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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토트넘 페이스북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비록 2군이 나선 FC바르셀로나(스페인)지만, 손흥민(26·토트넘)의 가치를 느끼기엔 충분한 90분이었다. 최근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에 뽑힌 손흥민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남다른 집중력과 골 결정력, 여유, 리더십까지 팔색조 매력을 뽐냈다. 와일드카드의 자격을 입증하며 김학범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을 웃게 했다.

손흥민이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바르셀로나를 만나 득점포를 가동했다. 손흥민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2차전 바르셀로나와 경기에서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격, 팀이 0-2로 뒤진 후반 28분 만회골을 터뜨렸다. 왼쪽 측면에서 벤 데이비스가 올려준 공이 문전 혼전 상황에서 오른쪽으로 흘렀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재빠르게 오른발 슛했는데,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냈다. 이때 가운데 버티던 손흥민이 상대 수비와 몸싸움을 이겨낸 뒤 공을 끝까지 주시한 끝에 오른발로 밀어넣었다. 손흥민의 집중력과 골 결정력이 빛난 장면이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마치고 최근 토트넘 프리시즌 캠프에 합류한 그는 사흘 전 AS로마와 1차전(4-1 승)에서 후반 교체로 뛰었다. 이날 첫 선발진에 합류하자마자 프리시즌 첫 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2분 뒤 동점골에도 힘을 보탰다. 급박한 상황에도 ‘큰물에서 논’ 손흥민의 여유와 침착함이 돋보였다.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공이 상대 수비 실수로 골문 오른쪽으로 빠졌다. 손흥민이 재빠르게 공을 돌려세웠다. 바르셀로나 수비가 달라붙었지만 침착하게 뒤를 살핀 뒤 안토니오 게오르규에게 공을 내줬다. 게오르규의 첫 슛이 바르셀로나 수비 몸맞고 나왔는데, 재차 조르주-케빈 은쿠두가 차 넣었다. 손흥민은 전,후반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도 첫 번째 키커로 나서 깔끔하게 오른발로 차 넣는 등 만점 활약을 펼쳤다.

독일~잉글랜드를 거치면서 유럽클럽대항전에 출전한 손흥민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 유럽 빅 클럽을 여러 차례 상대해봤다. 바르셀로나를 만난 건 처음인데 이날 스페인 클럽을 상대로 처음 골 맛을 봤다.

공격진에 손흥민과 에릭센을 제외하면 대체로 2군 멤버가 포진했다. 손흥민은 정신적 지주처럼 뛰었다. 전반 7분 중원에서 공을 잡아 돌파를 시도하다가 상대 프랑스 출신 미드필더 막심 고날론스 팔에 얼굴을 맞아 쓰러졌다. 통증을 호소한 손흥민이지만 씩씩하게 일어났다. 이후 2선에서 에릭센이 공을 잡을 때마다 눈을 마주하며 수비 뒷공간 침투를 노리는 등 장점을 발휘하려고 애썼다. 후반 9분 첫 슛을 때렸다. 역습 상황에서 에릭센의 전진 패스를 받은 루카스 모우라가 오른쪽 측면 손흥민에게 연결했다. ‘손흥민 존’에서 공을 잡은 그는 순식간에 상대 수비 2명을 제친 뒤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왼발 감아차기 슛을 시도했다. 월드컵 조별리그 멕시코전에서 터진 골 위치와 비슷했다. 다만 이번엔 공이 수비 몸에 맞고 튀어올랐다. 5분 뒤 또 한 번 비슷한 위치에서 왼발 슛을 시도했으나 골키퍼 품에 안겼다. 손흥민은 페르난도 요렌테가 벤치로 물러난 뒤 후반 중반 측면에서 원톱으로 올라섰다. 활동 반경이 넓어진 그는 곧바로 두 골에 이바지하면서 토트넘 공격의 만능 열쇠임을 증명했다.

단순히 공격 포인트만 빛난 게 아니다. 17세 올리버 스킵, 21세 루크 아모스, 게오르규 등 이날 경기에 뛴 어린 선수를 경기 내내 독려하면서 정신적 지주 구실을 했다. 이 대회는 전후반을 비기면 승부차기로 승부를 가린다. 토트넘은 바르셀로나와 90분 정규시간을 2-2로 비겼다. 승부차기에서 바르셀로나 1~5번 키커가 모두 성공했으나 토트넘은 3번으로 나선 게오르규가 실축하며 3-5로 졌다. 이때 가장 먼저 다가가서 위로한 게 손흥민이다. 게오르규가 고개를 숙이자 머리를 쓰다듬으며 격려했다. 바르셀로나B에서 착실하게 성장하다가 이날 후반 교체로 뛴 세르히 팔렌시아는 손흥민에게 다가가 지속해서 유니폼 교환을 원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월드클래스’ 손흥민의 위상이 그라운드 곳곳에서 느껴졌다.

토트넘은 내달 1일 AC밀란(이탈리아)과 3차전을 치른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손흥민 황의조(감바 오사카)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해외파 4명 합류 시기를 확정 공지했다. ‘김학범호’는 오는 31일부터 파주 NFC에서 훈련에 돌입하지만 4명은 소속팀 일정에 따라 개별적으로 합류한다. 황의조는 6일 파주 NFC로 들어올 예정이다. 이어 이승우가 8일 자카르타로 날아간다. 김학범호는 8일 자카르타로 가는데 이승우는 현지에서 만날 것으로 보인다. 황희찬은 10일, 손흥민은 내달 11일 뉴캐슬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을 치른 뒤 13일 자카르타에 합류할 예정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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