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김희애는 스스로 더이상 꽃이려 하지 않았다. 아름다움을 포기했다는 말이 아니라, 배우이자 인간으로서 더 큰 나무로 자리매김하려 했다.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허스토리’(민규동 감독)의 여주인공으로 나서는 김희애는 영화를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일상을 영위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귀를 솔깃하게 하기도 했다.◇좋은 배우 한 명 나오려면 수십년

‘허스토리’는 김희애와 김해숙을 비롯해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 연기경력 도합 200년이라고 할만큼 내공의 여배우들이 총출동했다. 또한, 이유영과 김선영 등 후배 여배우들도 있어 김희애가 딱 허리 역할을 했다.

김희애는 “경험하기 어려운 귀한 경험을 했다”면서 “몇십년 구력의 연기자들과 함께 했다. 새것은 금방 만들 수 있지만, 그런 배우가 나오려면 3~40년씩 걸린다. 그런 분들과 함께 연기할수 있어 정말 귀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고(故) 김영애 선생님 돌아가셨을 때 한 인터뷰 기사에서 읽으며 공감한게, ‘다른 건 아깝지 않은데 이만한 배우 만드려면 40년 걸리는데 너무 아깝다’고 한 말이었다. 정말 한 배우가 나오려면 수십년이 걸린는데, (영화계가) 그런 배우를 잘 활용 못하는게 너무 안타깝다. 물론 요즘 젊은 배우들도 설 자리가 별로 없긴 하지만 말이다”라고 했다.

그런 김희애는 “나는 배우로서 만난거지만, 그분들이 참 쉽지 않은 세월을 견디고 난 분들로, 한 인간으로서 뵌 것만으로도 겸사겸사 좋았다”고 덧붙였다.

또, “각자 세대에 맞는 역할이 있는 영화였다”고 ‘허스토리’를 돌아보면서 “선생님들은 선생님대로 맞고, 동시에 이유영씨도 연기도 참 풋풋한 사과 같고, 그 맛도 뭔가 놓치기 아까운 것 같다. 김선영씨는 너무 애너제틱하고 감성 풍부하고 정말 자극 많이 받은 배우다. 다들 화면에서 제몫을 다하는 신선함이 있었다”고 후배들을 칭찬하며 “골고루 세대가 분포돼 있는게 쉽지않은데 참 안정적이다. 색다른 작품이 될 거 같다”며 ‘허스토리’의 또 다른 의미를 찾기도 했다.

김희애

◇작품이 A급이냐 B급이냐, 단역들에 달렸다

김희애는 이번 영화에서 고생한 모든 배우들에게 감사해하며 특히 하이라이트였던 법정씬 속 단역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하이라이트라는게 가장 힘을 주고 고생을 줬다는 의미다. 사실이 그랬다. 모두가 그 씬을 위해서 다 준비하고, 마지막 그 숙제가 다 끝나야 두다리 쭉뻗고 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는 대사라도 하는데, 법정의 재일교포들 단역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고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A급이나 B급은 그분들, 단역들에 달렸다. 그분들이 가짜로 하면 다 보인다. 그런데 그분들이 진짜로 해주면 다큐가 되고 극을 살려준다. 이번에 일장기 멘트 나오고 진상 부리는 캐릭터들이 목이 다 쉴 정도로 해주는데 너무 감동스러웠다. 단역배우가 정말 앞으로 나아가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저로서는 더 감동스러웠다. 저런 모습이 성실함으로 훗날 배우로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재판장 장면을 찎고 돌아갈때마다 그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그런 김희애는 “재판장이 제일 힘들었지만, 김해숙, 문숙, 예수정 선생님 등 각자 캐릭터에 맞게 너무 잘했다. 마음에 와닿는 연기를 봤다. 그런 연기 보기 쉽지 않을거다. 그런면에서 영화가 관객들에게 가장 손쉽고 저렴하게 카타르시스를 감정이입을 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쉽고도, 요즘 가성비, 가성비하는 데 가장 가성비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며 영화를 기대하게 하기도 했다.

◇타고난 배우? 이순재 선생님께 정답 있다

배우로서 타고난 사람도 있을 것고 노력으로 배우가 된 사람도 있을텐데, 김희애는 어떤 사람일지 물었다. 또, 배우 김희애는 어떤 노력을 할지도 궁금했다.

이에 김희애는 “어쩌면 배우는 태어나면서부터 그런게 있는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역배우 보면 타고난 애들이 있다. 어른들도 뭐 훈련을 받고 그래야 배우가 된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그냥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거 보면 유지하기 위한 배우로서의 수명을 길게 하기 위한 성실함을 필요할지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건 타고나야한건 아닐까 싶다”고 했다.

그러나 이내 “그래도 국민배우라고 불리는 배우들이 왜 국민배우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잘 한다고 다 잘하는 게 아니다. 타고난 끼와 배우로서 끊임없이 반성하고 성숙하고 늘 깨어있고 주변을 돌아보며 인간으로서 발전해야 한다. 그래야 그 배우가 정말 매력적이고, 배우가 봐도 매력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배우로 태어났다고 해서 ‘나는 배우야’ 하며 방탕하게 산다면 안될 것이다. 정신이 건강해야 육체도 건강하고 그런 배우가 좋은 연기를 오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누구를 향한 저격인 듯도 하고, 스스로의 다짐 같기도 했다.

궁금증이 이는 찰나 김희애는 정답을 주듯 “이순재 선생님께 모범답안이 있다”고 말했다. “꾸준히 운동하시고 관리하신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이순재 선생님이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을 보여주시는 것 같다.”

cho@sportsseoul.com

사진|YG엔터테인먼트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