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①]자우림 매니저 김형규 "김윤아, 존경·사랑·질투·시기 동시에 주는 아티스트"
    • 입력2018-08-27 07:14
    • 수정2018-08-27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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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_자우림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치과의사 겸 방송인 김형규는 요즘 세 종류의 명함을 갖고 다닌다. 상황과 상대에 따라 꺼내는 명함이 달라진다.

가장 많이 상대에게 건네는 명함은 자신이 재직중인 치과의원 원장의 것이다. 두번째는 방송인 손미나가 교장으로 있는 인생학교의 선생님 명함이다.

세번째 명함은 지난 2016년 새로 만들었다. 거기엔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실장 직책이 적혀있다. 그는 자신의 아내 김윤아의 매니저이자 김윤아가 속한 밴드 자우림의 매니저이기도 하다.

최근 만난 김형규는 자신의 여러 직업 중 가장 최근에 맡게 된 ‘자우림 매니저’ 역할에 강한 애정을 보였다. 매니저로서 자신의 강점으론 ‘조율’ 능력을 꼽았다. 자신이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는 가수이자 아내인 김윤아에 대해서는 “존경, 사랑, 질투, 시기심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아티스트”라고 표현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어떻게 자우림 매니저를 맡게 됐나.
자의로 하게 된 건 아니다. 2016년 중반 무렵부터 하게 됐다. 김윤아가 솔로 앨범 준비 하는 시기였는데 김윤아와 4~5년간 함께 일하던 실장님이 갑자기 일을 못하게 됐다. 나와 통화도 자주 하고 친하게 지냈던 분이다. 앨범 준비나 방송 스케줄 관련 문의가 나에게 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치과로도 연락이 왔다. 이전까지 나는 주로 잔소리꾼이나 조언자 역할을 했었다.

소속사에서 “매니저 실장을 구해야 하는데 딱 맞는 사람을 구하는게 당장 쉽지 않으니 김 원장님이 잠깐 도와달라”고 하더라. 내가 일을 맡는 동안 받은 연락처들을 잘 모아 후임에게 전달하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계속 하고 있다.(웃음)

-자우림 매니저로서 어떤 일을 하나.
난 이전부터 김윤아라는 아티스트가 곡을 구상하고, 앨범을 만드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었다. 구상하는 곡을 가장 먼저 옆에서 듣고 조언을 하고, 늘 이야기를 나눴다. 그랬던 과정이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김윤아와 자우림은 싱어송라이터 패턴으로 일정이 이어진다. 싱글을 먼저 내고, 정규 앨범을 내는 방식이다. 중간에 이런 저런 방송 프로그램에 나간다. 매니저 실장으로서 방송 관계자들, 작가, PD 등과 조율 작업을 많이 한다. 앨범 준비를 할 땐 사진가 및 디자이너 선정, 작업 결과물에 대한 아티스트의 승인 과정 등이 필요하다.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아티스트들은 자기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높은 편이라 일이 굉장히 많다.

-가요 매니저 일이 잘 맞는가.
치과 의사 일은 힘들거나 좌절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치아 노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통증처럼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환자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킬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매니지먼트 일은 명확하다. 상대가 A를 원하면 A를 주면 되고, B까지 원하면 의견을 조율하고 정리를 하면 된다. 나는 몰랐는데 내가 그런 정리를 잘하더라.

예전에도 방송을 하며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지만 의사로 환자들을 만나면서 조율 능력이 향상된 것 같다. 환자를 만나는 일은 늘 생방송이고 라이브쇼다. 환자의 말을 듣고, 불편함이 없도록 잘 해결 해야 한다. 늘 그런 일을 하다 보니 매니저로서 방송이나 음악 관계자를 만나면 편하게, 부담 없이 조율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부드럽게 일을 잘 풀어가는 편이다. 이 일을 하며 상대와 얼굴을 붉힌 적이 없다. 주변에서 “잘한다”고 해준다. 예전에는 조언자에 머물렀지만 작업에 직접 참여하는 조율하는 역할도 적성에 맞는 것 같아 즐겁게 일하고 있다.

-본인이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할 때 매니저와 관계는 어땠나.
2002년부터 1년 6개월여 정도 가수 활동을 했을 때를 제외하곤 한번도 매니저를 둔 적이 없다. 혼자가 좋았다. 성격이 급한 편이라 어떤 일이 닥치면 상대를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고, 스스로 빨리 처리하려고 하는 성격이다. 매니저는 일종의 보호막일 수 있는데, 상대와 의견 교환 과정에서 한번 매니저를 거치게 되니 내 요청이 잘 전달 됐는지 답답한 부분이 있더라. 그래서 내 일과 관련해서는 내가 직접 접촉하고 진행했었다.

가수 활동을 할 때도 소속사가 자유 방임으로 풀어놨다. 활동이 많지 않아 매니저의 일이 많진 않았다.

-매니저 김형규의 장점은 무엇인가. 자기PR 부탁한다.
장점은 유쾌함이다. 기분좋게 일하는 게 중요하다. 결국 세상은 이어져 있다. 예를 들어 만화책을 워낙 좋아하는데 난 고등학교 때 만화책에서 배운 지식이 대학 입시 문제에 나와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내가 방송에서 어떤 호르몬 관련 질환에 대한 치료방법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한 시청자가 방송 작가를 통해 메시지를 보냈다. ‘몸이 늘 피곤하고 기운이 없고 멍이 잘 드는 증상이 있었다. 병원에 가도 원인을 못찾아 삶을 포기하고 싶고, 우울증이 왔는데 우연치 않게 방송에서 당신 이야기를 듣고 내 병과 증상이 같다는 걸 알았다. 병원에 가서 확인해 보니 당신이 얘기한 그 질병이었다. 수술을 앞두고 있다.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결국 내가 만화책을 좋아해서 대학교에 가게 되고, 그게 이어져 한 사람을 살리게 된 게 아닌가 싶었다.

세상이 모두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니 누굴 한번 만나고, 연락하는 게 어떤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믿게 된다. 그래서 기분 좋게 일하려 한다. 최대한 상대에게 호의를 배풀려고 노력한다. 그게 나나 자우림, 김윤아에게 좋게 작용하리라 믿는다. 예를 들어 상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땐 이모티콘을 많이 쓴다. 그리고 지난번 대화나 만났을 때 상대의 세세한 부분을 기억했다가 다음에 만나면 되짚는다.

실무적으로는 조율 능력이 내 장점 같다. ‘조율의 달인’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리고 말을 돌리지 않고 직구를 던진다.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한 편이다. 숨기려 하면 거짓말로 상대를 속이게 된다. 어떤 일이 터졌을 때 내 실수를 인정하고 빨리 접근해 풀어야 해결이 된다.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넘기려다 보면 문제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사람이 늘 완벽할 순 없다. 깜빡 잊어버렸거나 실수하면 이실직고한다.

-매니저의 관점에서 본 자우림은.
한 시대의 획을 그은 최고의 록밴드다. 늘 한결 같다. 방송이나 미디어에 나오는 모습이 너무 진지해서 매니저로서는 멤버들의 숨은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다. 알고 보면 재미있고, 다채로운 매력을 지녔다. 그러나 멤버 모두가 방송 욕심이 있는 건 아니다. 음악적으로 더 다가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송으로 다가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율 중이다.
김형규3
-매니저로서 자우림, 김윤아 외에 다른 팀을 맡아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연예 기획사를 차려볼 생각은.
회사를 차릴 욕심은 없다. 그렇게 욕심이 많지는 않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자우림은 내가 누구보다 매니지먼트를 잘 할 수 있는 팀이다. 오랫동안 봐와서 멤버 성향을 잘 알고, 음악을 하는 과정을 다 안다. 굳이 말을 안 해도 서로를 안다.

다른 팀의 매니저를 맡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른 팀은 연구하거나 탐구한 적이 없다. 혹시 그런 팀이 발견된다면 모르겠다.

-아티스트 김윤아와 가족 김윤아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무대 위의 김윤아, 자우림 보컬 김윤아, 솔로 아티스트 김윤아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대표 보컬 아닌가. 같은 창작자 입장에서 김윤아가 음악 창작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를 보는 살리에리처럼 질투와 시기의 감정도 느끼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사랑의 감정도 휘몰아친다.

내게 아티스트 김윤아는 존경, 사랑, 질투, 시기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존재다. 자우림, 김윤아의 앨범을 들으면 깊은 감동을 받는다. 자우림과 김윤아가 그런 작업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그런 놀라운 재능을 온전히 발휘하도록 옆에서 잘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으로서 김윤아는 무대 위와 또 다른 모습이다. 무대 밖 김윤아는 세상에 둘도 없이 매력적인 사람이다.

-본인이 VJ, 가수였고 지금도 방송인으로 활동 중이다. 매니저 입장에서 본 연예계, 매니저로서 각오는.
방송인의 한명으로서나 매니저로서 봤을 때 우리나라 연예계는 다양성이 떨어진다. 찾는 사람만 찾는다. 아주 수많은 프로그램과 채널이 존재하는데 MC를 선정할 때 후보군이 다섯명에서 열명 사이로 압축된다. 재야인사가 많으니 그런 분들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제 TV시대가 아니라 유튜브, 넷플릭스 등을 통해 원할 때 원하는 콘텐츠를 보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매니저로서 자우림과 김윤아가 좀 더 많이 대중에 어필할 수 있도록, 그런 환경에 적응 할 수 있도록 아티스트들과 머리를 맞댈 것이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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