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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배우 이성민은 누구보다 치열한 8월을 보내고 있다. 주연을 맡은 영화 ‘공작’(윤종빈 감독)과 ‘목격자’(조규장 감독)이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게 됐다.

“공작을 목격하자”는 다부진 각오로 두 작품의 ‘홍보요정’으로 활약한 이성민은 “촬영이 겹치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개봉할지 몰랐다”고 말해 모두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다행히 ‘공작’은 개봉 8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고 ‘목격자’ 역시 동시기 개봉작 중 높은 스코어를 기록하며 흥행 청신호를 밝혔다. 이에 이성민은 “한 시름 덜고 이제는 ‘목격자’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성민은 두 작품에서 한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확연히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공작’에서는 강직한 신념의 북 대외경제위처장 리명운 역을, ‘목격자’에서는 살인을 목격했지만 가족을 위해 못 본 척 해야 한 상훈 역을 맡아 표현했다. 각자 다른 연기에 대해 이성민은 “쉬운 연기는 없다. 특히 ‘공작’에서는 많은 테크닉이 필요했다. 이전의 작업과는 다르게 연기해야 했다. 그에 비해 ‘목격자’는 명확한 상황이 주어진 가운데 내게 생긴 반응을 연기하는 것이라 그 점이 달랐던 것 같다. 그럼에도 촬영하면서 기운을 많이 썼다. 뇌의 에너지 소모가 정말 셌다”고 설명했다.

이성민의 말처럼 상훈의 내적 갈등과 살인범 태호(곽시양 분)와의 긴장감 넘치는 대립이 스크린을 채웠다. 특히 두 사람의 심리전 뿐 아니라 흙 속에서 펼쳐진 처절한 싸움신도 압권으로 꼽히고 있다. 이성민은 “체력이 받쳐주면 되는 것이라 오히려 덜 힘들었다. 그런데 추위가 문제였다. 흙 속에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 추운 날이라 그게 힘들었다”고 비화를 전했다.

작품에서는 날 선 대립을 보인 후배 곽시양이지만 “아기”라 부르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잘 먹고 잘 잔다. 추위와 더위도 잘 타니 아기 같더라. 그런데 정말 잘 먹더라. 내가 끓여준 짜장라면 때문에 살이 더 쪘다고 했는데 본인이 잘 먹은 것이었다. 증거 사진도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성민 (2)

‘목격자’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펼쳐지기에 더욱 현실감을 주는 작품이다. 현재 아파트에 거주 중이라는 이성민 역시 “리허설 당시 보러 갔는데 스릴러물에 나올 법한 공간이 아닌 평범한 아파트여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보면 (현실감이)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돋보이는 점은 살인을 목격했음에도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상훈의 심리가 세밀하게 그려진다. 이성민은 상훈을 연기하는데 가장 중점으로 둔 것에 대해 “관객들이 ‘왜 신고를 안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상훈의 감정을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게 하는 것이 캐릭터의 핵심이었다고. 이어 “상훈의 상황을 절묘하게 연출할 필요가 있었다. 신고를 하거나 목격담을 이야기하려 할 때 범인이 나타나는 것이 그 예다. 특히 가족 뒤에 범인이 서있는 장면은 나도 고통스러웠다. 누구나 힘들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만약 실제 이성민이 상훈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당연히 신고를 할 것이다”고 답했다. 이성민은 “점점 일이 커질 것 같다. 그런데 냉철하게 생각해보니 상훈의 집이 6층인데 실제로 범인과 눈이 마주치는 상황이라면 겁이 날 것 같다. 19층 정도면 겁이 나지 않을 것 같은데.(웃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고 설명했다.

1년 중 극장가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여름 스크린 시장에 ‘목격자’가 합류할 줄 상상도 못했다는 이성민이지만 “여름 시장에 내보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묘한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침 여름에 스릴러 장르가 없다. 익숙한 스릴러가 아니지만 익숙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우리의 이야기일 수 있다. 나를 대입할 수 있는 스릴러가 아닐까 싶다”고 매력을 알렸다. ‘공작’의 흥행 스코어를 통해 한 시름 놨다는 이성민은 이제 ‘목격자’를 통해 두 시름 놓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며 “낮에는 ‘공작’, 밤에는 ‘목격자’를 보시면 어떨까 싶다. 여름 밤은 길다”고 재치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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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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