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82457_10155321682357447_2950785335719624704_o
출처 | 잉글랜드축구협회 페이스북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시작은 좋았지만 정작 중요한 시점에는 침묵했다. 잉글랜드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25)의 월드컵이 허무하게 끝났다.

케인은 14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3-4위전에서 침묵했다.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득점하지 못하고 팀의 패배를 지켜보기만 했다. 몇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케인의 부진 속에 잉글랜드는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월드컵 들어 3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케인은 조별리그서 튀니지를 상대로 2골을 넣었고, 파나마전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콜롬비아와의 16강전에서는 페널티킥으로 득점했다. 초반 4경기서 6골을 터뜨려 득점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마의 6골 고지를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2002 한일월드컵서 브라질의 호나우두가 8골을 넣은 후 세 번의 대회에서 득점왕의 골 기록은 5~6골 수준이었다. 케인의 페이스는 워낙 빨라 어렵지 않게 이 벽을 넘는 것처럼 보였다.

기대와 달리 딱 거기까지였다. 케인은 스웨덴과의 8강전부터 골을 넣지 못했다. 그나마 동료들의 득점으로 준결승에 오른 게 위안거리였다. 결승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에서도 그는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준결승 크로아티아전서 다시 한 번 침묵했다. 자존심을 살릴 마지막 기회가 있었으나 케인은 힘을 쓰지 못했다. 벨기에전서 얀 베르통헌, 토비 알데르베이럴트 등의 토트넘 동료들을 넘지 못했다. 유종의 미라는 표현과 어울리지 않는 마무리였다.

오히려 ‘용두사미’라는 말이 딱 맞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튀니지, 파나마를 상대로 5골을 몰아넣었다. 그 중 페널티킥 득점은 콜롬비아전을 포함해 절반에 해당하는 3골이었다. 반면 벨기에, 스웨덴, 크로아티아 같은 경쟁력 있는 팀들을 상대로는 무력했다. 조별리그보다 중요한 토너먼트 라운드에서 정작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골잡이의 실력를 발휘하지 못했다. 잉글랜드가 28년 만에 준결승에 진출하는 데 기여한 것은 분명하지만, 골잡이는 골로 말한다. 케인은 8강전부터 본인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 득점의 순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스스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케인은 프랑스의 킬리앙 음바페, 앙투안 그리즈만(이상 3골) 등과의 차이를 일찌감치 벌렸다. 여유롭게 득점 1위를 지켰다. 자신의 첫 번째 월드컵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 네 시즌 연속 20골을 터뜨린 최고의 킬러라면 높은 무대에서, 강팀을 상대로도 골을 넣어야 한다. 차라리 초반에 못하고 중요한 순간에 해결하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