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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신동미는 KBS2 수목극 ‘왜그래 풍상씨’(이하 풍상씨) 합류를 처음엔 망설였었다. 그가 맡기로 예정된 이풍상(유준상 분)의 아내 간분실 역할은 극 중 이름처럼 간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감정의 오르내림이 심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주로 맡던 역할, 차가운 도시 여자의 이미지와 180도 다른 배역인데다 잘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촬영하는 매 순간이 도전이었고, 결과적으로 그의 선택은 옳았다.

신동미는 먼저 이 작품에 대해 “내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연극배우 출신으로 2001년 MBC 3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 다수 영화와 드라마에서 안정된 연기 실력을 보여온 그는 ‘왜그래 풍상씨’로 재평가받았다.

“연기를 대하는 자세, 선입견을 바꿔준 작품이다. 스스로 그었던 연기의 벽을 넘었다. 항상 최고가 되고 싶었는데 최고가 되려면 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작품에 정말 최선을 다했다.”

가족 드라마 대가 문영남 작가의 작품은 배우들에게 쉽지 않은 도전과제다. 애드리브가 거의 허용되지 않는데다 대사량도 많다. 신동미는 “예전엔 상대배우에게서 감정을 찾았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스스로의 대사에서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대사와 지점을 만날 때마다 문영남 작가의 작품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문 작가의 작품은 상황이 주는 힘도 있지만 대사가 주는 힘이 어마어마하더라. 대사를 하면서 울컥해 우는 장면이 많았는데. 정말 대사에서 힘을 받지 않으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동안 몇타임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 매 시간마다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아직 간분실 역할에서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 듯 보였다.

이에 대해 그는 “내가 이렇게 잘 울 줄 몰랐다. 원래 부자집, 가방 끈 긴 역할을 주로 해왔다. 조선시대 분장을 해도 개화기 여성의 서구적인 느낌이 난다는 평가를 받았다. 목소리도 허스키해서 현실 엄마 같은 느낌을 내는게 쉽지 않다. 그런데 그런 역할이 아니어도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해낼 수 없어 보였던 연기를 해내니 큰 산을 넘은 거 같다”고 말했다.

“걱정을 많이 하면서 연기를 했다. 끊임없이 감독님, 배우들에게 물어보며, 걱정하며 연기했다. 감독님이 ‘네 자신을 믿어’라고 해주신 게 도움이 됐다. 스스로 모니터링을 해보니 ‘어, 내가 이런 게 되네’라고 놀라는 지점이 있었다. 내 자신에 확신이 없었기에 오히려 간분실 역할을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원래 암기력이 뛰어난 편이지만 이번엔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연구하고, 몰입했다. “원래 대본을 빨리 잘 외운다. 해석을 할 때 생각도 빠르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열심히 대본을 봤다. 항상 대본과 함께 잠들었다. 내 목소리를 녹음한 걸 들으며 노래 외우듯 대본을 외웠다. 이 정도까지 두려움에 떨며 절실하게 한 적이 있었나 싶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뭔가 더 찾으려 하고, 발 딛고 일어서려 하게 되더라. 상황이 그래서 운이 좋게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문영남 작가의 작품에는 ‘막장극’이라는 꼬리표가 달린다. 그러나 신동미는 “막장극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고 강조했다.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다 갖다 넣어서 보는 분들이 힘들었을 뿐, 왜 막장극이라고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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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최근 ‘왜그래 풍상씨’를 비롯해 ‘하나뿐인 내편’ 등 가족극들이 다시 저력을 발휘하는 데 대해 “한동안 법정, 수사 등 장르극들이 유행했는데 요새 세상에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도 필요해서 흐름이 또 바뀌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유준상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최고였다”며 흡족해했다. 그는 “오빠가 아니었으면 간분실을 연기할 수 없었다. 이 작품을 하게 된 것도 유준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말 시상식에서 다른 건 말고 베스트커플상은 노린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유준상과 함께 출연한 5번째 작품이었다. “당분간은 함께 안하기로 했다. 지금 이 여운을 가져가겠다. 나중에 시간이 지난 뒤 오빠와 다른 좋은 작품을 해보고 싶긴 하다.”

실제 남편은 어떤 사람일까. “남편 허규(뮤지컬 배우, 2014년 결혼)는 집에서 ‘허린이’라고 부른다. 남편들은 원래 복장 터지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웃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남편이 간이식을 해달라고 하면 해줄 수 있을까. 신동미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해주겠다.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써달라. 안해준다 그러면 싸울 거 같다”며 웃었다.

monami15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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