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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태와 도시적 매력을 함깨 품은 도시 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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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태와 도시적 매력을 함깨 품은 도시 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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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태와 도시적 매력을 함깨 품은 도시 창원.
[창원=글·사진 스포츠서울 이우석 전문기자] 늘 근사한 외투를 입고 다녔기 때문에 그가 몸짱인줄 몰랐다. 때론 과감한 ‘패셔니 스타’여서 유서깊은 집안 출신에 높은 학식을 가진 줄도 몰랐다. 대한민국 최대 정밀기계공업 도시. 창원시가 그랬다.창원에서의 ‘생태관광’이라니…. 공장과 시설을 둘러보는 ‘산업관광’이면 몰라도 생태관광을 할 곳이 어디 있었던가?.직접 다녀보니 있다. 그것도 굉장히 많다. 바다를 얼싸안고 있는 근육질 바위산 중턱을 돌아오는 드림로드, 아기자기한 수목원과 울창한 편백나무숲 등을 줄줄이 꿰며 바다까지 엮는다. 눈부신 바닷색의 수평선이 멀리 거가대교까지 뻗어있다.“산 바다 강 호수 항구 종교 문화 음식 등 사실 창원엔 없는게 없다”는 허성무 창원시장의 자랑이 결코 허세로 들리지 않는다. 핑크뮬리의 진분홍과 단감 주황색, 주남저수지 갈대숯의 황홀한 은색이 물들어가고 있는 창원 가을의 색잔치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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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드림로드 구간 중 편백숲.
◇‘당신께 Dream’ 진해드림로드

놀라웁게도 마창진(마산·창원·진해) 창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한 계획도시다. 자연적으로 읍락이 생기며 그게 커진 것이 아니라 최적의 조건에 맞춰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수산물이 풍부했던 마산은 일제에 의해 어항과 수탈항으로 개발됐고 천연 해양요새 진해는 군항으로 자릴 잡았다. 임해공업단지의 중심 창원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전초 기지였다. 목적에 따라 각각 배후도시를 건설하고 국가적으로 이를 육성했다. 그래서 자연적 아름다움에 인공적 매력이 가미된 산수를 지닌 것이 창원의 특징이다.

인공적 계획도시도 천혜의 조건에 조성하게 마련이다. 건설과정에서 파괴된 것도 있지만 이후엔 정확히 양분되어 운영하게 된다. 오히려 구도시보다는 난개발할 염려가 적다. 창원에는 생태적 아름다움이 거대도시와 함께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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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드림로드 구간에서 바라본 진해항.

진해하면 누구나 바다를 떠올리지만 그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산세도 근사하다. 창원에서 진해로 넘어가는 안민고개는 장복산을 휘감아도는 고갯길이다. ‘만날재’로 부르기도 하는데 옛날 창원으로 시집온 며느리들이 명절을 보낸 후 안민고개에서 친정 가족과 상봉했대서 유래된 이름이다. 정상에는 휴게소가 있고 중턱에는 진해드림로드가 길게 펼쳐졌다. 선선한 가을날 트레킹 코스로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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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드림로드 구간 중 하늘마루.

구간은 총 4구간. 하늘마루산길(3.8㎞) 천자봉해오름길(9.9㎞) 백일 아침고요산길(3.1㎞) 소사생태길(7.6㎞) 등이다. 천자봉 해오름길은 안민고개에서 오르다보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여기서 올라가면 된다. 천자봉은 해병대원이라면 누구나 올라야 하는 상징적 봉우리다. 지금은 포항으로 옮겨갔지만 진해에 해군과 더불어 해병대교육단이 있을 때 천자봉 산악행군 후에야 비로소 빨간명찰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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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톤치드 효과가 가득한 편백숲도 있다.

드림로드는 대부분 구간이 임도로 연결돼 비상시에 대비할 수 있다. 하늘마루산길(장복산공원~안민고개)에선 산허리 전망 누각에서 근사한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에 송송 박혀있는 섬들이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해 진해를 천혜의 군항도시로 자리매김케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장복산 조각공원에서 임도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편백나무 숲이 펼쳐진다. 산림욕장이다. 하늘까지 죽죽 뻗은 편백림의 기세가 대단하다. 삼밀사 아래로 펼쳐진 편백나무 숲 빽빽한 나무틈새로 데크길이 이어지고 위를 올려다보면 파란 하늘이 손바닥만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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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봉 아래에 위치한 도심형 수목원 진해보타닉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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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크 코스로 좋은 진해보타닉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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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보타닉뮤지엄 핑크뮬리.

천자봉 아래엔 진해 보타닉뮤지엄이 있다. 진해구청 뒷산 언덕에 바다를 보는 곳에 오롯이 자릴 잡았다. 수목원이지만 이름처럼 뮤지엄에 가깝다. 계절별로 피어나는 자생 야생화와 진귀한 식물을 따로 구분해 전시했다. 동화에 등장하는 숲속 마을처럼 아기자기한 구조다. 일조량이 좋은 조건이라 만병초 다육식물 노랑할미꽃 핑크뮬리 등 온난대식물부터 고산식물까지 다양한 종이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다. 암석원 이끼정원 사각정원 솟대정원 꽃대궐 온실 행복의길 하늘길 등 테마에 맞춰 조성한 조경도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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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보타닉뮤지엄.

특히 최근 인기 좋은 핑크뮬리(분홍갈대)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피어나 색의 향연을 주도하고 나섰다. 이제 뒷산의 단풍수종이 홍엽을 칠하며 가을 수채화를 마무리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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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보타닉뮤지엄 카페.

도심과 가까운 보타닉뮤지엄은 창을 통해 꽃과 나무를 볼 수 있는 카페와 야외 정원 등 휴식공간이 많아 시민 뿐 아니라 관광객들이 힐링할 수 있는 곳으로 소문났다. 인근에 진해드림파크 목재체험관 진해만생태숲 생태학습관 등 다양한 시설과 연계되니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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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철새도래지 중 하나인 주남저수지. 올해 초 촬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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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걷기길로 선정된 주남저수지엔 볼거리가 많다.

◇‘즐거움을 주남’ 주남저수지

말 그대로다. 근사한 바다와 섬, 산과 강만 있는게 아니다. 널찍한 호수가 있다. 평소 시민의 휴식처가 되고 철새에겐 안락한 거주지가 되는 곳, 주남저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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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에는 탐조사진가들이 많이 찾는다.

총길이 7.5㎞ 호반 코스인 주남저수지 탐방 둘레길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10월의 추천길’로 선정했을만큼 이것저것 즐기며 편히 둘러볼 수 있어 좋다. 람사르문화관 생태체험관 탐조부스 억새 정자 낙조 등 챙겨볼 거리가 많다. 주남저수지는 람사르 협약 등록 습지에다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다. 매년 120여 종 8만여 마리의 철새들이 찾는데 겨울이면 희귀종 재두루미도 날아든다. 창원시는 주변 논밭을 매입해 가을에 수확하지 않고 철새의 먹잇감으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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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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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돌다리.

수문에서 주천강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보면 주남돌다리(경성남도문화재 제225호)가 나온다. 동읍 판신마을과 대산면 고등포마을을 잇는 이 돌다리는 약 800년전 양 마을사람들이 정병산 봉우리에서 길이 4m가 넘는 자웅석을 옮겨와 다리를 놓았다는 전설이 남아있다. 1967년 홍수로 소실됐다가 1996년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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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 노을.

백발성성한 억새가 파란 하늘에 흰줄을 긋는다. 석양이 붉게 물들 때까지 기다렸다. 하늘은 곧 영롱한 핑크로 물들고 잔잔한 물도 함께 홍조를 띤다. 그러고보니 주남의 석양은 가을을 꼭 빼닮았다. 시간대며 색이며 저물어가는 2018년이 가장 화려한 클라이맥스 무대를 이곳 수면 위에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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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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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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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통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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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선 저항을 상징하는 여러가지 기념물과 조우할 수 있다.

◇문화·생태도시 창원

도시엔 문화가 있다. 마산과 진해 창원에는 각각 또렷한 문화적 특성이 있다. 저항의 상징 마산.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는 3.1 만세운동을 비롯해 3.15 부정선거에 저항했고 부마항쟁의 중심이 됐던 마산의 근현대사가 녹아있다. 창동 예술촌 골목에서 이를 기념하는 상징물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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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정신의 도시 마산.

진해에선 미국 샌디에고처럼 해군 문화와 접할 수 있다. 육군에 익숙한 대부분의 관광객에게 낯설고 특이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마크사거리에 해군과 해병대의 역사가 녹아있다. 산업 문화의 창원에선 비상시 비행기가 착륙한다는 일직선 도로와 그로부터 십자를 이룬 현대도시의 기하학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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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가로수길 영국집 베이커리.

도회적 매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여행자는 늘 자연 풍광 만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사실 편안한 숙소와 맛난 음식 또 가끔은 향기로운 아메리카노도 원한다.

창원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길은 서울 도심 핫플레이스 못지않은 거리다. 근사한 카페와 레스토랑, 맛있는 빵을 굽는 베이커리가 즐비하다. 아름드리 나무가 늘어선 뒷편 마다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준비돼있다.

마산에는 한때 경남에서 최고 번화했던 도심 창동의 찬란한 시절의 자취가 남아있다. 반백년 역사가 넘는 학문당 서점,고려당 빵집,시민극장 등 추억을 자극하는 공간이 그대로 남아있다.

음식이야 말할 것도 없다. 가을 제철 해산물이 가득한 마산 어시장이 창원의 맛을 책임진다. 마산 통술도 여느때보다 가을이 낫다. 가을이 깊어가는 오동동 통술거리 집집마다 주방에서 고등어를 굽고 물메기를 끓인다. 통술을 아무리 들이켜도 상관없다. 아침에 아귀탕이나 복국을 삼키면 위세척(?)이 된다. 진해에는 싱싱한 횟감이 있고 해군들이 좋아하는 돼지국밥집도 있다. 창원 곳곳은 먹거리 천국이다. 주점·식당·모텔이 가득한 상남동은 시골 도시에선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밝은 네온사인 간판으로 밤새 불야성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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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상남동.

각각의 매력을 품은 창원과 마산 진해. 이 세 도시의 통합(2010년)은 지금보자니 ‘관광산업’이란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결정인듯 하다. 여행객이 좋아하는 것은 죄다 묶어놓았으니 말이다.

demory@sportsseoul.com

창원 여행정보●정보=

보타닉뮤지엄 입장료는 어른(19세 이상) 5000원, 어린이(만 4세 이상) 3000원. 오후 7시 이후 뮤지엄 내 카페 이용객은 무료입장.

●가을여행주간 프로그램=

코리아둘레길 힐링걷기여행 축제는 20일 진해구 장복산 일원에서 열리는 걷기축제다. 지난해 창원시에서 브랜드선포한 코리아둘레길을 알리고 생태테마관광을 추진하기 위해 창원시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주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다. 벽해정궁도장을 출발해 드림로드~삼밀사~창원편백치유센터를 지나 돌아오는 4㎞ 코스다. 약 1시간 소요.

‘편백숲 욕(浴)먹는 힐링여행’은 둘레길(14.5㎞)을 걷고 전 구간 스탬프를 받아온 참가자들에게 랜턴과 스포츠타월 등 기념품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창원 시티투어 버스(이층버스)는 요금 1000원을 할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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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동방횟집 숟가락 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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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동방횟집 가오리조림.

●맛집=

진해에는 가오리 조림을 잘한다는 동방횟집이 있다. 국물을 찰방하게 조려낸 가오리는 부드러운 살맛이 일품이다. 국물과 함께 살을 떠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기름이 오를대로 오른 떡전어도 곁들이면 좋다. 초로 맛을 낸 밥을 숟가락에 떠 회 한점을 올려 먹는 숟가락 초밥도 일품이다. 배가 불러도 계속 꿀떡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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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주남자연농원 오리불고기.

겨울에 가창오리가 몰려오는 창원 주남저수지 인근에는 오리집(철새 오리가 아니라 집오리다)이 많다. 자연농원은 시원하게 끓여낸 오리탕과 매콤한 오리불고기가 맛있는 집이다. 졸깃하고 존존한 오리불고기에 밥을 볶으면 소문난 밥도둑들은 저리가라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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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승리식당 돼지국밥.

진해 승리식당은 고소한 돼지국밥으로 소문난 집. 암뽕과 염통 등 신선한 내장과 살코기, 사골을 넣고 푹 고아낸 국밥이 인기다. 토렴식으로 먹어도, 따로국밥으로도 모두 좋다. 딱 맞춰 익힌 김치도 시원한 맛이 좋아 마지막 국물 한방울 까지 들이켜가며 먹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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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상남동 맑은내일 발효공장 막걸리 카페.

창원 상남동 맑은내일 발효공장 막걸리카페에선 백년 전통 양조장에서 담근 다양한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 육전과 부추전 등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 막걸리를 시음할 수 있다. 프리미엄 정통 막걸리부터 밤맛 딸기맛 바나나맛까지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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