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조효정인턴기자] "2호선 5호칸을 탔는데 왜 방탄이를 찾질 못하니…"


서울지하철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2호선 방탄소년단 래핑 칸이 운행 일주일째를 맞았다. 지난달 30일 첫선을 보인 '방탄래핑열차'를 보려고 많은 팬들이 2호선을 왕림(?)하고 있지만 좀처럼 인증샷에 성공하는 팬들은 드물다.


"2호선만 타며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5호칸이라는 5호칸은 다 뒤졌는데"라는 팬들의 원성이 자자한 이유는 215편성 5호 단 한칸에만 래핑이 되어있기 때문. 내선과 외선을 포함해 일일 500여회 운행되는 2호선 전철에서 방탄 칸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짧게 서울나들이를 하는 지방팬들의 경우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실시간 운행정보를 보며 행운을 점쳐보기도 한다.


이때문에 우연히 방탄 칸을 만났을 때의 기쁨 또한 두배. 팬들은 SNS를 통해 "2호선 너는 나의 지옥이었는데... 이제는 덕킷리스트" "말로만 듣던 핑크색 열차 한 칸, 문열리자 마자 놀래서 소리지를 뻔" 이라며 벅찬 감격을 표현하고 있다.



팬들이 전철광고를 선호하는 건 광고비 대비 큰 바이럴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철을 도배하는 이런 광고는 얼마나 할까.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이번 방탄소년단 래핑광고는 1개월 기준 2호선 한 편성 한 칸에 1080만원(부가세 별도)의 비용이 책정됐다"고 말했다.


통상 생일광고로 많이 사용되는 전철역사 내부의 조명광고(라이트박스에 이미지를 올리는 광고)는 1개월 기준 최소 150만 원에서 최대 400만 원으로 책정된다. 여기에 비하면 래핑 광고는 3~7배가 비싼 셈이다. 하지만 '아이돌 광고 격전지'라 불리는 삼성역처럼 수십 개의 조명광고 사이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아예 열차 전체를 광고로 만드는 게 더 효과가 크다는 게 팬들의 설명이다.


래핑광고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이 관계자는 "번잡한 출퇴근 시간에 불편해 하는 승객은 없냐"는 질문에 "민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팬 뿐만 아니라 승객들도 대체로 긍정적으로 봐주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이번 광고는 7명의 방탄소년단 열혈팬, 일명 '홈마'(아이돌의 고퀄리티 사진 동영상을 촬영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내부는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으며 곳곳에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 앨범 재킷 사진과 광고를 만든 홈마들이 직접 찍은 사진이 장식되어 있다.


광고도안은 사전에 심의과정을 통과해야 게재할 수 있는데, 안전문제만 해결되면 크게 까다롭지 않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팬들의 손길이 곳곳에 배어있는 방탄열차는 내년 1월2일까지 한달간 운행될 예정이다.


아이돌 팬클럽의 래핑광고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에는 엑소의 멤버 시우민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팬들이 서울지하철 7호선 열차 8칸을 통째로 빌려 일명 '시우민 열차'로 꾸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광고단가는 집행기간인 1개월간 총 3000만 원으로 전해졌다.


서울교통공사에 문의한 결과 지하철에 아이돌 광고를 게재하는 건수도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1~8호선 지하철에 걸린 아이돌 응원 광고는 1038건으로 2016년 542건에 비해 2배, 2015년 231건에 비해 4배가량 늘었다. 올해 9월까지 광고 수도 벌써 1576건으로 집계돼 서울교통공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출처ㅣ인스타그램(@keyliette @bts__armykendari @inthe_maze) 트위터 (@MoNiJunNi @XIUMIN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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