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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무라 게이 맨유 스카우트

[포항=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무리뉴 스타일의 선수를 찾는다.”

한국 축구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점점 입지를 넓히고 있다. K리거들이 다수 포함됐음에도 독일을 꺾은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은 국내 프로축구의 세계 속 경쟁력이 어느 정도 입증된 한 판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유럽부터 일본까지 세계 곳곳의 스카우트들이 K리그 현장을 찾아 좋은 재목 발굴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 중엔 세계 최고의 인기 구단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한국-일본 담당 스카우트도 있다. 세레소 오사카, 우라와 레즈 등 J리그 빅클럽을 거쳐 맨유에서 일하게 된 다무라 게이는 1부리그가 4강 및 강등권 싸움으로 후끈한 지난 24~25일 서울-인천, 포항-전북전을 직접 지켜보는 강행군을 소화하고 돌아갔다. 일본 언론도 좀처럼 만나기 힘든 그를 25일 포항스틸야드에서 만나 몇 마디 들을 수 있었다. 1군 스카우트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에 그의 눈도 멀지 않은 미래에 맨유에서 통할 만한 선수가 누구인가를 향하는 것 같았다. 이날은 두 명의 한국 선수들이 잠재적 후보군이었다.

대학까지 선수 생활을 했던 그는 프로 무대를 밟지 못하자 지도자 공부를 위해 독일 유학을 떠났다. 대학 4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독일 땅을 처음 밟았고, 정확히 20년 전인 1998년 다시 독일에 가서 최고 명문인 바이에른 뮌헨 11·12·13세 코치 및 11세 감독을 했다. 이후 세레소 오사카 12세팀 감독 및 스카우트직을 역임한 그는 2009년 우라와로 옮기면서 스카우트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한 때 맨유에서 뛰는 등 혼다 게이스케와 함께 일본 축구를 대표했던 가가와 신지가 그의 작품이다. 센다이에 있던 고교생 가가와의 잠재력을 그와 동료 스카우트 한 명이 높이 평가하고 세레소 오사카로 데려왔다. 다무라는 “그렇게 J리그 구단에서 일하다가 2006년 12월 맨유에서 연락이 왔다. 뮌헨에서 일했던 기억이 있어 다시 해외 구단과 일하고 싶었는데 맨유와 연이 닿았다”며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선수들 데이터 만드는 일을 한다. 맨유는 브라질 담당, 남미 담당, 스칸디나비아 담당 등 각지에 스카우트들이 있다. 그들이 1년에 한 번 맨체스터에 모여 미팅도 갖는다”고 했다. 올 여름 맨유 유니폼을 입은 19세 포르투갈 수비수 디오고 달롯이 글로벌 스카우팅 시스템으로 영입된 사례다.

다무라는 두 달에 한 번은 K리그 경기장에 온다. 물론 오사카 자택에서 K리그 영상 자료를 수없이 분석하며 검증에 검증을 거치는 작업도 병행한다. “어떤 선수를 찾는가”란 질문에 그는 “1군을 맡는 주제 무리뉴 감독의 기준에 맞는 선수를 찾는다”며 “무리뉴 감독이 ‘이런 포지션엔 이런 선수를 원한다’는 식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세워 보내준 것이 있다. 스카우트 팀장이 무리뉴 감독과 미팅한 뒤 세밀한 기준이 제시된다”고 했다. 맨유는 2005년 박지성을 영입,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박지성은 그저 그런 마케팅용 선수가 아니었다. 실력과 상품성을 동시에 갖춘 스타였고, 특히 맨유에서 잘 관리해 프리미어리그 및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동력으로 삼았다. 맨유는 2012년 가가와도 독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영입해 2년간 활용했다. 다무라는 “제2의 박지성, 가가와 후계자를 열심히 찾고 있다”며 “아시아 시장에 반향을 일으킨다는 면에서 한국, 일본 선수들이 긍정적인 점은 있지만 그걸 위해 뽑지는 않는다. 실력을 우선으로 본다”고 못박았다. 이어 “정말 유명한 선수라면 스카우트하기에 늦을 수 있으니 박지성을 어린 나이(24세)에 데려온 것처럼 소질 있는 선수들을 계속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베테랑 스카우트답게 한국, 일본 선수들의 특징도 설명했다. 나이가 들수록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꼬집었다. “한국, 일본의 어린 선수들은 기술이 아주 좋다”는 다무라는 “그러나 16살을 기점으로 유럽에 비해 뛸 수 있는 경기들이 제한돼 있고, 다양한 유형의 선수들을 접하지 못하다보니 기량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유럽은 18살이 되지 않아도 프로 무대 데뷔가 가능하다. 아시아는 그런 것도 없어 아쉽다”고 했다. 유럽은 경쟁을 통해 어린 선수들의 성장 속도가 가파른 반면 한국, 일본은 10대 중반까지 반짝하고 사라지는 선수들이 많다는 뜻이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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