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두 남자와 손 꼭 잡은 손예진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안판석 감독이 안방팬들에게 또 하나의 인생작을 선사했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끈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 누나)는 감독 자신의 인생작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안방팬들의 인생작이 됐다. 그동안 많은 명작들을 만들어낸 안 감독이었지만, 이번 ‘예쁜 누나’는 평범한 로맨스물이라는 점에서부터 연출 스타일 등 뭔가 다른 듯했다. 안 감독에게 그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손예진과 정해인이 펼치는, 평범한 남녀의 리얼한 연애 이야기가 팬들의 마음을 들썩이게 한 ‘예쁜 누나’는 무엇보다 ‘하얀거탑’, ‘아내의 자격’,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등을 통해서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풍자와 위트가 강하게 배어있던 연출과는 확연히 달랐다. 사실 평범한 로맨스물을 선보인다 할 때부터 드라마 관계자들의 의아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등장인물들의 로맨스가 진행됨과 동시에 직장생활을 하는 현대 여성의 자화상 같은 이야기도 펼쳐지며 안 감독의 통찰력 있는 연출이 반영돼 다시 한번 무릎을 탁 치게 하기도 했다.

안 감독으로 하여금 새로운 시도를 하게 한 이유가 있을 듯했다. 그러나 그는 “그건 내가 바뀌어서 그런건 아니다”라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태도가 배이기 마련이다. 등장인물의 관계에 따라서, 그리고 소재에 따라서 그게 전면에 확 드러나기도 하고 숨어서 잠복해서 들어있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바뀐게 아니라 소재가 그리 끌고 간거다. 소재가 그런 면모로 잠복해 있게 만들었다. 그런데 핵심은 다 들어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작품에서는 또 다르게 보여줄거다. 어떤 이야기를 할거냐에 따라, 소재가 이야기를 몰게 된다. 그래서 소재가 뭔가를 드러나게 하거나 숨게 하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첫회부터 사용한 OST 카를라 브루니의 ‘스탠드 바이 유어 맨’은 강한 인상을 주며 드라마의 시그니처가 됐다. 최근 많은 드라마들이 최신의 감각으로 OST음악을 새로 제작하는 것과 달리 비교적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음악을 사용하고, 특히나 팝송을 썼다는 점이 특이하기도 했다.

이에 안 감독은 “러브스토리엔 음악이 굉장히 중요하다. 사람들이 연애할 때 카페에 가든지 차에 앉아있든지 뭘 하든지 같이 음악을 듣고, 공유하는 음악이 있다. 당대의 노래가 자기들의 추억이 된다. 그 노래가 뭔지가 중요하다. (예쁜 누나도) 러브스토리니까 그런 점이 중요해서 서정적인 좋은 노래면 좋겠다 하며 고민 끝에 골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팝송을 고른 이유는 뭘까. 안 감독은 “내가 원래 좋아하는 노래”라면서 “특히 팝송으로 한 이유는 노래가 한국말로 나오면 가사에 자꾸 귀가 가서 뭔가 포커스가 흐트러지는게 있다. 영어로 나오면 그냥 소리를 듣는 경향이 있어서 이런저런 생각 끝에 골랐다”고 했다.

예쁜누나 안판석 손예진 정해인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안판석 감독(왼쪽부터), 손예진, 정해인이 마지막 촬영후 꽃다발을 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JTBC

국내 드라마 촬영 시스템이 열악하기로 정평이 나있지만, 안 감독의 현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 드라마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인공 손예진 등이 최근 인터뷰를 통해 밤샘 촬영 전혀 없이 충분히 잘 자고 촬영할 수 있었던 경험에 감탄한 이야기가 여러번 소개됐기 때문이다. 오는 7월이면 시작되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달라져야할 업계여서 안 감독의 노하우가 뭘까 궁금해지는데, 들어보니 경험으로 축적된 노하우가 아니라 소신으로 일군 성과여서 더 놀라왔다.

안 감독은 “나는 목숨 걸고 뭐를 하길 바라질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늘 보내는 일상처럼 건강하게 지나가다가 드라마가 나오길 바란다.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저도 하나의 인생을 사는데, 다들 지킬거 지키면서 정상적으로 살면서 작품이 나오길 바라서 그렇다”고 이야기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화면으로 구현되는 결과가 성에 차지 않으면 촬영을 더 하고 싶은 욕심이 날 수 있는데, 그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걸 테마로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가능하다. 그렇게 하겠다는 걸 테마로 가지고, 신경을 쓰고, 연습도 하고, 머리에 생각하고 해서 했다. 그걸 테마로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할수 없다. 그런 생각은 연출 처음할 때부터 그랬다”고 했다. 이어서 “나는 남 다치게 하면서 잘 되고 싶지 않다. 남 행복하게 하면서 잘 되고 싶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cho@sportsseoul.com

사진|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