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프로야구 2군 퓨처스리그 경찰야구단-SK와이번스
경기에서 승리한 선수들이 유승안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1-04-20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존폐위기에 처한 경찰야구단으로 인해 KBO리그 전체에 비상벨이 울렸다. 올시즌 후 군입대를 계획했던 선수들과 구단들은 이른바 ‘멘붕’에 빠진 채 구제를 바란다. 야구계 전체가 2020 도쿄 올림픽까지는 경찰야구단이 존속되기를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10월말, 늦어도 11월초에는 결론이 날 전망이다.

경찰야구단 폐지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정부가 오는 2023년까지 의무경찰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산하 스포츠단체인 경찰야구단도 언젠가는 문을 닫을 운명이다. 문제는 시기다. 정부가 발표한 단계적 축소의 시작점이 경찰야구단이 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경찰야구단 유승안 감독은 “지난해 의무경찰 인원을 1년에 20%씩 감축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스포츠단이 첫 번째 대상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며 “퓨처스리그 엔트리가 27명인데 현재 우리 팀에는 20명이 있다. 만일 올해 충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야구단은 문을 닫고 선수들은 공중분해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이들의 인생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감독은 “의무경찰 축소 폐지 이야기가 나온 시점부터 부지런히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 4월 본청에 직접가서 ‘올림픽까지만 유예시켜주시면 우리도 복안을 갖고 움직이겠다’고 했다. 경찰축구단도 같은 상황에 놓였는데 스포츠계가 전체적으로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공약을 반대하는 게 아닌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달라는 얘기다. 축구계 또한 위기에 처한 경찰축구단을 두고 “2020년까지만 2군리그에 존속시켜 준다면 그에 맞게 내부충격을 최소화하는 플랜을 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산을 연고지로 하는 무궁화 축구단은 경찰야구단과 마찬가지로 경찰청에서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야구단처럼 올해부터 신규 선수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군입대를 계획한 선수들과 입대 계획을 마무리지은 구단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시즌 후 경찰야구단에 지원할 계획을 세운 한 수도권 구단 선수는 “경찰야구단이 없었진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게 올해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 2020년에 폐지된다고 알고 있었고 구단과도 폐지되는 시기를 고려해 올해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래저래 머릿속이 복잡하다”면서 “어쨌든 될 수 있으면 빨리 결론이 나왔으면 좋겠다. 경찰야구단이 없어지면 상무에 지원하든 현역에 입대하든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구단들 또한 “보통 지금 시기에 경찰야구단과 상무에 지원할 선수들을 결정하고 이듬해 선수단 운용 계획도 세운다. 하지만 경찰야구단이 없어지면 모든 계획을 다시 짜야한다. 경찰야구단 문제는 야구계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SS포토]퓨처스 올스타전, 악수 나누는 박치왕 감독과 유승안 감독
남부리그 박치왕 감독(상무)와 북부리그 유승안 감독(경찰야구단)이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KBO 퓨처스 올스타전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퓨처스 올스타전은 6회초 강우 콜드가 선언되면서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2017. 7. 14.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경찰야구단은 2005년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창단했다. 창단 후 약 13년 동안 최형우, 양의지, 손승락, 우규민, 허경민, 민병헌, 장원준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하며 한국야구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많은 이들이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와 야구를 병행하며 한 단계 높은 선수로 진화했다. 유 감독은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선수들을 육성해왔다. 그동안 결과도 잘 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렇게 갑자기 팀을 없애는 것은 경우가 아니라고 본다. 경찰 스포츠단이 없어지면 다음 대상은 상무가 되지 않겠나. 제발 단계적으로 일을 추진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KBO 관계자는 “여러 기관과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는 뭐라고 확답을 내기는 힘들다. 일단 경찰청에서 야구단 폐지를 최종 결정한 상태는 아니다. 보통 입대 신청서를 10월말에서 11월초에 받곤 했는데 늦어도 그 때까지는 결론을 내야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에서 병역혜택을 받은 선수들로 인해 경찰스포츠단 폐지가 결정됐다는 일부 여론을 두고 “전혀 관련이 없다. 군체육부대 축소 및 폐지는 대통령 공약이었다.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었어 안타깝다”고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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