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 놀라운 신드롬이었다. 지난해 11월23일 첫 방송된 이후 20회 종영을 앞둔 현재까지 대한민국 모든 이슈의 중심에 선 드라마가 있다. 바로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이다.


대한민국 학벌주의를 상징하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들이 구축한 '그들만의 성'을 뜻하는 제목 'SKY 캐슬'을 내건 드라마는 우리나라 최상류층의 부·명예·권력에 대한 집착과 이를 영구히 대물림하려는 욕망에 동원되는 자녀 교육 풍토와 현행 대학입시 제도의 문제점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며 돌풍을 시작했다.


일부 상류층 자녀의 고액 입시코디 행태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면서 이를 통해 고상한 그들의 추악한 거짓말들을 하나하나 벗겨내고, 석연치 않은 죽음과 사고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서스펜스까지 버무려 내면서 시청자들이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수많은 화제와 패러디를 남기며 인기를 끈 'SKY 캐슬'이 오늘(1일)을 끝으로 20회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10주간 'SKY 캐슬'이 남긴 발자취들을 총정리했다.


◇ 시청률 1.7%→23.2%…비지상파 드라마 새 역사


'SKY 캐슬'의 뜨거운 인기는 수치로 입증됐다. 1%대에서 20%대라는 극적인 시청률 상승을 이루며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 새 역사를 썼다. 지난해 11월 23일 첫 방송 당시 1.7%의 미미한 시청률로 출발한 'SKY캐슬'은 별다른 드라마 홍보도 없이 10회 만에 10%를 넘어섰고, 18회에 22.3%를 달성, tvN '도깨비'(20.5%)를 제치고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에 등극했다.


무려 2년 동안 깨지지 않던 기록이다. 여기에 19회에는 23.2%를 돌파,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자체 경신하며 뜨거운 상승세를 이어갔다. 순전히 "봤니? 봤어?"라며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간 구전효과가 이뤄낸 성과다.


톱스타와 연출진의 유명세를 앞세웠다가 첫방보다 낮은 시청률로 종영하는 드라마가 부지기수인 방송가에서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나날이 뒷심을 더한 시청률 역주행은 빈틈 없이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눈부신 열연이 만들어 낸 '콘텐츠 자체의 힘'이었다.

◇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SKY 캐슬' 패러디 열풍


'SKY 캐슬'의 인기를 신드롬이라 칭하는 것은 비단 시청률 때문만이 아니었다. 대중의 뜨거운 관심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매회 방송과 함께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것은 물론, 'SKY 캐슬' 속 등장인물들의 성대모사, 커버 메이크업 등이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됐다.


특히 '쓰앵님', '아갈머리', '짭버드'부터 극중 카리스마를 전담한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 선생 역 김서형의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예서는 멘탈이 약한 아이입니다" 등의 찰진 대사와 독보적인 캐릭터는 각종 패러디를 양산해냈다.


KBS2 '개그콘서트'에는 'SKY 캐슬'을 패러디한 'SKY 캔슬'이 신설됐고, 서장훈, 김영철, 여자친구, 우주소녀, 태연 등 스타들도 예능과 개인 SNS를 통해 드라마 패러디를 선보여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또 출연진들의 복장부터 목소리, 억양 등을 완벽하게 따라한 유튜버들은 높은 동영상 조회수를 기록하며 덩달아 화제를 낳기도 했다.


높은 인기만큼 '스포일러 소동', '대본 유출' 등의 악재가 겹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 8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SKY 캐슬'의 결방이 확정되자 이례적으로 결방 자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 김서형부터 김병철까지…제2의 전성기 맞은 중견 배우들


배우들의 호연 역시 'SKY 캐슬' 신드롬의 중심축이었다. 특히 연기 내공이 빛나는 중견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는 시청자로부터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먼저 김서형, 염정아, 이태란, 윤세아, 오나라, 김정난 등 'SKY 캐슬'의 여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어마어마했다. 캐릭터 외적인 부분부터 날선 대사 소화력까지 빼놓을 수 없던 명품 연기는 명문가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과 자기 자식만큼은 최고로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특히 김서형은 대체 불가능한 연기력과 카리스마로 각종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김서형은 'SKY캐슬'을 통해 지난 2008년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민소희"를 외치던 신애리 역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정준호, 최원영, 김병철, 조재윤 등 남우들도 지성인들의 낯뜨거운 민낯을 드러내며 풍자와 웃음으로 드라마의 또 다른 축을 이끌어갔다. 이 중 최고 수혜자는 김병철이었다. 그간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 등에서 주연 못지않은 색깔을 보여준 김병철은 'SKY 캐슬'에서 내공을 폭발, 긴장감 넘치는 극에서 웃음을 하드캐리했다. '차파국씨'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김병철은 극중에서 짠내나는 라면을 그렇게 먹더니, 결국 라면CF까지 꿰차며 인기몰이 중이다.


◇ 김혜윤·김보라·찬희…신예 배우들의 발견


중견 배우들 못지않게 '캐슬 2세들' 역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작품에 출연하기 전까지 대중들에게 다소 낯설었던 신예 배우들의 연기력은 단숨에 이들을 '주목받는 배우'의 자리로 올려놨다. 김보라, 김혜윤, 찬희, 김동희, 조병규, 박유나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과 '소능력자',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 출연했던 김혜윤은 극 중 염정아-정준호의 큰 딸 강예서 역을 맡아 라이벌이자 이복자매인 김혜나(김보라 분)와 팽팽한 기싸움을 펼치며 눈도장을 받았고, 혜나의 죽음 이후 정신적으로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폭넓은 연기를 보여줬다.


2004년 드라마 '웨딩'으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15년차인 김보라도 그간 쌓은 탄탄한 연기로 'SKY캐슬'을 통해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몸이 아픈 어머니를 잃은 애잔함부터 정준호가 자신의 친부임을 알고 복수를 계획하는 섬뜩한 모습, 그리고 갑작스러운 죽음까지 매회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 'SKY 캐슬'이 주목한 한국 교육, 드라마 넘어 사회적 논의로


'SKY 캐슬'은 단순히 극적인 재미를 주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다각도의 논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경쟁과열이 낳은 한국 교육시스템을 꼬집고 문제의식을 안겨주었기 때문.


'SKY 캐슬' 방영 이후 명문대 입시 관련 이슈가 각종 방송 토론 주제로 등장하기도 하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비롯한 언론들은 극 중 김서형이 연기한 고액 명문대 입시 코디네이터의 실체에 대해 문제점을 취재 중 혹은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극 중 학생들이 가야 할 최종 목적지를 '서울대 의대'로 표현한 만큼, 실제 서울대 의대생들이 본 드라마와 관련된 유튜브·인터뷰 등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드라마보다 더욱 드라마 같은 현실이 드러나며 씁쓸한 공감을 안기기도 했다. 유명 고등학교의 시험지 유출, 해외 명문대 합격 통지서 위조 등 실제 사건들도 재주목받으며 대한민국 입시지옥과 사교육의 병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실제로 'SKY 캐슬'을 집필한 유현미 작가는 "이 드라마로 한 가정이라도 살렸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극본을 쓴 각오를 밝혔던 바 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l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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