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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영화 5편은 찍은 것 같아요”

OCN 드라마 ‘미스트리스’는 안방극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작품이다. 작품 종영 후 마주한 한지승 감독은 “액션, 멜로, 스릴러, 휴면 그리고 호러도 있어 ‘톤앤매너’를 맞추는 게 장난이 아니었고,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것 같다”면서도 “막상 하고 나니 내가 경함하지 못한 반응과 묘한 희열이 있다. 물론 지나면서 아쉬운 지점이나 놓친 컷이 생각나 꿈을 꾸기도 한다”며 입을 열었다.

‘미스트리스’는 비밀을 가진 네 여자와 그들에 얽힌 미스터리를 담은 스릴러물. 한 감독은 ‘미스트리스’로 장르물 연출에 첫 도전했고, 남성 중심의 스릴러물에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작품을 안방극장에 선보였다. 그는 “연출자로서 안해본 작업을 한다는 것은 흥분이 된다. 단순히 장르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성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의 이슈 그리고 내가 할만한 이야기와 잘 섞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성 중심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해주시는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미소지었다.

무엇보다 ‘미스트리스’는 한가인의 6년만에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또 신현빈, 최희서, 구재이 등도 자신의 몫을 충실하게 해냈고 이희준, 오정세, 박병은 등 남자 배우 역시 자신의 역할을 정확하게 해주면서 여주인공들을 더 돋보이게 했다.

한 감독은 “여성적인 느낌의 배우가 필요해서 한가인을 떠올렸다. 공백기가 길어 용기를 못냈는데 세연이 가진 역할이 본인이랑 비슷하고 애를 좋아하기에 모성애를 발휘하는 내러티브가 좋았다. 대본이 좋았고 사인씨가 용기를 내줬다. 다른 배우 역시 처음에 떠올린 연기자들인데 운 좋게 캐스팅이 됐다. 오정세는 김영대 캐릭터를 봤을때 제일 먼저 떠올렸는데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OCN_미스트리스

“주로 여자 중심의 영화나 드라마를 하면 어려움을 예상한다. 나 역시 여배우 4명이 모여 예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생각했는데 현장이 너무 좋았다. 한가인이 맏언니인데 큰 형으로 묘한 카리스마가 있고 나머지 3명은 동갑이라 친구처럼 지내며 네명이 너무 친했다. 여배우의 까탈스러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전우애라는 표현을 쓸 정도였다. 여배우 임에도 이뻐 보이려고 하지 않고 극에 따라 힘든 장면도 정확하게 표현햐줬다.”

‘미스트리스’는 2008년 영국 BBC에서 방송된 동명의 드라마가 원작이다. 2013년 미국 ABC에서 리메이크돼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에 장단점이 공존하기도 했다. “원작을 장르화 시키고 사건화 하면서 다른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스릴러로서 단순히 남성 주인공을 여성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원작이 가진 장점인 현대 네 명의 여성이 트라우마의 극복기를 가지고 갔다. 다만 외피가 바뀌면서 다른 작품이 되더라.”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며 유의미한 시도와 결과를 함께한 ‘미스트리스’지만 시청률면에서는 기대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네명의 스릴러가 서로 시간을 오가며 얽혀 있어 중간 시청자 유입에 어려움이 있기도 했다. 또 16부작에서 12부작으로 줄어들며 사건화가 아닌 설명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다소 거칠게 정리되기도 했다.

“아직 시청률을 어떻게 올리는지 방법을 모른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인데 극 초반 시청자분들이 느끼신 모호함을 공감하기데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원작이 가진 네 명의 이야기를 가지고 스릴러를 만드는 지점이 흥미롭지만 무리도 있었다. 균형을 잡아가는데 설명이 필요한데 장르물 마니아에게는 산만해보일 수 있었다. 나름 표현한다고 했는데 방송문법과 영화문법이 다르다는 것을 많이 깨달았다.”

제작진은 ‘미스트리스’의 결말은 끝까지 고민했다. 또 이하나의 등장으로 시즌2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한 감독은 “원래 상훈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것이었는데 바뀌다 보니 보충할만한 상황적인 아쉬움이 남았다. 변명이지만 시간에 몰리다보면 뻔히 알면서도 놓치는 컷이나 디테일이 있다. 물론 나만 알 수 있는 것일 수 있지만 개연성에서 부족함이 있었다. 이하나의 경우는 시즌2 떡밥은 아니고 처음의 시작을 리마인드 시키는 것도 있고 카메오를 보는 재미가 있어 가볍게 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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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감독은 ‘미스트리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값진 경험이었다. 감독도 배우랑 비슷하게 잘 되는 장르만 하게 되는데 ‘미스트리스’는 너무 좋은 제안이었다. 연출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긍정적인 자극을 줬다. 단순히 장르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각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와 갈등, 성장 그리고 변화를 담고자 했다. 장르안에서 교조적이지 않고 조화롭게 담아내는 것이 숙제인데 노력을 했고 내가 느끼는 성취의 지점도 있다. 나에게는 또 다른 자극이고 다시 한번 긍정적인 작업이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현재 대중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패턴과 방법은 보다 다양해지고 있고 콘텐츠에 기대하는 지점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작품을 마치고 영화를 계속보는데 어제는 조엘 슈마허 감독의 ‘의뢰인’(1994)를 봤다. 나조차 지루해서 못보겠는데 한편으로는 겁이 나더라. 나도 이렇게 변화하는데 관객과 시청자는 이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는데 어떻게 맞춰나가는지가 숙제이자 부담이다. 결국에는 진정성을 가지고 끊임없는 관심과 시간을 함께 하는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

한 감독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그는 “영화와 방송을 준비하는데 정신적으로 피곤해서 훈훈하고 따뜻한 휴머니즘 베이스의 편한 이야기를 할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쉬움이 남아서 신박한 장르물도 하고 싶다. 무엇보다 ‘미스트리스’를 통해 연기자도 그렇고 스태프까지 값지고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나서 앞으로 잘 활용하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기대했다.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OC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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