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 창궐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창궐’은 좀비 영화이지만, 좀비가 아니었어도 될 이야기였다. 그러나 좀비가 아니었다면 평범해져버렸을 이야기는 배우 현빈과 좀비라는 소재의 조합을 통해 영화적으로 트렌디한 특색을 가지게 됐다.

영화 ‘창궐’(김성훈 감독)이 17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공조’의 김성훈 감독과 현빈이 또 다시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기대가 모아지던 ‘창궐’은 산자도 죽은자도 아닌 야귀(夜鬼)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 분)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장동건 분)의 혈투를 그린 작품으로 소개가 되어왔다.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좀비는 야귀로 표현되는 것이었다.

창궐

이날 공개된 ‘창궐’은 예고된 대로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야귀가 등장하며 곧바로 영화의 정체성을 확인시킨다. 또한, 영화는 삽시간에 번진 야귀들이 제물포를 초토화하고, 때마침 청나라에 있던 왕자 이청이 제물포를 통해 귀국하게 되면서 야귀의 실상을 목격, 제물포에 갇힌 백성들을 돕게 된다는 이야기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공조’를 통해 액션배우로 거듭난 현빈은 이번 영화에서는 뛰어난 검술을 펼치는 모습으로 다시 한번 관객을 압도하는 액션 연기를 선사한다. 검을 휘두르면서 보여주는 날렵한 몸놀림에 ‘액션배우 현빈’을 다시금 감탄하게 한다.

액션이 아니어도 현빈은 영화 안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비주얼로 보는 재미를 준다. 처음에 청나라 복장과 헤어스타일로 등장하며 눈길을 끈 현빈은 새하얀 도포와 갓으로 조선의 복식을 갖춘 다음에는 더욱 빛을 내기 시작한다. 끝없이 출몰하는 야귀들과의 혈투로 흰 의상이 더렵혀지고, 꼿꼿했던 태가 망가지기는 해도 현빈은 다른 출연진들 사이에서도 오롯이 빛이 났다. 주인공이기 때문에 당연히 조명받는 것이긴 하지만, 흰 의상의 주인공이 거무죽죽한 야귀들과의 대비 효과를 톡톡히 내며 영화에 빠져들게 한다.

그런 ‘창궐’은 사실 좀비라는 소재와 별개로 이야기만 따져보면 그동안 여러 사극에서 많이 보아온 내용이다. 역모를 경계하는 무능한 임금과 그 마음을 이용해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려는 조정 대신들, 그리고 그들의 안중에는 없는 궁핍한 백성들이 그렇고, 이런 가운데 위기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이때 위기는 외세의 침략이 되기도 하고, 역병이나 민란이 되기도 하는데, 다만 이번 ‘창궐’은 야귀, 곧 좀비라는 참신한 소재여서 관객들에게 어필할 매력이 되고 있다.

현빈과 좀비의 만남으로 특색을 갖추게 된 ‘창궐’은 또한 많은 영화가 그렇듯 현실을 떠오르게 하는 대사와 장면들로 눈빛을 반짝이게 하는 포인트들이 있어 재미를 더한다. “내가 이럴려고 왕이 됐나”라고 투덜거리는 왕의 대사나 횃불을 들고 봉기해 야귀를 소탕하려고 궁 앞에 모여드는 백성들의 모습은 불과 얼마전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국정농단’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것들이 정치적인 의도를 담아 만든 것은 아니라고 밝힌 감독의 말에도 불구하고, 왕자 이청이 이야기를 이끄는 영화 ‘창궐’은 슬금슬금 좋은 리더를 또 다시 고민하게 한다.

여러 모로 흥미요소가 많은 ‘창궐’은 오는 25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21분. 15세 이상 관람가.

cho@sportsseoul.com

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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