저녁 딸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112에 실종 신고를 했다.

중랑경찰서 112상황실은 망우지구대와 중랑서 여성·청소년 수사팀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망우지구대 경찰들은 바로 A양의 최종 목격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후 지구대에서 A양 어머니가 이영학의 딸과 통화하는 것을 보고도 집중하지 않아 핵심 단서인 이영학의 딸을 자세히 확인하지 못했다.

출동 지령을 받은 여성·청소년 수사팀은 출동을 허위보고한 뒤 3시간 동안 사무실에 머문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초반에 이영학의 딸을 조사했다면 손쉽게 A양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경찰관들의 직무 집행상 과실이 A양의 사망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의무에 반해 범죄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는 데 불과한 국가를, 피해 결과를 직접 발생시킨 이영학과 동일시해 대등한 책임을 부과하는 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배라는 이념에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국가의 책임 비율은 전체 손해의 30%로 제한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이혜라기자 hrlee@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