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은 가왕 조용필(68)이 빌보드 정상에 오른 그룹 방탄소년단을 극찬했다.

조용필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1위에 대해 “충격이다”라는 표현을 했다. 조용필은 1986년 일본에 진출한 ‘원조 한류 스타’이자 국내에서 거의 처음 팬덤을 구축한 ‘원조 오빠’이기도 하다.

이날 자리에서 조용필은 50주년을 맞이하는 소회, 새로운 국민 노래를 만들겠다는 각오 등을 밝혔다. 그는 50주년을 맞이해 자신이 가요계에 남긴 발자취가 재조명되는 데 대해 “과대평가도 있고, 부풀려진 면도 있어서 창피하다”고 했다.

-올해 50주년 소감.

개인적으로 50주년이라는 걸 깊게 생각치 않았다. 과대평가도 있고 부풀려진 면도 있어 속으로는 창피하다. 음악이 좋아서 한 거지 기록을 남기려고 한 게 아니다. 예상보다 과하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하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힘이 되는데까지 하고싶다.

-공연 위주로 50주년을 보내고 있다. 앨범준비는.

투어 중에는 할 수가 없다. 일주일 간격으로 공연을 하다보니 남은 시간은 컨디션 관리를 중점적으로 한다. 공연은 12월 16일 끝난다.

-곧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하는데, 라디오 출연은 오랜만 아닌가.

9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다. 마지막 나간 게 1995~96년 무렵인 것 같다.

-다음 창작물은 앨범이 아니라 음원으로 발표할 생각은.

음원은 아직 아직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을 해봐야 한다. 한곡 한곡씩 발표할지, 한꺼번에 앨범으로 발표할지 아직 알 수 없다. 올해는 어차피 준비 만 할 생각이다. 신곡 발표계획은 없다. 할 수도 있겠지만 내년에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올해 공연 횟수가 원래 계획보다 많이 늘었다.

-요즘도 직접 작곡을 하나.

옛날에는 진도가 빨랐는데 지금은 잘 안된다.(웃음)

-어떤 노래를 발표하고 싶나.

요즘 국민 가수, 국민 아이돌, 국민가요라고 하잖나. 누구나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가 내게서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새로운 것으로 말이다. 예전보다 앨범을 내는 속도가 떨어졌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는 거다. 도전해보는 거다.

-방탄소년단이 최근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연할 때 화환을 보냈다.

보낼만 하지 않나. 보통 가수가 아니다. 선배로서 보내줄 만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꽃이나 축하메시지를 보내주는 것 밖에 없다. 방탄소년단은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외모까지 조건을 갖춘 친구들이다.

-방탄소년단의 빌보트차트에서 선전을 어떻게 보나.

충격이다. 예전에 싸이가 빌보드차트에서 엄청난 반응을 얻지 않았나. 다시 그런 기회가 올까 했는데, 이번에 그보다 엄청나 놀랐다. 다 뿐 아니라 다 놀랐을 것이다.

-방탄소년단 같은 글로벌 스타가 또 나올 수 있을까.

지금은 음악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나가고 젊은 사람들이 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낼 것이니 음악이 좋다면 앞으로도 빌보드에서 성과를 거두는 가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한국어 노래이긴 하지만, 요즘엔 가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남미권 노래도 히트하는 걸 보면 가능하다고 본다.

-건강은 어떤가.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병원 다니고 검사도 받는다. 치료를 받으며 좋아지는 중이다. 살면서 가장 건강이 안 좋았을 때가 올해다.

-스케줄을 소화하는데 무리는 없나.

괜찮다. 약속을 했으면 해야한다. 원래 올해 새 앨범을 먼저 내고 50주년 기념 공연을 9월쯤 하려 했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이 5월에 공연해야 한다 해서 내 고집만으로 갈 수는 없었다. 개인적으로 조금은 힘들었다. 하던 음악 작업을 멈추면 길을 가다 주저앉아버리는 느낌이 든다. 더뎌지는거다. 하던 것을 계속 해야 빨리 나온다. 정신적으로 조금 힘들었다. 콘서트에 몰입을 해야 하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동안 여러 기념 공연을 했었다.

35주년 기념 공연을 할 때도 40주년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40주년을 하면거 50주년은 안될 것 같다고 했는데 하게 됐다. 그런데 55주년은 정말 안될 것 같다.(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2003년 올림픽주경기장 공연이다. 비가 너무 와서 무대가 전부 물이었고 모니터까지 전원이 나갔다. 너무 힘들었지만, 관객이 끝까지 안 가니 그게 너무 감동적이었다.

-‘팬덤이 스타를 키운다‘는 말이 있다. 이런 현상을 만든 원조 ‘오빠’다. 50년 동안 팬을 몰고 다니는 비결은.

모르겠다. 노래를 하니까 팬이 생기는건 자연스럽겠지만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올 수 있는지 나도 의문이다. 50주년을 맞아 팬들의 결집력과 힘이 제일 셌던 것 같다. 여러 팬클럽에 하나로 뭉친 것도 신기했다. 올해가 제일 열광적이었다.

-주요 팬 연령층은.

확실히 모르지만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지 않을까. 그 나이대가 중심연령대다. 그 연령대 분들이 20대 자식들을 데려오는 거다. 예전에 외국에 나가 나이 많은 그룹들의 공연을 보면 할아버지, 부모, 손자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했는데 조금씩 되는 거 같다. 이 다음 세대에 싸이 정도만 되면 팬들이 온가족과 함께 공연장을 찾을 것 같다.

-50주년이 끝나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나.

다 끝나면 일단 좀 쉬겠지만 성격 자체가 여유롭지 못하다. 끝나면 바로 또 뭔가 해야 한다. 그래서 계속 이렇게 가고 있다.

-한가지만 50년을 하면 지루하지 않나. 다시 태어나도 가수 하겠나.

모르겠다. 다시 태어난다는 것 자체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만 날이 갈수록 일이 쉽지 않다. 젊고 혈기 넘쳤을 때는 창작도 빠르게 진행되고, 하고 싶은 걸 금방 할 수 있었다. 그땐 못느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힘들어진다는 걸 알게 된다. 작업 진도가 느리면 자책감 같은 게 생긴다. 아무래도 답답하고 힘들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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