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는 여기까지였나\' 팬들에 고개숙인 KIA 선수들[포토]
KIA 선수들이 16일 넥센히어로즈와 KIA타이거즈의 와일드카드결정전을 10-6으로 패한후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나 부터 변화해야 한다.”

KIA 김기태 감독이 사실상 팀 체질개선을 선언했다. 디펜딩챔피언에서 정규시즌 5위로 급락한 책임을 통감하고 대대적인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6-10으로 완패했다. 넥센의 경기력도 좋았지만 KIA가 자멸한 게 치명타였다. 고척돔에만 오면 한 이닝에 와르르 무너지는 악몽이 재현됐고 순간 순간 흐름을 끊는 벤치의 능력부족도 여과없이 드러났다.

비록 이범호(37)가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는 등 베테랑들도 분전했지만 KIA는 갑자기 닥칠 암흑기 대비에 돌입해야 한다. 주전 유격수 김선빈이 사구로 물러난 뒤 교체 투입된 황윤호가 부담과 긴장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 나왔다. 이범호와 김주찬, 최형우 등이 쇠퇴기로 접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수에서 이들을 대체할 선수를 빠른 시일 내에 찾아야 한다. 베테랑들의 관록에 높은 점수를 주는 김 감독의 성향상 전격적이고 대대적인 리빌딩은 하지 않겠지만 ‘같은 값이면 젊은 선수’ 기조로 변화가 불가피 하다.

8회말 등판한 윤석민[포토]
KIA 불펜 윤석민이 16일 넥센히어로즈와 KIA타이거즈의 와일드카드결정전 8회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마운드는 더 치명적이다. 에이스 양현종을 제외하면 사실상 믿고 맡길만 한 투수가 없다. 다른 팀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김윤동 황인준 문경찬 임기준 등 가능성을 보인 젊은 투수들이 구위든 제구든 더 정교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이들과 어깨 부담을 나눠질 투수도 더 필요하다. 김윤동은 불펜으로 82.2이닝을 소화했다. 불펜 필승조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니 ‘애니콜’이 될 수밖에 없었다. 홍건희와 이민우, 박정수, 박준표 등 예비역 젊은 피들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내년을 준비해야만 한다.

공격보다 수비가 우선이라는 인식을 선수단 전체가 가질 필요도 있다. KIA는 유난히 공격지표에 신경쓰는 선수가 많다. 눈에 띄는, 연봉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공격지표이지만 내실은 수비다. 김선빈과 안치홍도 수비 안정감에서는 강팀 키스톤콤비에 비해 높다고 보기 어렵다. 센터라인이 흔들리면 수비 전체가 와해되는 경우가 많다. 1, 3루수의 수비범위가 좁다는 점을 고려하면 KIA 키스톤 콤비가 짊어지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지만 이 역시 극복해야할 부분이다.

기본을 간과한 플레이, 너무 정해진 시나리오대로만 운영한 마운드 릴레이 등은 KIA가 뿌리뽑아야 할 폐단이다.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김 감독이 뚝심을 갖고 밀어붙이기도 해야 한다. 지나친 배려는 독이 될 수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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