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산상설교
칼 하인리히 블로흐가 그린 성경속의 산상설교 장면. 덴마크 코펜하겐의 프레데릭스보그 성 역사박물관 소장.

[스포츠서울] 예전에 군에서 근무했을 때다. 야전교범에 의하면 권총 장전하는 소리는 최대 500m 밖에서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이 조용히 걷는 발걸음 소리는 40m 밖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데 날씨에 따라 더 먼 거리의 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많다. 은밀한 군 작전을 수행할 때 소리는 매우 민감한 요소이다. 따라서 야전 지휘관들은 어떤 날씨에 더 소리가 퍼져 나가는지를 알아두면 좋다.

성경을 읽다 보면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예수는 산상설교만 한 것이 아니었다. 보통 때는 산 위에서 군중들을 내려다보며 설교를 했지만, 어떤 때는 갈릴리 바닷가의 배 위에서 언덕에 모여 있는 군중들을 올려다보며 말하기도 했다. 고성능 스피커가 발달한 요즘에야 장소와 군중 수와 관계없이 편하게 연설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오직 육성으로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기에 예수처럼 기상학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수천의 군중에게 연설하기란 사실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소리는 밀도가 다른 매질을 통과할 때 밀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굴절되는(진행하는) 특성을 가진다. 날씨가 좋은 고기압권내에서의 낮에는 태양열을 받은 지표면부터 더워진다. 그러나 지표면 상공의 공기는 상대적으로 차가운 상태이다. 이러한 경우 소리는 공기 밀도가 낮은 지표면 쪽에서 공기 밀도가 높은 상공 쪽으로 퍼져 나간다. 하지만 밤에는 지표면부터 먼저 열이 식기 때문에 낮과 반대로 소리는 상공에서 지표면 쪽으로 잘 퍼져 나간다. 지표면이 차고 상공이 따뜻한 기상 상태는 기압골이 들어오는 때와 비슷하다. 기상학적으로 추측하여 보건대 예수님이 산상설교를 했던 날은 기압골이 들어오는 날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배 위에서 설교했던 날은 고기압 영향하의 맑은 날씨였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으로 입조심을 경계한 것도 날씨의 영향을 알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즉 소리가 공중으로 잘 퍼져 나가는 낮에는 공중을 나는 새가 소리를 잘 들을 것이고, 반대로 밤에는 소리가 지표면으로 잘 전달되기 때문에 땅 위의 쥐가 소리를 잘 듣는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이와 비슷한 속담으로 ‘벽에도 귀가 있다’는 말이 전해진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여 있더라도 누군가 듣고 있을지도 모르니 항상 말조심하라는 것이다.

<케이웨더예보센터장>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