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단지 다이빙의 매력에 매료돼 수중 탐험을, 유튜버를 시작한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해양 환경에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 '큰 그림'이 그가 수중 전문 유튜버로 변신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아나운서 출신 배우 최송현(37)은 지난해 3월 유튜브 채널 '송현씨 필름'을 열었습니다. 네모난 TV를 통해서 만나던 그가 새로운 자신을 보여준 곳은 푸른 바다. 멕시코, 미국 하와이, 태국 등을 찾아 직접 체험한 다이빙 투어로 해양 생물을 소개하는가 하면 다이빙 에티켓, 장비 리뷰 등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다이빙 풀에서 꼭 지켜야 할 주의 사항·예의', '상어 40마리와 한 시간 놀기', '돌고래 수십 마리와 수영하기', '남호주에서 만난 백상아리' 등 여러 콘텐츠를 들여다보면 자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연상될 정돕니다. 먹방, 뷰티 등 비교적 화려한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유튜버에서는 보기 드문 콘텐츠인데요.


에메랄드빛 바다의 정경과 고래, 상어, 산호초 등 해양 생물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 힐링타임을 선사하죠. 작은 체구의 최송현이 바닷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은 반전 매력을 물씬 풍깁니다. 최송현이 처음 스쿠버다이빙을 접한 건 2012년. 3년 뒤 스쿠버 다이빙 강사 시험에 합격했고, 이제는 배우, 아나운서, 다이버 강사, 유튜버 무려 네 단어가 최송현의 수식어가 됐죠. 그 자체만으로도 꿈 많고 야무진 '열혈 배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실제로 만나본 최송현은 역시 다이빙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고, 특유의 서글서글한 눈빛은 해양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땐 더 선명해졌습니다. 단정한 매무새와 안정적인 목소리, 정확한 발음은 그의 아나운서 시절이 오버랩되게 했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최송현을 만나 '송현씨 필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송현씨 필름'은 어떤 채널인가요?


'수중 전문 채널'이에요. 사실 처음엔 '수중 여행 영상 채널'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본업이 있다 보니 여행을 계속 다닐 수가 없고 경비가 만만치 않더라고요. 여행하는 걸로 계속 채우기 벅차서 다이빙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다시 말씀드리자면 해양 생물이나 환경 보존 등 수중에 관해 전체적으로 다루는 채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Q. 수중 전문 채널이라. 유튜브 세계에선 블루오션이네요. 시작할 때 고민되지 않았나요?


저는 오히려 그 점이 좋았어요. 먼저 시작해서 자리를 잡고 싶었죠. 다이빙이 대중적이지 않아서 채널 성장에 한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어요. 다이빙하시는 분들이 모두 구독한다고 해도 뷰티, 패션 쪽보다 구독자 늘리긴 어려울 거라고 느꼈어요.


제 창작 욕구를 펼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에요. 소수의 마니아가 좋아하더라도 우리끼리라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채널이길 바라는 마음이 커요.


Q. 어떤 채널로 성장하길 바라는지,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해양 환경을 보존하자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많은 분들에게 낯설고 먼 얘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언가를 보호하고자 한다면, 그 대상을 먼저 사랑하는 마음이 들게끔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애정이 생기면 아껴주고 싶은 마음이 들잖아요. 무조건 해양 환경을 보존하자고 목소리를 내면 거부감이 들 것 같았죠. 제가 바다에서 생물들을 만나면서 친근함을 드리면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Q. 스쿠버 다이빙이 생소한 분들을 위해 '입덕 포인트'를 알려준다면요?


물 속에 들어가면 '우주에 떠있으면 이런 기분일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동시에 바다라는 신세계가 이런 거구나 느끼게 되죠. 직접 들어가면 느끼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또 물속에서 자신의 숨에 집중하게 되거든요. 새로운 경험이죠. 살면서 내 숨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경우는 별로 없잖아요?


호흡이 중요해서 몰입하다 보면 속세가 떠오를 여유가 없어요. 물 밖 일을 잊게 되죠. 또 다이빙은 가는 곳마다 포인트가 달라서 매번 다른 걸하는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각 바다마다 해양 생물 등 풍경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Q. 다른 생물보다 상어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 보고 놀랐어요. 안 무서운가요?


제가 상어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사실 상어는 미디어에 의해 악마의 이미지를 갖게 된 가여운 생물이에요. 상어가 공격해서 사람이 사망한 경우는 드물어요. 이마저도 다른 생물로 오인해서 무는 것이고요. 인간이 포획을 해서 죽는 상어가 1년에 1억 마리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멸종 위기에 처했고요. 누가 더 포악한 건지 생각해야 될 것 같아요.


백상아리는 철장 안에 들어가서 봤는데, 나머지 상어들은 무섭지 않았어요. 상어마다 얼굴이나 특징이 달라요. 환도상어는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눈이 예쁘고, 레몬 샤크는 웃으면 이빨이 다 보여요. '썩소'를 날리는데 못생겼지만 귀여운 매력이 있어요.


Q. 스쿠버 다이빙에 어떤 매력을 느낀 건가요?


어렸을 때부터 관심사가 많았어요. 하지만 무언가에 끝까지 열정을 쏟은 건 없더라고요. 다이빙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이건 진짜 끝까지 해봐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돈이 아까워서라도 계속하지 않을까 싶어서 장비도 바로 샀죠. 수영장에서 교육받았을 때부터 재미가 있었고, 제가 노력하면 레벨업이 되고 자격증도 취득하게 되니 애정이 커졌어요.


Q. 기획을 넘어 편집도 혼자 하는데 영상미, BGM 선택, 자막 등 퀄리티가 좋더군요.


영상은 유튜브 보면서 배우기도 했고 학원도 따로 다녔어요. 일주일에 세 번씩 두 달 과정이었죠. 저는 뭘 안 하고 있는 걸 힘들어하는 편이에요.(웃음)


영상 찍고 완성까지 하려면 30~40번은 보는 것 같아요. 중간에 실수를 하면 되살릴 수 없는 경우가 있어서 질릴 때까지 보게 돼요. 그래도 오타가 생기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전에는 다시 업로드했는데 이제는 그대로 두고 있어요. 쿨하게 "사람인데 오타 날 수도 있지"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요즘엔 편집할 때 저장하기 단축키를 시도 때도 없이 눌러서 손가락이 아파요.


Q. 모험심이 많은 것 같아요. 바다 한가운데를 헤엄치고 생물들과 호흡하고요.


맞아요. 원래 물도 무서워하지 않았고, 남들이 많이 안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촬영 장소도 한국 분들이 잘 모르는 곳을 가요. 인터넷이나 SNS를 열심히 살펴봐요. 보고 싶은 생물이 있어서 열심히 검색하다 보면 자료가 나와요. 관련 여행 업체를 알아내서 이메일로 연락하고 궁금한 걸 물어보죠.


Q. 해외 촬영은 동행한 친구들이 도와주고 있다는데 감사 메시지를 전한다면요?


촬영 비용을 줘야 하는데 밥만 사주면서 저를 찍어달라고 하고 있네요.(웃음) 이젠 제가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해줘요. 늘 고마워요. 채널이 더 성장해서 제가 친구들 비행기 표라도 사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날이 올테니 날 떠나지 마!(웃음)


Q. '송현씨 필름'을 만들기 잘했다고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요?


어떤 구독자 분이 제 채널에 새 영상 올라왔다는 알람이 울리면, 하루가 행복하다고 하신 글을 봤어요. 퇴근해서 영상 볼 생각을 하면 남은 시간이 기쁘게 흘러간다면서요. 제 영상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뭉클해지면서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또 제 채널에 다이버 강사님들이 많이 오시고, 학생들에게 보여줘야 될 것 같다고들 하세요. 이럴 때면 기분이 좋죠.


Q.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빅이슈'에서 절절한 모성애 연기를 했어요. 눈물이 마를 새가 없더군요.


아무래도 체력 소모가 좀 크더라고요. 딸이 심정지가 와서 응급처치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간호사는 엄마인 제가 그 모습을 못 보게 하기 위해 커튼으로 아이 모습을 가리죠. 저는 주저앉고 힘들어해야 하는데, 슬픈 감정이 너무 크게 다가와서 힘들었어요. 제가 했던 그 어떤 작품보다 감정신이 많았지만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Q. 주진모 씨와 호흡은 어땠는지요.


보통 배우들은 다음 장면을 찍기 전 장난을 많이 치고들 하는데, 저희는 만날 때마다 싸우거나 울어야 했어요.(웃음) 선배가 굉장히 재미있는 분인데, 감정신이 많아서 생각만큼은 많이 못 놀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워낙 베테랑이셔서 함께 연기한 것만으로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Q. 마지막으로 배우로서, 유튜버로서 앞으로의 바람이 궁금해요.


배우인 만큼 계속 좋은 작품을 할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예능에서도 많이 활약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웃음) 얼마 전에 새 카메라 장비를 구입해서 5월에 다이빙 투어가 몇 개 예정돼있어요. 스케줄 때문에 몰아서 계획을 잡았거든요. 계속 새로운 콘텐츠 보여드리도록 노력할게요. 저와 함께 해주시고 있는 구독자분들 정말 감사드려요!






eun5468@sportsseoul.com


사진ㅣ이게은 기자 eun5468@sportsseoul.com. '송현씨 필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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