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서울 집값 떨어지긴 하나요?”

워킹맘 A씨는 친정과 가까운 성남시 한 아파트에 살면서 ‘인 서울’ 기회를 엿보고 있다. 고가주택·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강화가 본격화되면 급매가 나올 테고, 그러면 이참에 서울로 들어가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점찍어둔 송파·강동구 아파트마다 최고가에서 멈추거나 반등하고 있어 속이 타들어 간다. 혹시 호가만 높지 실거래가는 다를까 싶어 직접 발품을 팔아봐도 부동산에선 “집주인들이 ‘안 팔면 그만이다’하고 버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동산 과열 규제정책으로 서울 집값이 떨어지리라는 ‘장밋빛 전망’이 예측을 빗나가고 있다. 거래량은 줄었지만 체감 시세는 오히려 올라 하락세를 그리기 시작한 지방과 비교하면 집값 양극화는 오히려 더 심화됐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등 퇴로가 없는 부동산정책이 매물의 씨를 말리면서 ‘서울 불패’ 신화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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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서울-지방 아파트값 양극화 가속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전국 아파트값은 최근 5년 만에 가장 큰 폭인 0.3%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1분기(-0.7%)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하지만 하락의 주범은 지방 아파트였다. 지방 아파트는 2분기 -0.9%를 기록했다. 특히 경남(-2.3%) 울산(-2.5%) 등 조선업 구조조정이 이뤄진 지역과 충북 충남 경북 등(평균 -1%) 등이 크게 하락하며 전체 집값을 끌어내렸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오히려 0.8% 오르면서 4년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3.6%가 상승했던 1분기에 비해 상승세가 둔화됐을 뿐 집값은 소폭 상승했던 셈이다. 서울 각 구별 상황을 놓고 보면 올 상반기 무섭게 뛰어올랐던 강남 3구(강남·송파·서초)정도만 하락 혹은 멈춤 상태고 나머지 구는 상승세가 여전했다.

5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매매가격지수 증감률에 따르면 동대문(0.29%) 중랑(0.26%) 동작(0.22%) 관악(0.22%), 중구(0.20%) 소폭 상승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바짝 오른 강남 3구와 갭을 메우기 위해 소폭 상승이 이어지지만 하반기 들어 보합세가 이어지리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울 집값 역시 지방처럼 “곧 꺾인다”는 것. 과연 그럴까.

◇낡아도 서울 아파트인 이유

정책과는 별개로 한편에서는 인구 1000만 서울의 도시개발 계획이 끝없이 집값 상승의 ‘연료’를 던져주고 있다. 당장 지난 3월 국토교통부의 재건축안전진단 강화 직격탄을 맞았던 여의도는 ‘여의도 마스터플랜’에 다시 들썩이고 있다. 3연임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여의도, 용산, 도봉구 창동 개발계획을 밝혔다. 여의도는 국제금융중심지로 신도시급 재개발을 예고했고, 용산은 국제업무지구로 개발돼 MICE(회의, 관광, 전시 등 복합몰)단지와 쇼핑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창동은 음악산업 중심지로 공연전문공간 ‘서울 아레나’가 들어서게 된다.

16일에는 올 하반기 서울시가 선정하는 ‘도시재생 뉴딜’ 후보지가 발표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최근 집값 상승률이 서울 평균보다 낮았던 12개 구(노원·도봉·금천·강북 등) 중에서 사업지가 선정될 예정이다. 인구감소, 주택 노후도, 산업쇠퇴 등을 겪는 곳을 중심으로 8월 말 최종 사업지 10곳이 결정된다.

결국 재건축이든 재개발이든 도시재생이든 서울개발이라는 대원칙은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1970년대 서울 강남(압구정·반포·잠실지구)에서 시작된 도시계획개발은 최근 강북(은평뉴타운), 강동(고덕지구), 강서(마곡지구)를 비롯해 낙후지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각종 뉴타운(장위·수색·노량진·신정·길음·신길·염리·북아현 등) 개발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서울집=안전자산’ 버티기 언제까지?

수년간의 거점 개발 효과로 서울 집값은 상향 평준화로 흐르고 있다. 과거 서울의 집값이 강남 3구와 용산 등 4개 지역이 이끄는 구조였다면 현재의 서울은 마포, 영등포, 성동, 동작 등 부도심을 자처하는 2군 그룹의 폭발력까지 더해졌다. 서울의 동서 양끝 대장주 마곡힐스테이트마스터(강서 마곡지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강동 고덕지구) 84㎡가 최근 각각 실거래가 11억2000만원, 11억9500만원을 돌파하면서 서울 중심부 집값 상승도 부추기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3만5900가구로 5년 평균치 대비 25%의 ‘새 아파트’가 공급되며 신축 아파트 효과로 인한 매매가 상승도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오를 땐 벼락같이 오르지만, 떨어질 땐 찔끔 내리고 만다는 서울 부동산 경험칙도 작용한다.

임채우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집은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있는 데다 양도세 중과라는 부분이 있다 보니 매물이 안 나오고 있다. 원래 매물이 나와야 가격이 떨어지는데 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티는 사람이 많다 보니 매물이 부족하고, 매도자도 저가에 내놓지 않아서 오히려 실거래가가 상승하는 지역도 나오는 상황이다. 보유세 인상이 확정되고 실제 시행이 되면 조금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고 전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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