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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가 16일 중국전을 앞두고 밝은 표정으로 훈련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아부다비=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김현기기자]중국전을 통해 굳어진 것이 하나 있다. 이승우는 이번 대회 1초도 뛰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승우는 16일 아부다비에서 열린 2019년 UAE 아시안컵 중국전에서 몸만 풀다가 후반 막판 구자철이 3번째 교체카드로 활용되면서 벤치에 들어갔다. 그 와중에 물병을 걷어차고 수건을 던지는 등 화를 참지 못했던 것 같다. 선수는 팀에 하나로 녹아들어야 한다. 돌출 행동은 유럽에서도 크게 환영받지 못한다. 다만 이번 대회에 대체 선수로 막차 합류하기까지, 또 최종엔트리에 들어온 다음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이승우의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확실한 것은 이승우의 출전시간이 이번 대회 0초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승우가 이번 대회 개막 직전 부상자 나상호 대신 들어온 것부터 석연치 않았다. 이승우는 지난 9월 파울루 벤투 감독 데뷔전이었던 코스타리카전에서 10분 가량 뛴 것이 전부다. 이후 3경기에 결장했고, 11월엔 아예 뽑히지 않았다. 그런데 아시안컵 직전 극적인 엔트리 승선을 이뤘다. 지난 달 이승우가 소속팀인 이탈리아 세리에B(2부) 베로나에서 맹활약한 것이 벤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베로나의 활약보다는 한·중·일 3개국 리그가 오프시즌이다보니 해당 리그 공격수들의 몸이 100%가 아니고, 그래서 한창 시즌 중인 이승우 말고는 부를 선수가 없었다는 설명이 맞다. 벤투 감독은 영국에서 밤새 6시간 비행과 2시간 차량 이동을 한 손흥민을 ‘혹사 논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16일 중국전에 썼다. 그렇다면 조별리그 1~2차전에서 이승우에게 출전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그에게 대표팀의 전술을 익히고 배려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처음부터 쓸 생각이 없었다는 측면으로 봐야 한다. 3차전 교체멤버로 지동원과 주세종, 구자철을 연속 투입한 것은 ‘이승우를 1초도 쓰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벤투 감독 주변에선 이승우를 한 번 써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한다. 실전에 강하다, 골결정력이 있다는 의견 등이 붙여서 벤투 감독에게 건의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벤투 감독의 생각은 확실하다. 지금 상태에선 공격수 2~3명이 줄부상을 당하지 않는 이상 이승우는 UAE에서 훈련만 하다가 돌아갈 것이다. 지도자는 토너먼트에서 더욱 보수적으로 선수단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삐끗하면 탈락해서 집으로 가기 때문이다. 이승우에게 ‘국가대표의 시간’이 주어질 수 없다는 뜻이다. 소속팀 베로나 훈련 캠프 합류 직전인 느닷 없는 대표팀 호출이 자신의 21번째 생일인 지난 6일 이뤄졌다. 지금까지는 벤투호의 러브콜이 선물이 아니라 악몽으로 드러나고 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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