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눈이 부시게'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며 막을 내렸다. 보는 이들에게 다시금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선물했다.


19일 오후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는 김혜자(김혜자 분)와 이준하(남주혁 분)의 신혼 생활을 비롯해, 김혜자가 시계에 집착할 수밖에 없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김혜자-이준하의 신혼 시절은 첫 아이 대상(안내상 분)과 함께하는, 서툴지만 사랑 넘치는 나날들로 채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김혜자는 이준하가 귀가하지 않자 다음날 일터를 찾았다. 동료 기자는 "정보부 쪽에서 정치부, 사회부 가릴 거 없이 다 잡아갔다. 제가 조사를 마치고 나와 준하도 나온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준하만 돌아오지 않은 거였고, 결국 김혜자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동료 기자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며 면회 기회를 마련해줬다. 이윽고 김혜자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준하는 얼굴 곳곳에 폭행당한 흔적이 가득했다. 김혜자는 "왜 당신이 여기에 있냐. 얼굴에 왜 그래"라며 오열했다. 이준하는 "오해가 있었나 봐.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라며 상황을 포장했다.


하지만 얼마 후 이준하의 사망통지서가 전해졌다. 유품을 전해 받은 김혜자는 이준하의 시계부터 찾았지만, 그 시계는 이준하를 괴롭힌 경찰(전무송 분) 손목에 있었다. 이 경찰은 김혜자가 과민반응을 보였던 옆 병실 할아버지였다.


대상은 어느날 김혜자가 병실에서 사라져 찾아 나섰다. 김혜자는 병원 근처에서 엉뚱하게도 눈을 쓸고 있었다. 김혜자는 대상에게 "우리 아들이 다리가 불편해 학교 가야 되는데 눈이 오면 미끄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신을 엄하게 대했던 어머니였지만, 그 뒤에서 몰래 자신을 케어하고 있던 걸 알아차렸기 때문. 대상은 김혜자에게 "아들은 그런 거 모른다"고 했지만 김혜자는 "몰라도 된다. 아들만 안 미끄러지면 된다"며 계속 눈을 치웠다.


극의 말미, 대상은 김혜자에게 "언제가 가장 행복하셨냐"고 질문했다. 김혜자는 "대단한 날은 아니고 난 그냥 그런 날이 행복했다"며 이준혁, 대상과 보냈던 소소한 일상을 떠올렸다. 그는 내레이션으로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다. 삶이 꿈에 불과하다지만 살아서 좋았다. 해질무렵 노을의 냄새, 어느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전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갈아입던 풍경도, 인생 끝자락에 다다른 김혜자에겐 당연한 것이 아닌 소중한 추억의 조각이었다.


'눈이 부시게'는 방영 초기 시간을 이탈한다는 판타지적 요소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종영을 앞두고 알츠하이머라는 대반전으로 치매 환자의 시각을 관통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동안 치매를 다룬 작품들에선 고통을 받는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졌던 게 대다수였던 바. 때문에 '눈이부시게'의 새로운 발상은 탄탄한 전개와 어우러져 더욱 호평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눈이 부시게'는 무거운 어깨로 현실을 살아가는 누군가들에게 공감대로 감동을 안겼다. 김혜자의 내레이션이 그랬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다.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다"


지친 심신을 어루만져줄, 이보다 더 진실된 표현이 있을까. '눈이부시게'는 마지막까지 시청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파고들었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JT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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