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양상문 감독, 선수들 살피며 시즌구상[포토]
2003년에 이어 다시 롯데 감독으로 임명된 양상문 감독이 14일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치러지는 2019시범경기 키움과-롯데의 시즌 첫 경기에 앞서 훈련하는 선수들을 살펴보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반짝 이슈로 끝날까, 리그 트렌드가 될까.

2019시즌 KBO리그는 각 구단의 새로운 시도로 개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타선에서는 키움 박병호를 필두로 중심 타선에 배치돼야할 강타자를 2번 타순에 배치하는 ‘강한 2번’ 전략을 구사하는 팀이 대세를 이뤘다. 박병호는 2번 타자로 출전한 첫 시범 경기에서부터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2번 타자 홈런왕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한화와 삼성도 중장거리형 타자 송광민과 구자욱을 일찌감치 2번 타자로 활용하기로 결정하고 시범 경기에서 테스트를 하고 있다. 콘택트 능력에 장타력까지 겸비한 타자를 앞에 배치함으로서 경기 초반 선취점을 내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전략이다.

타선 뿐만 아니라 마운드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롯데와 한화가 올시즌 이른바 ‘1+1 선발’을 활용하겠다고 공언해 성공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 팀이 내세운 1+1 선발은 메이저리그에서 유행한 ‘오프너’ 전략과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 오프너는 강력한 불펜 투수가 경기 첫 번째 투수로 등판해 1~2이닝을 막아주는 방식이지만 롯데와 한화가 내세우는 첫 번째 투수는 기본적으로 선발 자원으로 분류돼 있는 투수들이다. 무조건 짧은 이닝만 소화하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피칭 내용이 좋으면 더 긴 이닝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오프너 전략과의 차이점이다.

1+1 선발 전략의 서막은 롯데가 먼저 열었다. 올해 브룩스 레일리와 제이크 톰슨 두 외국인 투수에 김원중, 장시환까지 4명의 선발을 고정한 롯데는 나머지 한 자리를 5선발 경쟁 중인 자원들을 조별로 묶어 경기에 내보내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롯데에서는 송승준, 김건국, 윤성빈, 박시영 등이 선발 로테이션 진입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이들을 2명씩 한 조로 묶고 한 조가 각자 3~4이닝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먼저 등판한 조는 이후 엔트리에서 빠지고 다른 조가 다음 5선발 차례 때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치른다. 이 방식대로라면 조별로 10일 간격으로 경기에 투입돼 1군 등말소 기간(10일)과도 들어맞는다.

[포토] 한화 한용덕 감독, 시범경기에서...무엇을 보여줄까?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이 12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있다. 2019.03.12. 대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상대적으로 선발진이 약한 한화의 1+1 선발 전략은 가용 범위가 더 넓다. 확실하게 고정된 자리는 워윅 서폴드, 채드 벨 두 외국인 투수 뿐이다. 토종 투수들이 맡아줘야할 나머지 3자리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 1+1 선발이 가동된다. 표면적으로 김성훈, 김재영, 박주홍이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 있지만 김재영을 제외하곤 김성훈과 박주홍은 선발 경력이 일천하다. 특히 올해 프로 2년차인 박주홍은 선발 투수로는 첫 시즌을 맞는다. 선발로서 자질은 풍부하지만 경험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이 시즌 도중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염려한 한화 한용덕 감독은 고심 끝에 어린 선발 투수 뒤에 경험 많은 투수들을 붙이는 전략을 내세웠다. 선발 경쟁에선 밀려났지만 풍부한 선발 경험을 갖고 있는 장민재, 안영명, 김범수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롯데와 한화가 그간 KBO리그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1+1 선발 전략을 내세운 이유는 경험이 적은 선발 투수들이 조기에 무너졌을 때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5선발까지 믿음직한 투수들로 구성돼 있다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1+1 선발을 투입할 이유가 없다. 두 팀 모두 기본적으로 선발 경험이 부족한 투수들이 많기에 불가피하게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최선이 아닌 차선이란 의미다.

그럼에도 나머지 구단의 시선은 롯데와 한화에게 쏠리고 있다. 대부분의 팀에 믿음직한 선발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화와 롯데의 1+1 선발 전략이 성공으로 귀결된다면 선발 자원이 부족한 다른 구단도 1+1 선발 운용을 고려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젊은 선발 자원들에게 더 많은 등판 기회가 돌아가기 때문에 이들의 성장에 속도를 붙일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강한 2번 타자와 더불어 2019시즌 KBO리그의 새로운 관전포인트가 된 1+1 선발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켜볼 일이다.

superpower@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