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희 감독 [포토]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쉽지 않은 소재지만 꼭 잘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지난 2016년 볼링 이야기를 그린 장편 데뷔작 ‘스플릿’으로 제21회 판타지아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베스트 데뷔상을 수상했던 최국희 감독이 이번에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 ‘국가부도의 날’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IMF 위기 당시를 배경으로 각자 치열하게 그 시절을 보낸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국가부도의 날’은 200만 관객을 돌파하고 개봉 2주차 신작의 공세에도 박스오피스 1위 역주행을 하며 저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관객들의 사랑에 최국희 감독은 “기쁘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부모님이 생각난다’, ‘그 때 그랬지’라는 내용의 댓글을 많이 보는데 영화를 만든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부모님도 좋아하시더라. 영화를 보신 분들이 그 때의 이야기를 하고, 그 때를 돌아볼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만들어드린 것 같아 좋았다”고 덧붙였다.

최국희 감독은 엄성민 작가의 시나리오를 보고 ‘국가부도의 날’에 매력을 느꼈다고. 그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받았었는데 ‘국가부도의 날’은 단연 특이했다. 한국에서 다뤄지지 않은 경제 관련 소재였고 쉽지 않은 소재임에도 울컥하는 것이 있더라. 분노도 있고 뜨거운 것이 있었다. 읽고 나서 재미도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꼭 잘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가부도의 날’과 만나기 전까지는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편이었다고 솔직하게 말한 최국희 감독은 영화를 위해 경제와 관련된 공부를 하는 등 노력을 거듭했다. 가상의 인물 설정이지만 실화를 다룬 이야기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영화의 배경인 IMF 당시 군 복무 중이었다는 최국희 감독은 “집안의 어려움도 겪었다. 제대 후 돌아오니 사회가 변해있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1997년의 대한민국을 다 보여줄 수는 없지만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넣자는 생각으로 다양한 인물을 설정했다.

특히 영화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을 맡은 김혜수의 활약이 남달랐다. 김혜수는 냉철하면서도 소신 있는 한시현 자체로 분해 자신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표현했다. 최국희 감독 역시 “시나리오를 읽고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 김혜수 씨였다”며 “시나리오를 드렸더니 울분을 토하면서 꼭 만들어져야 한다더라. 그 진심이 시현을 연기하고 준비하는데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최국희 감독의 이야기처럼 김혜수는 경제 용어가 많은 대사는 물론 영어 대사까지 소화해냈다. 최국희 감독은 “김혜수 씨는 경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상대방 대사의 토씨 하나까지 외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노력을 했다. 그런 열정이 있었기에 영화가 좋은 평을 받지 않았나 싶고 감사하다”며 김혜수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경제위기를 직감하고 과감히 사표를 던진 뒤 위기에 투자를 결심한 금융맨 윤정학 역을 연기한 유아인에 대해서는 “유아인 씨의 여러 매력 중 소년의 이미지도 있고 욕망의 이미지도 있다. 그런 것이 가능한 배우가 많지 않다. 윤정학 자체가 계급 상승의 욕망을 표출하면서도 씁쓸함을 가진 복합적인 인물이다. 쉽지 않은 연기고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유아인 씨가 너무 잘 해줘서 감사했다. 소통도 열심히 하고 자신의 생각이 있다. 같이 이야기하는 작업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더불어 영화의 큰 축이 된 허준호와 조우진의 연기와 노력에 대해서도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최국희 감독 [포토]
영화 ‘국가부도의 날’ 최국희 감독. 사진|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국가부도의 날’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캐스팅은 프랑스 국민배우 뱅상 카셀이었다. 한국 영화에 처음으로 출연한 뱅상 카셀은 IMF 총재 역을 맡아 남다른 존재감을 보였다. 뱅상 카셀의 캐스팅 소식에 모두가 놀란 것은 당연했다. 최국희 감독 역시 연기를 잘하면서도 한국 관객에게 인지도가 있는 배우를 생각했지만 뱅상 카셀의 캐스팅에 대해 놀라면서도 기뻤다고. 그는 “어린 시절부터 봤던 영화의 그 분이 오셔서 기뻤고 작업도 행복했다. 열정도 넘치고 프로페서녈 하더라. ‘여기는 당신의 현장이고 한국의 시스템이니 맞추겠다’고 말할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다. 멋있는 배우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외 ‘믿고 보는 배우’들이 함께하며 긴장감 넘치는 연기의 향연이었지만 현장만큼은 밝은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최국희 감독은 “모범적인 선배님들 덕분에 즐거울 수 밖에 없던 현장이었다. 워낙 치열한 에너지의 연기를 하시니 스태프들도 숨죽여서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 더 열심히 하는 순기능이 있는 것 같다”며 특별했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좋은 배우들을 경험해 기분 좋은 뿌듯함이 있는 작품이다”고 ‘국가부도의 날’의 의미에 대해 말한 최국희 감독은 “그 시절을 격렬하게 살았던 사람들을 보여주며 다시금 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다 같이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고 연출 의도를 말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에 대해 묻자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답한 최국희 감독은 한참을 생각하다 “좋은 영화 감독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소박한 목표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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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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