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 CG감독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트랜스 포머’ 시리즈,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혹성탈출: 종의 기원’ 등 쟁쟁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참여한 한국인이 있다. 바로 김기범 CG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2월 5일 개봉 예정인 영화 ‘알리타: 배틀엔젤’(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영화 ‘타이타닉’,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제작에 참여해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26세기를 배경으로 기억을 잃은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로사 살리자르 분)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실감나는 CG와 역동적인 액션이 담긴 혁신적 액션 블록버스터로 영화 팬들의 기대를 집중시키고 있다. 이같은 시각 효과 구현은 세계적인 디지털 스튜디오 웨타 디지털과의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화의 시각 효과를 담당한 김기범 CG 감독을 만나 영화 속 CG와 웨타 스튜디오, 한국 영화의 CG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세계 정상으로 꼽히는 디지털 스튜디오 웨타에서 근무하니 어떤가.

명성 만큼 더 많은 작업 시간을 들이고 연구 개발도 많이 하는 편이다. 웨타는 계속 시도하는 회사다. 거기서 큰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웨타에서 만든 ‘아바타’나 ‘혹성탈출: 종의 전쟁’, ‘알리타: 배틀엔젤’이 혁신적인 작품으로 언급되고 있는데 그만큼 작업을 굉장히 많이 한다.

-타지에서 근무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한국인으로서 도움이 됐던 점과 혹은 힘들었던 점이 있는지?

커리어 초반 한국에서는 눈치 있게 행동을 많이 했다. 그 덕분에 여러 기술을 높일 수 있었지만 외국 친구들에게는 되지 않더라. 완전히 달라서 많이 힘들기도 했다. 웨타에는 한국인이 30명 정도 있는데 기술 개발 부서에도 많은 분들이 근무하고 있다. 타 회사에는 아무래도 아트 쪽 부서에 많이 있는데 웨타에서는 핵심 기술을 담당하는 분들도 많다. 모토 자체가 신입사원을 선발해 회사 시스템 아래 균일하게 발전시키는 스타일보다는 경험 있고 재능 있는 제작자를 불러 기회를 많이 주는 편이다. 작업자에게는 하고 싶은 것을 펼칠 수 있어 정말 좋은 직장이다.

-‘알리타: 배틀 엔젤’은 실감나는 CG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타 영화 속 CG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자랑할 만한 기술로는 액터 퍼펫이 있다. 퍼포먼스 캡처로 나온 배우의 움직임과 해부학적 구조를 분석해 만들어지는 디지털 모델인데 배우의 표정을 분석해 정교한 표정을 얻어내기 위해 열 번 이상의 후반 작업을 반복했다. 그만큼 상당한 공을 들인 작업이었다. 머리카락 같은 경우도 한 가닥 씩 구현했다. 눈도 ‘반지의 제왕’ 골룸에 비해 320배 이상의 데이터를 가지고 제작했다. 2배만 늘더라도 작업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320배였다.

-이번 작품의 특징은 그린스크린이나 블루스크린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린스크린이나 블루스크린 사용을 최대한 자제했다. 스크린을 사용하면 배우가 연기를 할 때 상상을 해야한다. 하지만 이를 사용하지 않고 세트를 활용해 배우가 실제 공간에 있는 느낌을 줬다. 상상과 실제의 몰입은 완전히 다르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나기에 상상하면서도 작업이 가능하지만 중요한 것은 공간에서 느끼는 대로 자연스러운 연기라 생각한다. 장점도 있지만 작업량이 굉장히 늘어난다는 점도 있다. 하지만 배우의 연기를 최상으로 끌어내고 현장에서의 순간을 캡처하는 것에 포인트를 두고 작업했기에 의미가 있다.

김기범 CG감독
김기범 CG 감독. 사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많은 거장들과 호흡을 맞춰봤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제임스 카메론과 함께 했다.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

제임스 카메론은 제작자기에 로버트 감독에게 권한을 최대한 밀어줬다. 하지만 중요할 때는 참여해 코멘트를 전달했다. 우리는 ‘왕 중의 왕’이라 불렀다.(웃음) 코멘트를 받은 순간에는 잘 몰랐는데 제임스 카메론의 결정대로 해 결과가 나온 뒤에는 ‘역시’란 말이 나온다. 방향성을 잃고 흔들릴 때도 원작을 이야기하며 제임스 카메론이 방향을 정해줬다. 함께 작업을 하며 좋았다.

-한국에서는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덱스터 스튜디오가 CG 기술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영화를 봤는지, 봤다면 어떤 생각이 들었나?

CG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영화를 봤다. 덱스터 스튜디오에서 세미나를 한 적도 있고 아는 작업자도 있는데 정말 그 예산에서 프로젝트가 완성된 것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외국 스튜디오 어디에서도 해낼 수 없는 예산이다.

-전문가로서 한국 영화 속 CG에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문화라 생각한다. 애매한 말이기도 한데 작업자가 반복적인 것을 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를 프로그램으로 만들거나 개선해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마치 행주로 친다면 ‘더 짜야한다’는 문화가 있는데 예산의 여유도 필요하지만 이런 것을 개선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기술을 교류하거나 공개하며 토론을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고 한다. 한국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지만 일단 바쁘기 때문에 기술 교류의 여유가 없다. 지금부터라도 작은 것에서 조금씩 개선한다면 작업자가 좋은 환경 속에서 높은 퀄리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기범 CG 감독의 애정과 노력이 담긴 ‘알리타: 배틀 엔젤’이다. 영화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저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알리타를 잘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자신을 찾을 수 있었고 극복하는 과정을 겪을 수 있었다. ‘알리타: 배틀 엔젤’에는 주인공의 성장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그런 점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고 특히 ‘모터볼’ 경기 장면은 새로운 액션과 스포츠기에 IMAX에서 더욱 극대화되고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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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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