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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대를 이뤄 러시아 월드컵 3위를 차지한 벨기에 선수들이 16일 브뤼셀에서 대규모 환영인파에 둘러싸여 있다. 출처 | 에당 아자르 트위터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프랑스와 크로아티아, 벨기에, 잉글랜드 등 러시아 월드컵 4강에 간 팀들의 공통점은 자국 축구사 최고의 재능들이 뭉쳤다는 점이다. 앞으로 10년간 세계 축구를 지배할 것으로 보이는 우승팀 프랑스는 말할 것도 없고 준우승팀 크로아티아도 골든볼 수상자 루카 모드리치를 비롯해 이반 페리시치, 이반 라키티치 등 A매치 40회 이상을 경험한 탤런트들이 생애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월드컵에서 모든 것을 쏟아냈다. 12년 만에 월드컵에 복귀한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8강까지 갔던 벨기에는 이번에 3위를 차지하며 자국 축구사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무엇보다 프랑스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잉글랜드도 앞날이 창창하다. ‘축구종가’임에도 각종 국제대회에서 체면을 구겼던 잉글랜드는 28년 만에 4강에 올라 축구 열기를 되살렸다. 지난 해 17세 이하(U-17) 월드컵 및 20세 이하(U-20) 월드컵 동반 제패의 기운은 어린 나이로 구성된 이번 성인 대표팀에도 영향을 미쳤다.

거꾸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우루과이 등 월드컵을 2회 이상 우승한 팀들은 조별리그부터 8강 사이에서 우수수 탈락해 세계 축구계에 충격을 던졌다. 월드컵을 4번이나 우승한 이탈리아는 아예 지역 예선에서 60년 만에 탈락해 러시아에 오지도 못하는 망신을 당했다.

결국 이번 대회는 과거의 전통이나 이름값이 성적에 큰 영향 주지 못한다는 점을 일깨운 무대로 남았다. 어린 선수를 잘 키우고, 이들이 적당한 시점에 유럽의 큰 무대로 떠나면서 일취월장한 국가들이 ‘황금세대’를 쏟아내며 웃었다. 또 월드컵이란 무대에서는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앖다는 것 역시 증명됐다. 한국이 세계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완파한 것은 축구사에 기억될 만한 사건이었다. 아르헨티나도 크로아티아와 조별리그에서 0-3으로 완패하면서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2000년을 전후로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아프리카 국가들의 참패 또한 세계 축구 평준화의 흐름으로 봐야 한다.

이번 대회가 한국 축구에 주는 메시지도 명확하다. 조직력과 정신력 이전에 좋은 선수를 키워내고 그들의 재능을 살려나가는 것이 우선이란 점이다. 기술이 부족한데 팀워크로 이를 만회하기는 쉽지 않다. 뒤로 물러서서 기회를 노리는 수비 축구는 1~2경기에선 통할 지 몰라도 ‘2010년 이후 첫 16강 달성’이란 한국 축구의 지상 명제를 달성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일대일에 강한 선수, 순간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 축구 지능이 뛰어난 선수 등을 길러내야 하는 과제가 한국 축구에 주어졌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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