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동메달' 이종경이 들려주는 썰매 하키 이야기 [헬스톡]
    • 입력2019-01-02 06:50
    • 수정2019-01-0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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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양민희기자] "10, 9, 8, 7, 6, 5, 4, 3, 2, 1, 와!"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장애인 아이스하키 한국과 이탈리아의 동메달 결정전이 열린 지난해 3월 17일. 그날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은 한마음으로 카운트다운을 외쳤습니다.


그리고 동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터져 나온 환호와 눈물의 애국가. 선수들과 관중이 하나가 되어 부른 얼음 위의 노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울렸는데요.


빙상 위에서만큼은 누구보다 빨랐던 평균 나이 50.8세의 위대한 영웅들. 그 중심에는 이종경 선수(46)가 있었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는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얻었지만, '아이스하키'를 통해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열심히 운동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는 그를 만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썰매 하키' 이야기를 전합니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강원도청 소속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입니다. 2003년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15년 정도 국가대표 선수로 지냈네요.


Q) 선수가 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회사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운동도 꽤 좋아해서 취미 생활로 패러글라이딩을 즐겼죠. 사고는 한순간이었어요. 하늘에서 스파이럴(나선형 급회전 하강) 기술을 쓰려는 도중 갑자기 추락하게 됐는데요. 당시 두 발이 움직이지 않아 막막했던 기억이 나요.


Q)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사고가 난 뒤 병원에서 수영을 병행하며 재활에 집중했어요. 운동 신경을 눈여겨 본 지인의 권유로 아이스하키라는 종목을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장애가 있으면 불편한 점들이 많잖아요. 정적인 운동만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빙판 위의 자유로움에 매료되면서 아이스하키의 매력에 빠졌어요. '장애인이란 편견을 깰 수 있는 스포츠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Q) 파라 아이스하키(para ice hockey·장애인을 위한 아이스하키)는 어떤 종목인가요?


아이스하키는 빙상에서 6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스틱으로 퍽을 쳐서 골을 넣는 스포츠인데요. 링크장 규격이나 경기 규칙은 일반 아이스하키와 똑같아요.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스케이트 대신 퍽이 하부를 통과할 수 있는 이중 칼날 썰매를 사용합니다. 선수들이 쓰는 두 개의 스틱 양 끝에는 추진을 위한 스파이크와 슈팅에 쓰는 픽이 있습니다.


Q) 운동을 시작한 이후 삶이 많이 달라졌다고요.


처음엔 '왜 나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 했지?'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였어요. 이후 장애를 가진 선수들도 많이 만나고 그들과 아픔을 함께 치유하며 운동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뭉치게 됐죠. 썰매를 타는 순간 장애가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게 돼요. 운동을 시작하기 전엔 다리가 안 움직였는데 재활을 병행하면서 지금은 조금씩 걸을 수도 있게 됐어요.


Q) '180cm, 70kg' 큰 체구 덕에 몸싸움 하나는 자신 있을 것 같아요.


유럽이나 북미 선수들과 비교하면 많이 왜소한 편이죠. 체구 자체가 다르거든요. 몸싸움보다는 왼손 슛이 제일 자신 있어요. 왼손 스윙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젓가락질부터 시작해서 밥 먹기, 양치질 등등 모든 습관을 바꾸며 끊임없이 노력했죠.


Q) 격렬하고 속도감이 빠른 종목인데 부상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는지.


발가락, 손가락은 기본이고 갈비뼈도 자주 부러져요. 살이 찢어져 바늘로 꿰매기도 했는걸요? 하지만 하키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언제나 '부상'이라고 대답해요. 다치는 걸 두려워하면 경기를 뛸 수가 없거든요. 경기에 집중하고 즐기다 보면 다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죠.


Q) 몸의 중심을 잡고 팔로 스틱을 미는 경기이기 때문에 훈련은 필수! 주로 어떤 운동을 하는지 궁금해요.


아이스 훈련으로 슛을 쏘는 드릴 연습과 서로 조직력을 맞추는 플레이 위주로 합을 맞춰보는데요. 훈련장 밖에서는 하키에 도움이 되는 웨이트 운동을 주로 해요. 하체는 아예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상체 운동을 하는데요. 썰매 추진력을 내야 해서 미는 운동을 주로 하죠. 지구력, 순간 힘을 쓰는 근 파워도 필요하기 때문에 두 가지를 병행하면서 운동을 해야 해요.

Q) 그렇군요. 상체 근육만 100% 사용하는 운동 노하우가 있다면요.


① 와이 레이즈(Y-raise) 밴드 운동

타겟근육 : 하부 승모근(어깨를 후방으로 끌어당기는 작용을 하는 근육)


운동방법 : 밴드를 가슴 높이의 앞쪽에 걸어두고 가슴 높이에서 양 팔을 전부 편 상태로 밴드를 잡아 Y 자 모양으로 올려 당겨줍니다. 등이 굽은 상태로 밴드를 당기게 되면 삼각근에 피로도가 많이 쌓이게 되니 가슴을 열어주고 허리를 살짝 젖혀주면서 당겨야 합니다.


파라아이스하키 종목은 두 팔이 두 발 이상의 역할을 할 정도로 중요한 신체 부위라서 평소에도 밴드를 사용한 스트레칭을 자주 해줍니다. 경기 때는 주로 상체를 숙여가면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가슴을 펴고 상체를 꼿꼿이 세워주면서 해야 합니다. 스트레칭이나 운동요법을 병행하지 않으면 잘못된 자세를 반복한 결과물인 거북목이나 둥근 어깨 증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② 중량 턱걸이 운동

타겟근육 : 광배근 외 전반적인 등 근육 및 상완이두근(목과 어깨의 넓고 평평한 삼각형의 근육과 상완 전부에 있고 알통을 만드는 근육)


운동방법 : 어깨너비보다 팔을 더 벌려서 봉을 잡은 후 당겨서 올라가 줍니다. 단, 자신의 체중만을 이용하는 턱걸이와는 달리 중량이 달렸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주변에 두꺼운 밴드만 있다면 사진과 같이 양쪽 어깨에 메어 운동할 수 있습니다.


썰매를 타면서 양손의 스틱으로 얼음판을 찍고 당겨서 앞으로 나아가는 운동이기에 스틱을 당겨서 나아가기 위해서는 등 근육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때문에 맨몸 턱걸이를 하면서 중량을 추가하곤 합니다.



Q) '2018 평창 패럴림픽'에 출전에서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딴 건 최초였는데 예상했는지?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만도 꿈이었는데 메달까지 따게 되리라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스포츠 강국인 러시아가 도핑 문제로 올림픽 참가 자격을 박탈당했는데 그런 운도 따라줬기 때문에 가능했었던 일이죠.


Q) 대회 당시 잊을 수 없었던 순간이 있다면요.


이탈리아와 3,4위전 경기를 마치고 동메달이 확정된 순간이요. 경기 직후 링크장에 태극기를 깔아놓고 애국가를 열창했어요. 거기 있었던 모든 선수들, 관중분들이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불렀죠. 그때 그 순간을 떠올리면 벅차오르면서 감동이 밀려와요.



Q)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김경만 감독)' 주연 배우로 출연했어요.


열심히 촬영에 임했어요. 영화를 찍은 뒤 5년 후에 공개가 됐지만 개봉을 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해요. 비록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우리들의 존재를 알리는데 조금은 홍보가 되진 않았을까 싶어요.


Q) 사랑꾼 담당이던데 지금의 아내와 연애부터 결혼까지 러브스토리를 들려주세요.


직장인 밴드 모임에서 만났어요 . 당시 아내는 장애인 럭비 협회에서 일하고 있었거든요. 공통분모가 많았죠. 그러다가 베이스를 가르쳐 주면서 저랑 눈이 맞게 됐습니다(웃음). 띠동갑이 넘는 나이차로 집안의 반대가 심했지만, 6년간 진심을 다해 만나 결혼에 골인했어요.


Q) 영화를 통해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아직까지도 장애인 아이스하키 링크 전용 구장이 없는 현실 속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어요. 링크장을 예약하기가 워낙 힘들어서 늦은 저녁이나 아침 시간에 일찍 훈련을 잡거든요. 썰매를 타고 들어가기 위한 턱들도 불편한 요소 중 하나죠. 장애인 전용 구장이 하나라도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Q) 최근 전국 체전 조정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다른 종목에 도전한 이유가 있을까요?


본업에 도움이 될 것같아 조정에 도전하게 됐어요. 쓰는 근육은 완전히 달라요. 아이스 하키는 미는 운동이지만 조정은 당기는 운동이거든요. 다른 근육을 쓰기 때문에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기는데 상호보완적인 운동이라 할 수 있죠. 좋은 성과까지 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Q) 이름 앞에 붙이고 싶은 수식어를 말해주세요.


'자세 5단'이라는 별명을 좋아해요. 모든 스포츠는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본을 지키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Q) 현재의 꿈과 은퇴 이후의 삶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봅시다.


이미 올림픽 메달이라는 꿈은 이루었는걸요? 언젠가 운동을 그만두게 되면 지도자보다는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요. 장애인 인식 개선에 관심이 많아서 최근에는 강연을 조금씩 다니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죠.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ymh1846@sportsseoul.com

사진│이종경 선수 제공, 양민희 기자 ymh184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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