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캅스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형사물의 바이블 ‘투캅스’를 이을 만한 시원한 영화가 왔다.

그동안의 한국 영화에서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는 많았지만, 이들이 전면적으로 나서는 작품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두 여성 주인공이 작품을 이끄는 영화 ‘걸캅스’(정다원 감독)는 그런 의미에서 특별하다. 센 언니들이 사회악을 처리한다는 내용의 작품을 두고 일각에서는 젠더 이슈와 관련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린 ‘걸캅스’는 2019년 현재의 대한민국을 실감나게 담았다.

박미영(라미란 분)은 1990년대 여자 형사 기동대에서 활약을 펼친 인물이지만, 지금은 해고 0순위로 꼽히는 경찰서 민원실의 주무관이다. 박미영의 시누이 조지혜(이성경 분) 역시 열정 넘치는 형사지만 과한 열정으로 팀의 사고뭉치가 돼 민원실로 내려오게 됐다. 민원실에서 늘 티격태격했던 두 사람은 우연히 불법 촬영 영상을 유포당하게 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만나게 된다.

의사와 상관 없이 촬영된 영상이 48시간 이후 업로드를 예고하자 피해자는 차도로 뛰어들게 되고, 사건의 내막을 알게된 미영과 지혜는 경찰 내 모든 부서에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많은 사건으로 인한 인력 부족, 복잡한 절차 앞에 부딪혔고 결국 미영과 지혜가 비공식 합동 수사에 나서게 된다.

클럽 내 불거진 문제들, 마약 투약부터 불법 영상 촬영 및 유포 등 신종 디지털 성범죄 사건 등이 주가 되며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클럽 버닝썬 관련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걸캅스’는 3년 전부터 기획됐고 지난해 촬영이 완료된 작품이기에 시기를 탄 영화가 아닌 그동안 사회에 만연했던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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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걸캅스’ 스틸컷.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뻔한 내용이란 이야기도 있을 수 있지만 현실서 이같은 범죄가 통쾌하게 해결되지 못한 가운데, 영화에서 라미란과 이성경 콤비가 보여주는 짜릿한 한 방과 응징은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준다. 이어지는 사건, 사고에 피로를 느끼는 이들에게 작품을 보는 시간 만큼은 사이다를 마신 듯한 시원한 쾌감을 선물하는 작품이다.

또한 정다원 감독이 “처음부터 라미란을 생각하고 쓴 맞춤형 시나리오”라 말한 만큼 라미란의 저력이 빛난다. 데뷔 20년 동안 많은 작품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했던 라미란이 드디어 첫 주연을 맡아 자신의 내공을 쉼없이 발휘했다.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 있는 모습이 있을 수 있지만, 라미란 특유의 생활 밀착형 연기가 자연스럽게 풀어준다. 강도 높은 액션까지 거뜬하게 소화하며 ‘역시 라미란’이란 찬사가 나온다. 이성경도 열정 넘치는 형사의 모습을 그려내며 특유의 톡톡 튀는 매력을 발산했다.

특히 최수영의 활약도 돋보였다. 민원실 주무관이지만 깊은 과거와 해커 못지 않은 능력의 소유자 장미 역을 맡은 최수영은 무대 위 소녀시대의 모습을 제대로 내려놓고 변신에 성공했다. ‘최수영이 이렇게 연기를 잘 했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차진 욕설 대사와 코믹 연기를 소화하며 영화를 빛냈다.

‘베테랑’, ‘극한직업’ 등 이전 형사를 다룬 작품을 떠오르게 하지만, 그럼에도 시의적절한 현실이 제대로 반영돼 색다른 차별점과 복잡한 현실 속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작품이다. 러닝타임 107분. 15세 관람가. 오는 9일 개봉.

true@sportsseoul.com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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