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도시적인 외모로 데뷔 때부터 주목받은 이서진(47)은 연이은 드라마 대박을 터뜨리며 '흥행 배우'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분위기를 풍기던 그가 예능에서 의외의 매력을 발산한 건 2012년부터.


나영석 PD의 꾐에 빠져 난생 처음 KBS2'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미대 오빠' 캐릭터로 웃음을 준뒤 tvN'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윤식당' 등 각종 프로그램에서 예능감을 뽐내며 대중 곁에 성큼 다가섰다. 올 가을엔 예능 외도(?)를 끝내고 오랜만에 연기자 이서진으로 복귀한다.


이서진은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으로 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영화 개봉에 앞서 지난달 25일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해 "그동안 한 영화 중 가장 자신 있다"며 '완벽한 타인'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계속된 예능 출연에 관한 주변의 우려에도 쿨한 면모를 보였다. 그는 "배우는 계속하는 일이고, 예능은 쉬었다 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잘 안되면 그냥 그만두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출연이 뜸한 이유를 묻자 "2000년부터 영화를 찍었는데, 잘 된 것이 없다. 영화는 잘 안되다 보니까 하기가 겁이 났다"면서 "만약 이 영화도 안되면 영화를 잘 안 하는 배우가 될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서진의 걱정과 달리 '완벽한 타인'은 개봉 첫날 2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지난 3일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서며 흥행을 예고했다. 올해 개봉한 코미디 영화 중 가장 빠르게 1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도 세웠다.


1999년 SBS 드라마 '파도 위의 집'으로 데뷔한 이서진은 같은해 MBC '왕초'에서 마도로스 역을 맡아 연기 활동의 발걸음을 뗐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MBC '그 여자네 집'에서부터였다. 고아 출신에 학력도 미천한 준희 역을 맡은 이서진은 박영채(김현주 분)와 풋풋한 러브라인을 형성했다. 이 작품으로 이서진은 그해 MBC 연기대상 남자 신인 연기상을 받으며 눈도장을 받았다.


바야흐로 2003년 그는 MBC '다모'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난다. 겉은 차갑지만 속정 깊은 성격을 지닌 좌포청 포도 종사관 황보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특히, 채옥(하지원 분)과의 러브라인을 그리며 드라마 팬덤의 원조격인 '다모폐인'을 양산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는 지금도 회자되는 명대사다. 전형적인 '츤데레(쌀쌀 맞아 보이지만 속은 따뜻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면서 이서진은 그해 남자 우수연기상, 베스트커플상을 받는 겹경사를 맞았다.


'다모'에서 성공적인 연기를 펼친 이서진은 이후 탄탄대로를 걸었다. 2004년 MBC '불새'에서 장세훈으로 분해 극 중 이지은(故 이은주 분)을 두고 서정민(에릭 분)과 삼각관계를 그리며 흥미진진한 로맨스를 선사했다. '불새'는 마지막 회 시청률 31.7%를 기록하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서진 역시 그해 연기대상에서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었다.


2006년 SBS '연인'에서는 고아 출신의 조직폭력배 두목 하강재로 분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이서진이 맡은 하강재는 부드러움 대신 거칠고 남성적인 부분이 더 많은 캐릭터. 그럼에도 그는 전혀 이질감 없이 하강재에게 녹아들며, 또 다른 매력을 어필했다.


이서진의 연기 변신은 계속됐다. 2007년 MBC '이산'을 통해 '다모' 이후 사극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밀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조선조 제22대 임금 정조 이산으로 분한 이서진은 첫 등장부터 위엄 있는 카리스마를 풍겨 주목받았다. 그는 회가 거듭할수록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산'은 최고 시청률 35.5%를 기록하며 인기를 구가했고, 이서진도 이 작품으로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받는 기쁨을 누렸다.


연이은 성공에도 이서진의 연기 활동은 쉼이 없었다. 2011년 MBC '계백'에서는 기품 있는 장군 계백으로, 2014년 KBS '참 좋은 시절'에서는 집안부터 비주얼까지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강동석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이어 2016년 MBC '결혼계약'에서는 다시 로맨스 물에 나섰다. 냉정한 성격과 순정적인 면모를 동시에 가진 한지훈으로 분한 이서진은 극 중 한혜수(유이 분)와 짙은 로맨스를 펼쳐 호평을 받았다. 그해 MBC 연기대상 특별기획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스크린에서는 드문드문 모습을 보였다. 2000년 '공포택시'로 스크린에 처음 등장한 이서진은 2001년 '아이 러브 유'에서 진성 역을, 2005년 '무영검'에서는 발해 왕자 대정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세 작품 모두 흥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2014년 '오늘의 연애'에서는 이동진으로 특별출연했다. 4년 여의 공백을 가진 이서진은 지난달 31일 개봉해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완벽한 타인'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영화에서 잘 볼 수 없었던 이서진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무대를 옮긴다. 대중들이 그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2012년 KBS2 '1박 2일'의 '절친 특집' 때 이승기와 함께 출연한 것이 예능 출연의 시작점이 됐다. 당시 그의 재능을 눈여겨본 나영석 PD가 tvN으로 이적하면서 이서진과의 동행을 시작했다. 2013년 tvN '꽃보다 할배'를 통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뉴욕대 출신의 엄친아답게 유창한 영어로 할배들을 인솔, 다정다감한 만능해결사 역할을 하며, 기존의 차가운 이미지 대신 친근한 이미지를 얻었다. 이후 '꽃할배' 시리즈는 물론, 나영석 PD가 연출한 '삼시세끼' '윤식당'에서도 '츤데레' 매력을 여과 없이 뽐냈다.


예능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며 대중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굳어졌지만, 이서진의 진짜 매력은 연기할 때 더 잘 드러난다. 그는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에 이어 내년 방영 예정인 OCN 드라마 '트랩'의 출연도 앞두고 있다. 출연작마다 캐릭터에 잘 녹아든 이서진이 어떤 캐릭터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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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l 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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